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변모

눈서비의 그림 에세이

by 눈서비


"로봇이라고 해도 믿겠어"라고 말하던

솟짜와 일상을 가까이하다 보니 가시털들이

점차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얼떨결에 솟짜에게 집을 소개한 사람이 되니

왠지 내 근처에 있는 동안만은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갖다 주라는 반찬을 들고

배달을 가거나 감기에 걸리면 생강차를 독하게

끓여다 준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웃인 솟짜는 항상 가는 말이 고운 편이고

솟짜 엄마와 자주 통화하는 것을 듣다 보면

소중한 것을 먼저 소중해할 줄 아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가져다준 반찬이 상하기 전에 먹으려

노력하거나 감사의 인사를 하는 모습도 그랬다.


"이 길이 케이크를 자르듯이 가는 지름길이야"

"내가 미취학 아동일 때 여기서 뽑기 했다가

제일 좋은 걸 뽑아서 이상해씨 장난감을 받았어"

"여긴 예전에 살던 집인데.." 길에서 떠오르는

어릴 적 이야기도 들려주며 삭막한 동네에

정겨운 분위기를 심어주기도 했다.


솟짜는 자취 집에 놀러 온 내가 자기 집처럼

있는 모습을 웃겨하곤 했다. 무척 편했다.

안락함과 쾌적함을 위해 내가 성공적으로

영업한 아이템은 노란 조명과 샤워기였다.

서비스로 몽키스패너를 가져와 교체도 해주었다.


어느덧 애착 인간이 된 솟짜와 혼자서는 하지

못 했던 놀이도 제안해 봤다. 도서관에서 빌린

나뭇잎 도감 책을 활용해서 떨어진 나뭇잎을

보고 나무 이름을 알아맞히는 액티비티다.


"아유우 동생이랑 놀아주기 힘드네"

"나 방금 책 떨어뜨릴 뻔했어!" 솟짜는 잘 놀다가

도 나를 웃겨하며 한 번씩 짓궂은 농담을 한다.


솟짜도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변모했다.

평소 렌즈를 끼고 풀메이크업에 하의 실종 패션

으로 출근하여 나를 놀라게 하던 솟짜는 잠시

활동을 멈추었다.


"아유우 솟짜 아버지 오셨어요?" "네에~"

속눈썹이 안경에 닿을 만큼 털이 잘 자라는

솟짜의 하얀 얼굴 위로 방치된 눈썹과 수염이

매번 웃긴 나는 장난스러운 인사를 건넨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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