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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Sep 02. 2015

인간, 왜 우주로 날아갔을까?

보이저 호가 떠날 여행에 대한 짧은 사색

*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1977년에 떠난 보이저 1호와 2호가 태양계를 지나 외계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55개로 언어로 된 지구인의 인사말과 인간의 음악, 그리고 자연의 소리가 담겨 있는 디스크도 동승했습니다. 또한 지구와 인류에 관한 여러 정보들이 담겨 있는 사진 115장도 함께 실려 있죠. 더불어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류의 궁금증도 편승하여 암흑의 시공간 속으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외계인이 이를 발견하고 지구를 침공할 수 있다며 보이저 호 프로젝트에 반대한 학자들도 있었지만 희망찬 기대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Voyager = 여행자

'보이저'라는 뜻처럼 보이저 호는 긴긴 여행을 하는 중입니다. 2025년 경이면 교신이 끊길 예정이라는데 그 안에 어디까지 날아갈지, 또 무엇을 발견할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탐구에 대한 열정과 탐험에 대한 의지와 호기심으로 가득찬 인류가 만들어온 문명의 결과이자 기적의 순간이라 할 수 있죠. 인류의 이정표로 기록될 만한 정말 대단한 사건임엔 틀림없습니다. 보이저 호의 여행에 우연한 발견이 더해진다면 인류에게 새로운 미래를 안겨다 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인류는 왜 우주를 향해 떠나려 하는 걸까요? 꼭 가야만 할까요? 보이저 호의 여행이 인간이 해결해야 할 다른 숙제만큼 중차대한 일인지, 엄청난 개발비를 들일 만한 프로젝트인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돈으로 아프리카의 난민과 기아를 돕자는 흔한 논리를 - 물론 그 내용은 중요하지만 - 내세우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얼마나 절실하고 필요한 일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진정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시도인지, 자국의 과학적 능력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아니면 정말 인류를 위한 일인지, 그렇다면 이것이 어떻게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묻고 싶을 따름입니다.

왜, 그리고 어디로?

가지 않는 것보다 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지만 왜 가야 하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동기와 목적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 길이 정말 가고 싶었던 길인지, 가야만 했던 길인지, 더 이상 가지 않아도 될 길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처음엔 가야 할 이유와 닿을 목적지를 분명히 알고 출발했으나 가다 보니 어느 순간 가야 할 이유가 희미해지고 그 목적지도 불투명해질 때가 있습니다. 확신에 가득 차 시작했고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할 수 없을 만큼 계획했을지라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다소나마 비틀어지고 비뚤어지기 마련이죠. 일상에서도 한 번쯤 겪어 보았을 일일 것입니다.


인간이 하는 일 중 많은 것들이 명확한 이유를 가지거나 절대적 이유를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인간의 모든 행동에 일일이 이유를 찾을 수도 달 수는 없더라도, 무척 중요하다 여기는 일일지라도 한번쯤 그 의미의 중량을 매달아 볼 필요는 있습니다. 어쩌면 인류는 지금 너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죠. 그동안의 과학적 성과와 문명의 진보가 있었으니 앞으로도 그래야 하고 그렇게 가야만 한다는 관념이 인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여태 달려왔던 진보의 속력에 이끌려 저도 모르게 무리하게 가속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속도 = 방향성을 가진 속력

속력은 얼마나 빠르냐 하는 것이고, 속도는 속력에 방향성을 더한 개념입니다. 속도에서는 '어느 정도의 빠르기'보다 '어디를 향해'라는 요소가 더욱 중요합니다. 100광속의 속력으로 100년을 달려갔다, '그 반대 방향을 향해' 다시 100광속의 속력으로 100년을 달려오면 속도는 '0'입니다. 물론 그 100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도는 아니지만 그 방향성만 따진다면 '제자리걸음'에 불과합니다. 살다 보면 가다 보니 이만큼 와 있고, 멈출 수 없어 계속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달려나갈 때도 있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은, 아마도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속도가 아닐까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은 자신에게 스스로 태클을 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왜 걷고 있는가? 그리고 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와 같은 질문들이죠.
이것이 바로 '반성'이라 부르는 생각하는 인간의 한 능력입니다.



생각을 생각하다 - 바스락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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