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옥이네 2021년 9월호(VOL.51) 여는 글
이런 제목을 달면 여기저기서 원성을 들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도 위의 빨간 구역으로 표시된, 소멸 위기 지역에 살고 있으면서도 속 편한 소리를 한다고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초고령사회 등은 이른바 ‘3대 인구 위험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옥천은 1970년대 이후 계속 인구가 감소해온 데다 고령화율 3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이니 이 3대 위험요인을 모두 갖춘 지역이군요. 때문에 매년, 아니 사실 매월 인구 얘기를 하는 게 어색하지 않은 동네이기도 하고요. “지난달엔 옥천읍에서 몇 명이 늘었는데 청산면, 이원면에서 몇 명이 줄어 전체 인구는 감소세야”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행정기관 뿐 아니라 주민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이다 보니 온갖 인구 늘리기 사업이 만들어지고 실행되기도 합니다. 2021년 현재 옥천군 인구 관련 사업은 총 55개, 예산으로 따지면 84억 원이 넘습니다. 실제로 이들 사업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정량적 기준과 함께 정성적 기준으로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요.
옥이네 이번 호에서는 인구 감소를 막으려는 지역의 노력과 작은 학교를 통한 지역 살리기 이야기를 담습니다. 지난해 이맘 때(2020년 10월호)에도 작은 학교를 특집으로 담았는데, 이번엔 ‘인구’에 초점을 맞춰 바라봤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면내 유일한 초등학교의 분교장 격하를 막으려 노력한 끝에 학교 살리기 운동의 성과를 만들고 있는 청성초등학교 이야기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다른 지역에도 영감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당장 한두 명의 학생과 그에 따른 소수의 전입이지만, 이것이 지역에서는 얼마나 소중한 인적 자원이 될 수 있는 지도요. 어찌되었든, 농촌 학교는 도시와 달리 지역 교육·문화 거점이자 공동체 활성화의 기반이 된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옥천군 아동정책공모전 수상팀과 그들이 제안한 정책, 지난해부터 고래실이 지역 주민들과 꾸준히 만들어가고 있는 청소년자치배움터 징검다리학교, 옥천행복교육네트워크 주최 강연에서 마을 교육 공동체 활성화의 의미를 전한 경남의 박경화 선생님 이야기 등은 지금 우리 공동체의 나침반이 되어 주리라 기대합니다.
‘이런 거 한다고 인구가 늘겠나? 좀 더 확실히 눈에 띄는 무언가가 필요한 거 아니겠나?’ 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당장 ‘소멸’의 위기 앞에 당연한 질문일 테고요.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농촌에 쏟아부어진 온갖 사업(주로 토목 중심의)이 실제로 농촌의 지속가능성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를 떠올린다면, 이 질문은 이제 접어두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대규모 예산 투입에도 여전히 소외된 사람과 지역이 많음을 다시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 이번 옥이네에는 그런 차원의 활동과 사람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숫자에 매몰되기보다 실제 삶의 모습에 눈을 돌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역의 삶이 나아질 때 인구 감소라는 숙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가운데 흉흉한 소식도 계속 들려옵니다. 가깝게는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 여성 2명을 살해한 전과 14범의 이야기, 조금 멀게는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 정권에 난장판이 된 아프간의 상황 등을 보며 또 한 번 절감합니다. 이토록 위험한 세계에서 인구를 늘려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인간이 만든 위기 앞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우리가 세대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일일까.
어느 곳에서든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꿈꾸는 것이 이토록 어렵습니다.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걸어갈 길의 방향과 함께 걸어갈 수많은 생명을 떠올려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