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너무 똑똑하게 무엇이든 만들어낸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기술이 생기고, 기술이 해결하면 사람들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은 그 고민 자체가 필요할 때가 있다.
고장 난 걸 잘 고치는 손의 감각, 무언가를 새로 만들기까지의 망설임, 모든 과정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겁이 난다.
우리는 뭔가를 잘 만드는 것보다(여기서 '잘'은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빨리 만들고, 많이 만들고 싸게 만들기를 훨씬 더 좋아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나의 삶에서 오래 살아남은 것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다.
아빠에게 물려받은 오래된 셔츠, 친구가 만들어준 그릇 따위나, 손으로 눌러쓴 한 줄의 편지처럼 어쩌면 쓸모보다 감정이 먼저였던 것들. 나는 그런 게 좋다.
남들이 보기엔 비효율적이고 어설픈데도 이상하게 오래 나의 곁에 남아 있다. 그게 꼭 물건은 아니어도, 사람도 그렇고 기억도 그렇고 삶이라는 게 그런 듯하다.
도대체 똑바로 된 것만 살아남는 세상은 좀처럼 편하지가 않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라도 조금 서툴고, 어설픈 것들을 여전히 좋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