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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야 Jun 16. 2024

30대 남자 예비 간호조무사 이야기_1

약한 모습의 옛날의 나에겐 안녕을 고해

30대, 남자, 백수, 겁쟁이, 히키코모리

하지만 방탈출 할 이유..


법의간호사(일단 간호조무사)라는 목표가 생기고 어느덧 3주가 흘렀습니다. 최근 몇 년 중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던 3주였어요. 몇 달 동안 기웃거리기만 했던 간호학원에 등록했고, 난생처음 영어(토익) 공부를 시작했고, 컴퓨터에 모든 게임을 지웠고, 축구, 게임 유튜브 채널의 구독을 모두 끊었고, 미약하지만 운동하는 습관도 들이고 있습니다. '일단 해 본다!'라는 마음가짐이 생기니 MBTI도 J에서 P로 바뀌었네요. ^^;,,,,,


간호학원 같은 반 68세 남성분께서 점심을 사주셨어요. 저도 보답을 해야 하는데 매번 타이밍을 놓치네요ㅠ


앞자리에 50대 여성분께서 나눔 해 주신 과일과 김밥. 점심때마다 신경 쓰이게 해 드리는 것 같아 요즘은 공원 혹은 카페로 피신하는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아무래도 여성분들로 가득 찬 간호학원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이었어요. 두려움과 설렘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던 1주 차가 지나고부턴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교실에서 열심히 뚝딱거리는 중입니다. 선생님들께서 수업 시간마다 출석을 부르시는데 "넵!", "네!", "네에-", "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다 "..ㄴ..네헼!?!"이라고 대답해 버리는 그런 제가 부반장이 되었다는 게 반전이에요.


월수금마다 푸시업 챌린지 중입니다. 6주 차가 되었을 때 100개를 달성하는 걸 목표로.


월-금 8시간씩 앉아서 수업을 들으니 뱃살은 나오고 엉덩이는 쳐지는 느낌이 들어서 쉬는 시간마다 틈틈이 계단 오르기를 하고 있어요. 참고로 학원은 7층...!


내일이 되면 간호학원 3주 차에 접어드는데요. 1교시를 마치고 담임선생님과의 개인상담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마 9월에 실습 나갈 때 어느 과를 희망하는지도 여쭤보실 것 같은데, 부디 자신 있게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중에 한 곳을 경험하고 싶다고 대답하길 내일의 저에게 간절히 바라봅니다. 제가 브런치에서 유일하게 구독 중인 저의 롤모델 작가님으로부터 "절대 소심하지 않고 오히려 거침없으신 듯" 하다는 얘기를 들어서 기분이 날아가는 요즘인데 내일은 정말 거침없는 제가 되었으면..!!!!!!


동생과 카페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요즘 가장 큰 낙입니다 :D


수업 내용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고, 영어도 외계어로 느껴지고,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는지 여전히 100% 확신은 들지 않지만, 그저 하루하루의 습관이 쌓여 운명이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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