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 인삼, 황기, 대조, 찹쌀의 효능
삼복더위가 성큼 다가왔다.
올해는 7월16일(庚午) 초복을 시작으로 열흘 후인 26일(庚辰) 중복, 그리고 20일 후인 광복절 8월15일(庚子)이 말복이다. 일반적으로 초복과 중복, 중복과 말복 사이의 기간은 열흘 정도 되지만 때에 따라서 중복과 말복은 20일 차이가 날 때도 있다. 이는 초복과 중복은 하지로부터 각각 3번째, 4번째 경일(庚日)이지만 말복은 입추 후 1번째 경일로 입추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는 24절기 중 10번째, 입추는 13번째 절기에 해당하지만, 복날은 24절기에는 속하지 않는다.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운 삼복, 몸보신을 위해 복날만큼은 좀 더 영양가 있는 음식을 찾게 된다. 그래서 복날에는 삼계탕, 추어탕, 장어 등 고단백 음식을 주로 먹는다. 요즘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복날 음식을 먹지만, 그래도 여전히 복날이면 닭요리, 그 중에서도 삼계탕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 장승업필계도(일부) 장승업, 19세기, 종이에 담채, 142.2 × 36.9cm ⓒ 국립중앙박물관
<동의보감>에서는 단웅(붉은 수탉), 백웅(흰 수탉), 오웅(오골계 수탉), 오자(오골계 암탉), 황자(누런 암탉)와 계자(달걀)까지 닭의 종류에 따른 효능을 설명한다.
이 중 오골계(烏骨鷄)는 뼈가 검은 닭으로, 털은 꼭 검은색만 있는 것은 아니며 흰색, 붉은 갈색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수탉인 오웅계는 입맛이 없고 쇠약할 때, 넘어져서 뼈가 부러져 아플 때 좋다고 강조했다.
▲ 모계영자도(일부) 변상벽, 18세기, 비단에 색, 101 × 50 cm ⓒ 국립중앙박물관
닭과 고양이 그림에 뛰어나 '변계', '변고양이'라고 불렸던 조선 후기의 화가 변상벽의 그림 '어미닭과 병아리'이다. 실학자 정약용은 이 그림을 보고 감명 받아 시를 남겼는데, 그의 저술을 정리한 문집인 <여유당전서>에서 찾을 수 있다.
변상벽을 변고양이라고 부르듯이 고양이 그림으로 유명하네
이번에 다시 닭과 병아리의 그림을 보니 마리마다 살아있는 듯하네
...(중략)
후문에 듣건데 처음 그릴 때 수탉이 오인할 정도였다네
역시 그가 고양이를 그렸을 때 쥐들도 마찬가지였을까
▲ 자웅장추 변상벽, 18세기, 종이에 채색, 30 x 46 cm, 간송미술관 소장 ⓒ 한국데이터베이스산업진흥원(CC BY)
'암수탉이 병아리를 거느리다'는 제목의 변상벽의 또 다른 닭 그림이다. 화면 왼쪽은 앞의 그림인 '모계영자도'와 상당히 비슷하다. 모이를 물고 있는 어미닭 주변으로 모여든 병아리들이 사랑스럽다. 오른쪽에는 한껏 목털을 부풀리고 두 가닥의 긴 꼬리를 자랑하는 듯 한 새카만 털의 수탉이 있는데, 위아래로 붉은 벼슬은 검은 털과 대비되어 인상적이다. 세 마리의 닭 모두 귀 밑에 하얀 벼슬이 있는데, 조선 고유종임을 알려주는 특징이라고 한다. 수탉의 그 허세에 비해 뒤에 있는 하얀 암탉은 존재감이 미미해 보인다. 하지만 이 흰 닭이 오골계였나보다.
후배 화가인 마군후가 남긴 왼쪽 위에 있는 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흰털 검은 뼈로 홀로 무리 중에 우뚝하니, ... 의원에서 방법을 듣고 신묘한 약을 달여야겠는데, 아마 인삼과 백출과 함께 해야 기특한 공훈을 세우겠지.(白毛烏骨獨超群, ... 聞道醫家修妙藥, 擬同蔘朮策奇勳.)"
닭을 인삼과 같이 넣어 삼계탕으로 만들어 먹겠다는 표현도 재미있다.
삼계탕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인삼과 닭이 들어간다. 그 외에 찹쌀, 대추, 황기 등의 재료를 활용한다.
인삼의 학명은 'Panax Ginseng'으로, 파낙스(Panax;인삼 속)에는 '만병통치약'이란 뜻이 포함되어 있다. 인삼 자체로도 훌륭한 보약이지만, 황기나 백출과 함께 사용하면 기력이 없고 소화기능이 약할 때 더욱 효과적이다. 특히 황기는 허약해서 식은땀이 절로 날 때 좋다.
대추(약재명 대조)는 설사, 복통이 있을 때, 입이 마를 때, 잘 놀라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데에도 효과적인 보약이다. 찹쌀(나미)는 평상시 우리가 밥으로 먹는 멥쌀(갱미)보다 소화가 잘 되며, 나도 모르게 땀이 많이 나고 설사가 있을 때 좋다.
또한 삼계탕에 들어가는 인삼과 닭, 찹쌀, 황기, 대조는 모두 성질이 따뜻한 편이다. 날이 덥고 갈증이 나다보니 여름철에는 자칫 시원한 음식과 찬 음료를 지나치게 먹곤 한다. 하지만 날이 더울수록 속은 차지기 쉬우니, 복날만이라도 몸에 좋은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도 건강한 여름나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한의사와 함께 떠나는 옛그림 여행'에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