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적 기억법
제가 아이캔유튜브대학 1기로 입학하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교수님 가르침은 "요약하기"였습니다. 저는 학창 시절부터 빼곡히 빠짐없이 정리 잘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살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책을 덮고, 강의를 다 듣고 생각나는 것만 적으라는 교수님 조언에 불편해졌습니다. 괜히 볼멘소리를 했지요. '교수님이니깐 생각이 나겠지만 저는 아닙니다.' 저자나 강사의 한 문장, 말 한마디 놓치지 않고 적어두어야 내 것이 되고 기억할 수 있다고 계속 고집했지요. 그러던 제게 엄청난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3학기에 소유냐 존재냐를 읽고 나서 아하~ 그제야 교수님의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존재적 실존양식에서의 기억행위는 일찍이 보았거나 들었던 것을 소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재창조되어 소생되어야 한다... 그것들은 충분한 집중력을 가지고 눈여겨보아 둔 과거의 경험이 전제되어야 한다. (중간 생략)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기억력을 퇴화시키는가. "소유냐 존재냐 55-56 페이지
소유론이 아닌 존재론적으로 기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요약하기입니다. 우리는 요약을 통해 기억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요약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의 기억력을 향상할까요?
그 과정은 강의를 듣고 책을 읽고 일을 할 때 전체상, 맥락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이해하는 것 그 자체가 모든 행위를 기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집중해서 전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모호한 개념을 생각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기쁨을 느끼면서요.
자~ 어느 정도 이해에 도달했으면 이제는 이해한 것의 내용을 포함하는 표상적 키워드, 즉 제목을 정해봅니다. 제목을 정하는 것은 함축적 언어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다음 제목에 해당하는 키워드를 나열하면서 요약합니다.
제목과 키워드 요약을 끝냈으면 키워드 중심으로 전체 내용을 소환합니다. 소환하는 방법은 명시화 작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으로 떠올리고, 말로 설명하고 글을 써보는 것입니다. 하루를 소환할 때도 유사한 과정을 거칩니다. 일상기록에 남겨 둔 키워드를 바탕으로 결정적 장면을 떠올려보고 하루를 소환하는 것이죠. 키워드와 상징적 장면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트리거 역할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자신의 잠재력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이미 내 안에 가득 차 있는 지식, 경험, 능력을 믿을 때 우리는 거침없이 요약할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기억할 수 있답니다. 요약한 키워드와 키워드를 연결하는 재료는 우리가 삶에서 얻은 지혜, 지식, 경험, 감정 그 모든 것입니다. 공부한 것, 책 읽은 것,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이 내 안에 누적되고 있음을 믿을 때 우리는 삶의 주관자로 살 수 있습니다.
집중해서 이해하고 키워드로 요약하고 또 반복해서 소환하는 것! 모든 공부의 기본이자 내 삶의 흔적을 오롯이 남길 수 있는 비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