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가 되어도 미운 아기오리

by 하늬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날이에요. 엄마 오리는 마지막 남은 하나의 알을 소중히 품고 있었어요.

“빠지직” 알에 금이 가는 소리가 났어요. 막내 동생을 보겠다고 몰려든 아홉 마리의 아기 오리들은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눈이 빠져라 알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스무 개의 눈이 집중한 알에서 드디어 마지막 아기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어요.

그런데 막내는 노란빛의 아기 오리들과 달리 깃털도 회색이고 생김새도 조금 달랐어요. 하지만 아기들은 모두 사이좋게 지냈어요, 가끔 아옹다옹하며 싸울 때도 있었지만요. 엄마 오리도 아기들을 모두 똑같이 예뻐했어요. 엄마는 이 회색빛 깃털의 아기에게 ‘그레이’라는 애칭을 붙여주었죠.


파란 연못이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합니다. 열 마리의 아기오리는 엄마 오리를 따라 한 줄로 쪼르르 놀러가고 있어요. 모두들 신이 나서 “오리 꽥꽥, 오리 꽥꽥” 하며 노래를 불렀죠. 그런데 연잎 위에 앉아있던 개구리가 폴짝 뛰어 그레이 곁으로 왔어요.

“미운 아기 오리야, 왜 너만 형제들과 몸 색깔이 다르니?”

그레이는 못 들은 척 했지만, 개구리는 계속 그레이를 쫓아오며 말했어요.

“넌 노랫소리도 다른 오리들과 다른데? 꽥꽥 소리가 아니잖아. 너... 주어온 아이구나? 하하하”

그레이는 신나던 기분이 확 가라앉았어요, 더 이상 노래를 부르는 것도 즐겁지 않았죠.

어느덧 연못에도 어둠이 내려앉았어요. 집으로 돌아온 그레이는 엄마에게 물었죠.

“엄마는 진짜 내 엄마가 아니야?”

엄마는 깜짝 놀랐지만, 침착하고 다정하게 대답해주었어요.

“아냐, 그레이. 그레이는 엄마의 소중한 아기란다.”

그레이는 안도했어요. 그런데도 왠지 서러워 눈물이 나왔죠. 그레이는 울먹거리며 말했어요.

“그런데 엄마, 왜 나는 형들이랑 다르게 생긴 거죠?

엄마는 그레이를 품에 안고 한참동안 깃털을 가지런히 만져 주었어요.

“그레이는 특별하고 사랑스런 엄마의 아기란다. 우리는 모두가 누구나 조금씩 다른 점이 있어. 하지만, 다른 것은 절대 틀린 것도 나쁜 것도 아니야.”


KakaoTalk_20210810_161224005.png EBS_동물_0041, 한국교육방송공사, 공유마당, CC BY


그로부터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그레이는 더 이상 회색빛 깃털이 아닌, 하얗고 눈부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했어요. 그레이가 어떤 모습이건 간에 엄마 오리와 형제들은 그레이를 똑같이 귀여운 막내 동생으로 사랑했어요.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이었어요. 비를 피해 갈대숲 아래에 몸을 피해있던 그레이에게 두꺼비가 다가와 시비를 걸었어요.

“야, 뚱땡아. 네가 그렇게 덩치가 크고 많이 먹으니까 조그만 우리 연못에 먹을 게 남아나질 않잖아.”

두꺼비는 자신은 배가 불러 씩씩거리면서도 계속 먹을 걸 찾아다니면서, 그레이를 구박했어요.

“흥, 뚱뚱한 건 나쁜 게 아니야. 게다가 덩치로 보면 너도 만만치 않잖아. 그렇게 연못이 걱정되면 너나 그만 좀 먹는 게 어때?”

그레이는 두꺼비에게 그렇게 쏘아주고, 빗속을 고고하게 헤엄쳐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쏟아지던 비는 줄었지만 여전히 연못에 방울방울 동그라미를 그리며 내리고 있어요. 그레이는 왠지 오늘 입맛이 없어요.

“형, 내가 덩치가 많이 큰가?”

하루 종일 먹는 둥 마는 둥 한 그레이는 제일 큰 형 오리에게 물었어요.

“넌 나보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길지. 그래서 내가 널 부러워하잖아.”

형은 그레이를 장난스럽게 툭툭 치며 웃었어요.

“그럼 내가 뚱뚱해?”

그레이는 다시 형에게 물었어요.

형은 웃음기를 지우고 그레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물었어요.

“누가 너보고 뚱뚱하다고 해?”

그레이는 슬쩍 형의 눈길을 피하며 딴 곳을 봤어요.

“아니, 그냥. 내가 너무 많이 먹나 해서...”

형은 ‘누가 또 우리 막내 동생에게 이상한 말을 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레이에게는 내색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말했어요.

“하하, 키가 큰데 당연히 많이 먹어야지. 많이 먹고 튼튼한 게 최고야.”

그레이는 고개를 숙인 채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어요. 깃털이 회색에서 하얀색이 되었어도, 여전히 자신은 가족들과 다르다는 것이 그레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어요. 연못이 빗방울이 어른거리는 것이 마치 자신의 마음속에 내리는 눈물 같아 그레이는 더욱 슬퍼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그레이는 자신과 놀랍도록 비슷하게 생긴 백조들을 발견했어요.

“우리는 유럽에 사는 백조야. 겨울이면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가 봄이면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곤 하지.”

백조들의 대장이 그레이에게 제안했어요.

“너도 우리 가족 같은데, 같이 유럽으로 가보지 않을래?”

그레이는 고민이 되었어요. 이제까지 살아온 작은 연못가 아닌 넓은 세계가 궁금하기도 했고,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진짜 가족을 만난 것 같아 반갑기도 했죠. 한편으로는 평생 함께한 엄마 오리와 형제들을 떠나는 것이 슬펐어요.

“엄마,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엄마 오리는 미소를 지으며 그레이를 보듬어 안아주었어요. 이제는 엄마보다도 더 큰 그레이였지만 여전히 엄마가 안아주면 불안했던 기분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마음이 따뜻해졌죠.

“그레이, 너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렴. 너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원하는 곳에 있으면 돼. 우리가 잠시 떨어져있고, 네가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도, 너는 언제까지나 사랑스런 엄마의 아기란다.”

엄마의 품속에서 그레이는 눈을 감았어요.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온 몸으로 따뜻함이 퍼지는 것 같았죠. 그레이는 다시 눈을 뜨고 엄마를 바라봤어요.

“엄마, 그럼 나는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모험을 하고 싶어요.”

그레이는 엄마와 형제들에게 씩씩하게 인사를 했어요.

“엄마, 형, 누나 모두모두 사랑해요. 막내 그레이 건강하게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는 백조들과 함께 높이 날아올랐어요. 햇살은 엄마 품처럼 따스하게 그레이를 비춰주었어요.


KakaoTalk_20210810_161224787.jpg 스위스파리베네치아_유럽_0643, 이민아, 공유마당, CC BY





꼭 입양 가정이 아니더라도, 부모 형제와 닮지 않아 고민인 아이들이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다들 예쁘고 잘생겼는데, 왜 나만 못난이인 거야? 왜 나만 살이 찐 거지? 등등 말이죠. 비단 외모뿐만이 아니라 성격이나 행동이 눈에 띄게 다른 아이들도 있습니다. 다들 공부를 잘하는데, 나만 모자라서 성격이 나쁘다고 비관하는 경우도 있죠. 사람마다 다른 것은 당연하고 그러한 개성은 자신만이 가진 매력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작은 세계에서는 큰 고민거리가 될 수 있는데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왕따라는 사회 문제도 결국 남들과 다른 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왕따를 당하는 사람이 못나서도 약해서도 아닌데요. 미운아기오리였던 그레이가 아름다운 백조가 된 후에도 여전히 가족과 다른 모습인데서 소외감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죠.


엄마 오리의 말처럼 그레이가 계속 연못에서 살아가도, 다른 넓은 세계로 나가도 어떤 선택이 더 옳다 그르다는 없습니다. 왕따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그 학교를 계속 다니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건 혹은 혼자 공부하기를 택하건, 그 아이의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하겠죠. 다만 아이 스스로 더욱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면 되는데요. 이러한 선택을 할 때 가족과 친구, 주위 사람들의 변함없는 애정과 관심이 있다면, 아기오리는 그 길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제목과 함께 있는 그림 출처입니다.

; 오리가족, 루팡, 공유마당, CC BY-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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