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서비의 그림 에세이
"엄마랑 통화를 한 시간 넘게 한다고요?"
집안에서 리액션을 담당한다는 솟짜에게는
말이 가볍다. 줄줄줄 내뱉으면서도 그 말들에
감정까지 가득 실어 보내는 게 자연스럽다.
나도 리액션을 담당할 법도 한 막내지만
말이 무겁다. 아침에 세수하고 물기를 닦으니
얼굴에서 쿰쿰한 냄새가 나서 사용한 수건을
그냥 걸어두는 아빠가 양심 없다 생각하면서도
아직까지 입 밖으로 말을 꺼낸 적이 없다.
아빠가 계란 프라이 위에 케첩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줘도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누가 딸이고 아버지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솟짜 옆에서 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는
칭찬을 좋아하는 사람이 됐다.
회사에서 받은 사은품용 무지 다이어리에
심심풀이로 그린 호수 위에 둥둥 떠있는 오리와
풀때기를 본 솟짜가 칭찬을 듬뿍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 눈에는 분명 형편없었는데 리액션 전문가가
진심까지 담아 하는 칭찬은 사고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림쟁이 솟짜의 안정적이고 섬세한 그림을
구경하고 싶어 했고 솟짜는 거침없고 꾸밈없는
내 그림을 좋아해서 만나면 그림을 자주 그렸다.
솟짜는 어릴 적부터 만화 덕후였고
금손을 갖고 있으나 가르쳐주는 재주는 없었다.
다만 묘하게 리액션이 시들시들해질 기미가
보이면 본능적으로 정성을 더 들였다.
"그림 실력이 늘었는데?"라는 말에
"아냐! 원래부터 잘했다고 해줘!"라고 대답했다.
내가 들어오던 칭찬은 늘 같은 크기였는데
실력이 늘었다고 하니 김이 새는 게 아니겠는가
칭찬이 비교적 담백한 집에서 자랐고
가족의 입을 통해 칭찬을 듣길 원하는 아빠와
기다리지 않고 자화자찬을 하는 엄마 사이에서
내가 엄마처럼 행동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결국 아빠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