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다 되었다고 바로 뚜껑열면 안돼!
작업을 하다 보면 대상을 너무 가까이서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보면 점점 왜곡된 채 작품이 완성되는 경우가 생긴다. 분명 다듬고 있다고 믿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처음에 의도했던 형체는 온데간데없고 괴랄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이질적인 결과물만 황당하게 만지작거린다. 시야가 좁아진 것이다. 너무 오랜시간 가까이 들여다본 탓에 결과물은 수정을 거듭할 수록 방향성을 잃고 혼돈의 결과만 남는다.
그럴 때면 나는 엄마가 밥을 지으며 하시던 말씀을 종종 떠올린다.
밥 다 되었다고 바로 뚜껑열면 안돼!
쌀이 밥이 되기 위해서는 강한 열기도 필요하지만, 불을 끄고 김이 고루 퍼지며 전분이 안정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짧은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솥뚜껑을 열어버리면 밥은 설익고 만다. 작업도 비슷하다. 초안을 잡고 밑작업을 마친 뒤에는 반드시 내 뜨거운 시선을 식는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 밖으로 걸어 나와 먼 산을 보거나, 차가운 공기를 마시는 등,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시간동안 뇌는 왜곡된 시야를 리셋한다.
작업물과 나 사이 적당한 거리를 두자. 스스로 제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를 포함된 과정까지가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감이 급할수록 그 뜸 들이는 시간을 생략하려 든다. 여백 없이 몰아붙인 작업물은 보는 이에게도 그 조급함이 설익음으로 남아 피로감이 고스란히 작품에 전해진다. 지금 내 눈앞의 결과물이 괴상해 보인다면, 그것은 내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도 작업물이 잘 익기 위한 뜸의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뿐 일지도. (하 빨리 마감 끝내야하는데 ㅠㅠ.. 제길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