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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평강 May 25. 2023

[바이블클래스] 하나님의 질문

텍사스 YWAM 방문기 - 하나님의 음성 듣기

이 글은 텍사스 YWAM (국제예수전도단) 지부 에피소드입니다. 


서른, 퇴직금을 털어 미국에 갔다. YWAM이 무엇의 약자인지도 모른 채 갔다. 

긴 이야기를 짧게 줄이자면 성공을 위해 달려가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하나님께 뛰어들었다. 


텍사스 YWAM 지부가 있는 Lindale은 말 그대로 깡시골이다. 

발에 차이는 월마트도 차 타고 30분은 가야 나온다. 

YWAM의 훈련을 버티지 못한 사람들이 종종 탈출을 시도하지만 

정문까지 걸어가다 지쳐서 탈출을 포기하는 곳이다. 

정말 광활한 벌판이다. 


내가 속해있던 스쿨의 리더는 엄격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강의를 듣고 예배를 하고 주어진 노동 (Work duty)을 하고 주일엔 교회를 간다. 

주일 예배 후 아주 잠깐 생필품이나 필요한 것들을 사러 월마트에 갈 시간이 주어진다. 

내가 여가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산책뿐이었다. 

한국처럼 인터넷이 빠르지도 않아 유튜브를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카톡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없었다.

수도승 같은 삶이었다. 


할 일이 없어 시간이 나면 텍사스 들판에 누워 파아란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시공간이 뒤바뀌는 것 같았다.

땅에 누워 있는 게 아니라 하늘 어딘가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ywam에서 강조하는 수업 중 하나가 '하나님의 음성 듣기'다. 

나는 매우 엄격하고 보수적인 감리교 신자로 자랐다. 

선물로 받은 방언도 부담스러워서 쓰지 않는 나였다. 

마음 한편에는 듣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지만, 좀처럼 음성을 들리지 않았다.


스쿨리더가 말했다. 

"입을 다물어야 들리지.!" 


대화에 룰이 있다. 

내가 말을 멈춰야 상대가 말을 할 수 있다. 이건 룰이다.

나는 하나님과의 대화에서 절대적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멈추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나는 기도를 멈췄다. 대신 기다렸다. 

하지만 조용히 기다리려고 해도 내 마음속엔 계속할 말이 샘솟았다. 

'제 인생은 왜 이런가요? 저 너무 힘들어요. 하나님 계시긴 한가요?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마음의 말이 멈추질 않았다. 그래서 그냥 하늘을 봤다. 

그렇게 물끄러미 하늘을 보고 있다 보면 마음의 말이 그치고 

하늘이 나를 압도하는 순간이 왔다. 압도당하는 순간이 좋았다. 

가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하늘만 보는 게 무기력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나마 그게 Lindale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평화로운 일이었다. 


그날도 하늘을 오래도록 쳐다보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마음속에 이런 질문이 나왔다.


'네가 보고 있는 호수는 누구의 것이지?'

'글쎄요. ywam 지부에 있으니까 ywam 거겠죠?'


'저 들판은 누구의 것이지?'

'글쎄요. Lindale 소유 거나 텍사스 소유겠죠?'


'그럼 저 하늘은 누구의 것이지?'

'음.. 여기가 미국이니까 미국이라고 해두죠..'


'하늘의 구름은?'

'음... 그러니까. 구름은 떠다녀서 정확하지는 않은데. 그럼 저건 하나님 거요.'


'그럼 너는 누구의 것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간의 세상의 모든 것들에 소유권을 붙인다. 

경계를 나누고 누구의 소유가 될 것인지를 놓고 싸우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땅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누구의 소유인지 밝힐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구름, 빗물, 땅의 경계가 정해지지 않은 곳에서 크는 들풀.

철을 따라 옮겨 다니는 새들. 


인간의 욕심은 세상에 주어진 것들을 모두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본질로 들어가 보면 그 소유권은 아주 한시적이다. 

땅의 법칙에 눈이 멀어 이 땅의 모든 것이 창조주 하나님의 것이라는 것을 잊고 살지만

진짜 소유자는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내게 그 사실을 말해주고 싶으셨던 것이다. 

진짜 소유하고 있는 내게 모든 것을 구하라고 알려주고 싶으셨던 것이다. 


하나님이 텍사스 시골에서 주신 첫 메시지는 '너는 내 것이라!'였다. 

반골 기질이 있어, 일단 반항부터 하고 보는 내게 하나님은 

'너는 내 것이라!' 선포하시지 않으시고 조용히 스스로 깨닫게 하셨다. 


하나님은 젠틀하시다. 

자신의 창조품 하나하나를 아끼신다. 

자신이 만드셨음에도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으로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으신다. 

조용히 알려주신다. 


'너는 내 것이라!' 


하나님은 내가 당신의 소유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인내로 나를 가르치시는 분이셨다.

정성을 들여 내가 그분의 소유임을 알려주신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잘 되는 걸 바라시는 나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나는 소유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능력이 없는데 말도 안 듣는다. 

내가 지구인 중 하나를 골라 일을 시킬 권한이 있다고 하면 절대 나는 안 고를 것이다. 


그런데 그분은 나를 소유하고 싶어 하신다. 

'당신의 것'이라 부르고 싶어 하신다. 

이건 전적으로 하나님이 손해 보는 장사다. 그런데 그 장사를 하신다.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종종 하나님이 내게 질문하셨던 날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하나님이 더 많이 질문해 주시길 기다린다. 

하지만 무례하기 짝이 없는 나는 그분께 질문할 시간을 드리지 않는다. 

당신의 삶에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면 그건 당신이 대화를 룰을 어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말 그분의 음성이 갈급하다면 부디 오늘은 하나님께 대화의 주도권을 내어드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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