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초심자용 칭찬

눈서비의 그림 에세이

by 눈서비


"엄마랑 통화를 한 시간 넘게 한다고요?"

집안에서 리액션을 담당한다는 솟짜에게는

말이 가볍다. 줄줄줄 내뱉으면서도 그 말들에

감정까지 가득 실어 보내는 게 자연스럽다.


나도 리액션을 담당할 법도 한 막내지만

말이 무겁다. 아침에 세수하고 물기를 닦으니

얼굴에서 쿰쿰한 냄새가 나서 사용한 수건을

그냥 걸어두는 아빠가 양심 없다 생각하면서도

아직까지 입 밖으로 말을 꺼낸 적이 없다.


아빠가 계란 프라이 위에 케첩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줘도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누가 딸이고 아버지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솟짜 옆에서 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는

칭찬을 좋아하는 사람이 됐다.


회사에서 받은 사은품용 무지 다이어리에

심심풀이로 그린 호수 위에 둥둥 떠있는 오리와

풀때기를 본 솟짜가 칭찬을 듬뿍 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 눈에는 분명 형편없었는데 리액션 전문가가

진심까지 담아 하는 칭찬은 사고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림쟁이 솟짜의 안정적이고 섬세한 그림을

구경하고 싶어 했고 솟짜는 거침없고 꾸밈없는

내 그림을 좋아해서 만나면 그림을 자주 그렸다.


솟짜는 어릴 적부터 만화 덕후였고

금손을 갖고 있으나 가르쳐주는 재주는 없었다.

다만 묘하게 리액션이 시들시들해질 기미가

보이면 본능적으로 정성을 더 들였다.


"그림 실력이 늘었는데?"라는 말에

"아냐! 원래부터 잘했다고 해줘!"라고 대답했다.

내가 들어오던 칭찬은 늘 같은 크기였는데

실력이 늘었다고 하니 김이 새는 게 아니겠는가


칭찬이 비교적 담백한 집에서 자랐고

가족의 입을 통해 칭찬을 듣길 원하는 아빠와

기다리지 않고 자화자찬을 하는 엄마 사이에서

내가 엄마처럼 행동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결국 아빠를 닮았다.



- 8화. 초심자용 칭찬 -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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