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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시락 Sep 08. 2015

인간, 믿는 것일까 생각하는 것일까?(일편)

베이컨의 '종족의 우상'을 통해 본 인간

* 생각 좀 하고 살자는 마음으로 쓰는 철학 매거진


과학적으로 세계를 파악하여 올바른 지식을 형성하려 했던 베이컨은 '인간의 잘못된 인식'이 가장 큰 방해물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를 우상(idola)라고 명명했는데, 그 네 가지 중 하나인 '종족의 우상'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종족의 우상(idola tribus)'이란 '인간'을 만물의 척도로 두거나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거짓된 믿음'을 가리킵니다. 인간이 세계에 대해 정확히 알고자 한다면 그 탐구자는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제외한 채 사물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주장이죠.

인간의 인식이 올바른 인식의 방해물

'인간'이라는 사실을 제외한다니, 쉽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 세상을 받아들일 때 갖게 되는 희망이랄지 공포, 또는 편견이나 초조와 같은 것들이 사물의 참다운 본질을 인식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가장 쉬운 예로, 과거 유럽에서 '천동설'을 주장했던 이유는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며 하나님이 우주의 창조자라는 주장이 만고불변의 진리이기를 바랐기 때문이었죠. 말 그대로 '바람'이었습니다. 자신의 바람대로 삶을 통제하기 위해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돌아간다 여겼던 것이죠.


베이컨의 견해를 '올바른 지식의 확립'에서 '올바른 생각의 확립'으로 조금 확장해 볼까요? 사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삶에서 우린 '그런 게 있었으면', '그랬다면', '그렇게 된다면'과 같은 가정들을 통해 불만족과 불안함을 잠재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이죠.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그랬으면 하는 기대를 사실처럼 받아들입니다. 비록 거짓이더라도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여러 사람이 공유한 그 믿음에 따라 행동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것을 진실이라 여겨 그에 대한 비판과 의심에 대해 가차없는 비난을 가하는 경우가 많죠

맹목적 믿음이 가져오는 독단

우리가 하는 일은 다 옳다고 여기거나 우리가 믿는 것은 다 진리라고 말하거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이 바르다고 주장하는 것은 독단이고, 집단 전체가 독단을 주장할 때 비극은 시작됩니다. 더군다나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그 탓을 자신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서양에서 인간이 벌였던 희대의 사건 중 하나인 '마녀 사냥' 또한 '종족의 우상'에 해당합니다. 사회에 만연한 불안과 타인에 대힌 불신이 만연한 세상에서 '마녀'에게 모든 원인을 돌린 것이죠.


사실 죽여야 할 대상은 마녀가 아니라 그 마녀를 우상으로 만든 인간 자신입니다. 때론 거짓인 줄 알면서 스스로 기만하는 동물이 인간입니다. 근거 없는 믿음은 스스로 키운 것임에도, 남들도 다 그렇다 말하는 것은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 지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에 불과하죠.  범법을 저지르고 몰랐다고 해도 죄는 죄입니다. 생각 없는 게 자랑은 아니고 모르는 것도 면벌부는 아니죠. 그런 개인들이 모여 불합리하지 믿음을 만들어내고 이를 사실이라 여기는 한 무리의 종족이 탄생합니다.

우상=인간 스스로 만들고 신봉하는 사물

물론 허위에 맞서 홀로 신념을 지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상에 대한 막연한 믿음을 내려놓고 생각을 달리 해본다면, 아주 다른 결과와 마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상'은 우상 자체가 아니라 인간 스스로 만든 우상을 스스로 '신봉' 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문제임을 간파해야 합니다. 인간이란 종족이 가진 우상을 파괴하여 사물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했던 베이컨의 기획처럼 나의 앎이 허울뿐인 믿음은 아닌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죠.


인간이기에, 맹목적일 수 있습니다.

인간이기에,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기에,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생각을 생각하다 - 바스락 https://www.basol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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