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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요 Feb 04. 2024

최인아 책방

반가움은 공백이 가져다준 시간의 선물




반가움이란 잊고 있던
공백이 가져다준 시간의 선물이다.
앞으로 나에게 얼마나 많은 반가움이 남아있을까.







올 때마다 기분이 요상해지는 최인아책방. 사실 이곳은 나의 까마득한 고등학교시절, 생의 첫 마스터클래스를 한다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드레스를 입고 갔던, 아득한 시절 공간이다.


당시 나는 너무 떨려서 가만히 있어도 발꿈치가 땅에 닿지도 못하게 달달 떨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공간이 예뻐 보였는지 구석구석 마음속으로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높다랗게 달려있던 두 개의 샹들리에와 낯설고 신선하게 느껴졌던 2층 테리스형 공간, 선릉역이라는 장소와는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유난스럽게 꾸며진 유럽풍 인테리어는 새로 산 드레스를 입은 나에게 현장의 몰입감을 높여주기 충분했다. 아마 ‘모차르트 생가가 이렇게 생겼을까’ 하며 속으로 상상을 해보기도 했던 것 같기도.



(좀 전 화장실에 갔다가 금동으로 칠해진 참새모양의 휴지걸이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지금 봐도 깨알 같은 디테일은 여전하다)



사진출처 : 최인아책방 인스타그램



이제는 최인아 책방이라는 만인의 공간이 되었지만,

십여 년 전 이 장소는 미지의 장소였다. 홀 이름도 무슨외국 여자이름으로 되어 있었는데. 여튼 오랜만에 구석구석 장소를 둘러보며 ‘이곳은 참 그대로구나. 나이는 나만 먹었네’하는 생각과 함께 반가움이 가져다준 씁쓸함을 마주한다. 반가움은 그간의 잊고 있던 공백이 가져다준 시간의 선물이다. 앞으로 나에게 얼마나 많은 반가움이 남아있을까.



길을 나오며 최인아 작가님의 친필사인이 담긴 책 하나를 들고 나왔다. 보라색 표지의 책은 이곳 최인아 서점에서만 살 수 있다는 손글씨로 적힌 카피에 마음이 분주해져 냉큼 집었다. 언젠가 이 책도 시간이 흘러 또 다른 반가움을 가져다주겠지.





2024.01.24

최인아책방 모퉁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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