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많은 말을 한다.
평일 늦은 저녁시간의 대중목욕탕은 그 넓은 공간에 비해 한산했다. 뜨거운 탕 안에 있자면 할게 사람 구경밖에 없다. 핸드폰도 모니터도 종이책도 없는 유일한 시간. 열탕의 온도를 견디며 명도와 채도, 양감과 길이감이 조금씩 다른 살색의 움직임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몸은 많은 말을 한다.
걸친것도 바른것도 없는 그곳에서마저 몸은 은은하게 그 사람의 취향, 경제력, 성격, 건강을 대변하고 마는 것이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종종 걷는 사람, 몸 여기저기 문신이 있는 사람, 등허리에 뜬지 얼마 안되보이는 부황자국이 가득인 사람, 뼈와 가죽만 있는 몸에 이질적인 크기와 탄력의 가슴이 장착된 사람, 가슴 한쪽이 없는 사람, 척추에 길게 수술 자국이 있는 사람, 팔자 걸음을 어기적 걷는 사람, 두둥실한 몸으로 느릿느릿 걷는 사람, 군살 하나 없이 잔 근육이 쫙 달라붙은 사람, 수영복 모양으로 몸이 그을린 사람, 어린아기 수유중이 아닐까 생각되는 사람, 그저 앳된 사과같은 낭창한 사람...
이토록 여과도 숨김도 없이 대놓고 보여줘도 된단 말인가?
하루종일 나를 꽁꽁 싸매고 걸어잠근 뒤 웃고 일하고 아이를 보고 남편을 대하고 모임을 했던 내 오늘과 대중탕의 벌거벗음간의 갭이 아득한 김 속으로 모락모락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