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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늬 Mar 04. 2023

기침 날 때 생각나는 도라지

목이 뻣뻣하고 움직이기 힘들 때 활용하기도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우리에게 익숙한 경기도 지방의 도라지타령이다. 그만큼 도라지는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의 생활 속에서 함께 한 친근한 식물이다. 도라지는 흉년이 들었을 때, 구황식으로도 이용했다.

             

▲ 하마가자 정선, 비단에 채색, 30.5x20.8cm, 간송미술관 소장    ⓒ 공유마당(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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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이 그린 8폭 병풍 화조화 중 한 폭인 <하마가자>이다. 하마는 두꺼비, 가자는 가지를 뜻하는 한자어이다. 화면의 왼편은 꽃이 핀 가지가, 아래편에는 붉은 눈의 두꺼비가 있다. 오른쪽에는 도라지꽃이 피어 있고, 맨 아래쪽에는 쇠똥벌레를 그렸다. 보라색 가지꽃과 파란색 도라지꽃이 조화를 이루어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 초충도8곡병: 어숭이와 개구리 신사임당, 16세기, 종이에 채색, 34x28.3cm    ⓒ 국립중앙박물관


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전하는 초충도8곡병 중 하나인 <어숭이와 개구리>이다. <추규와 개구리>라고도 부른다. 화면의 가운데를 차지하는 것이 주황빛을 띤 어숭이꽃(황촉규)이다. 왼쪽에는 도라지꽃이 있고, 꽃들 주위에는 잠자리와 나비 두 마리가 날아다닌다. 땅에는 개구리와 여치(이 그림을 설명하는 자료에 따라, 여치가 아니라 메뚜기라고도 한다)가 있다.


             

▲ 화조묘구도(일부) 이암, 16세기, 비단에 채색, 86.4x43.9cm        ⓒ 공유마당(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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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암이 그린 <화조묘구도>의 부분이다. 꽃과 새, 고양이와 개를 그린 그림으로, 위쪽의 생략된 부분에는 동백꽃과 나무 위의 고양이, 새 2마리가 있다.


고개를 갸웃하며 앉아있는 강아지의 앞에 피어있는 것이 도라지이다.


이암(1499~?)은 세종대왕의 넷째 아들인 임영대군의 증손으로, 종실 화가이다. 그는 개, 고양이 등의 영모화, 화조화에 뛰어났는데, 특히 개 그림에 있어서는 조선 회화사를 통틀어 제1인자로 손꼽힌다.


그 명성은 일본에도 알려져, 일본의 화가에게 영향을 끼쳤다. 한때는 화조묘구도 그림도 일본 화가의 것으로 오인되기도 하였다. 


             

▲  도라지꽃        ⓒ 픽사베이


도라지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여름에 꽃이 핀다. 초롱꽃과는 더덕, 잔대, 만삼 등 여러 식용, 약용 식물이 속해있다.


7~8월이면 끝이 5개로 갈라진 통꽃이 피는데, 보통 보라색이지만 흰색도 있다. 꽃의 지름은 4~5cm 정도이며,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에는 마치 풍선처럼 공기가 들어 있다. 수술은 5개, 암술은 1개인데 암술머리는 5개로 갈라진다.



한약재로 쓰일 때는 길경이라고 부르는데, 도라지의 뿌리를 그대로 혹은 주피를 제거하여 이용한다. 길경이라는 이름은 뿌리가 단단하고 곧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경(梗)에는 줄기라는 뜻 외에 '굳세다, 곧다'라는 의미가 있다. 경초(梗草)라는 이명도 있다.


길경은 2천년도 더 전부터 약재로 쓰였는데, 가을이나 봄에 뿌리를 캐서 햇볕에 말려 사용한다. 맛은 맵고 쓰며 냄새가 약간 있고, 성질은 차거나 더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평하다.

             

▲  길경    ⓒ 윤소정



길경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기침을 멈추게 하고 가래를 삭이는 효과가 있다. 인후통, 편도선염, 감기 등에 널리 쓰인다.


폐의 기운을 잘 통하게 하고, 답답한 가슴을 풀어준다. 이로 인해 간접적으로 비위를 소통시켜 소화를 돕는다. 소변량이 적고 소변을 잘 보지 못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 고름을 빼내는 효과도 있다.


또한 가볍고 위로 뜨는 성질이 있어, 몸의 위쪽이 아플 때 다른 약재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잠을 잘 못 자고 일어나 목덜미가 뻣뻣하고 당기거나 목을 잘 움직이지 못하고 통증이 있는 증상에 사용하는 회수산(回首散)이라는 한약이 있다.


이 처방에는 근육을 풀어주고 통증을 없애주는 강활, 독활, 모과 등의 약재가 들어가는데, 이와 더불어 길경이 들어간다. 이는 길경 자체에도 진통, 소염 작용이 있지만, 다른 약들을 실어 이끌고 위로 올라가 아픈 부위(목)에 도달하는 효능 때문이다. 그렇기에 목이나 머리 등 몸의 윗부분에 질병이 생겼을 때 길경을 다용하는 것이다.


한편 길경에는 인삼에 많이 들어 있다고 알려진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다. 이로 인해 항산화, 항염증, 항비만과 항암 등 약리작용이 보고되었다. 항 당뇨, 항 알레르기, 항 지방간 및 진통 작용도 있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한의사와 함께 떠나는 옛그림 여행'에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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