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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 본디 겁이 많기 때문에,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게 된다. 그래서 인생에서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는 것 같다. 해상도가 낮은 미래를 총천연색으로 보이게 해 줄 명쾌한 답변이 어딘가에 있기를 바라면서.
근래 진로변경을 고민하면서 큰 어려움에 빠져들었다. 십 년이 넘게 몸 담아 온 직장을 떠난다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싶었기 때문이다. 내 직업을 다른 사람들은 꿀 빠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부자로서 직장의 상황이 더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나를 더 불안하게 했다.
그래서 친구들, 가족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앞으로 무얼 하면 좋을까? 근심 어린 표정으로 미간에 내천자를 만들며 인중을 늘여 오랑우탄 표정을 만들어 보였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다들 내 진로변경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듯했다. 소중한 이들의 무관심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잘 생각해 보면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시달리고 있었고,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모두가 내 코가 석자였고, 오랑우탄 표정을 짓고 싶었지만 참고 있는 것이었다. 자기 자신의 삶을 버겁게 지고 가는 이들에게 나를 위해서 고민을 해달라고 하는 것은 조금 뻔뻔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뭘 잘하는 것 같아? 나는 뭘 재미있어하는 것 같아? 같은 질문을 다른 사람한테 묻는다는 것이 사실 어불성설인지도 모르겠다. 답은 본인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 다만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을 뿐이다. 내가 어느 정도의 재능이 있는지, 그 분야에 종사해도 될만한 재능일지, 아니면 밥 굶을 정도의 미미한 재능일지.
어쩌면 다른 사람의 조언을 따른다는 것은 실패했을 때 타인의 탓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십 대에 나는 진로 선택을 그런 식으로 했다. 하고 싶었던 것이 없었기에 남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직업을 선택했다. 모두가 좋다고 하는 직업이 나한테도 좋은 것일까 하는 고민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내가 선택하고 실패를 해야, 그 실패가 내 것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헤맸던 경험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것이고.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이번에는 타인에게 자문을 구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자문을 통해 미래를 열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