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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킴 Apr 04. 2024

non-꼰대 마인드로 닌텐도를 부활시킨: 이와타 사토루

이와타씨에게 묻다 by 호보닛카이토이신문 (오연정 번역)



On my business card,
I am a corporate president.
In my mind, I am a game developer.
But in  my heart, I am a gamer

명함 속에 나는 사장입니다.
머리 속에 나는 개발자입니다.
하지만, 마음 속에 나는 게이머 입니다




0.

사실 이 책이 아닌 다른 책을 찾다가 우연히 알게 돼서 읽게 된 케이스. 젤다 덕후인 나는 <젤다의 심리학, The Psychology of Zelda>라는 책을 찾으려다가 <이와타씨에게 묻다, Ask Iwata>를 알게 되었다. 닌텐도 스위치를 연상시키는 앙증맞은 컬러에 귀여운 이와타씨의 캐릭터가 그러져 있는 이 책을 지나칠 수가 없었고 3일 안에 완독을 했다. 너무 좋았던 나머지 동생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었다.



1.

이와타는 2002-2015년 사이 닌텐도 CEO로 죽어가던 닌텐도를 다시 부활시킨 인물로 게임계에서 유명하다. 2015년에 그는 갑작스럽게 사망하지만, 그 후 그가 했던 인터뷰 등을 토대로 만든 책이 바로 <이와타씨에게 묻다> <Ask Iwata>이다.


유년시절을 닌텐도 슈퍼 패미컴과 게임보이로 보낸 나에게 닌텐도라는 회사는 나의 마음속에 항상 특별한 공간을 차지한다. 이 책은 닌텐도의 경영 전략과 역사에 대해 말하기보단 이와타의 리더십,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마치 지혜롭고 똑똑하지만 신사적인 삼촌이 쓴 손 편지를 읽는 느낌이랄까.




2.

닌텐도 CEO가 되기 전에 이와타는 HAL이라는 게임계발회사 (닌텐도의 세컨드 파티)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HAL은 경영위기를 겪게 된다. 그리고 엎친데 덮친 격 이와타는 15억 엔의 빚이 있는 HAL의 CEO가 된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그는 엄청난 리더십과 샤프한 경영마인드로 회사의 모든 빚을 청산하고 더 나아가 닌텐도의 CEO가 된다.




3-1.

우선순위

이와타의 리더십과 경영철학은 크게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선순위.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여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나의 자신과 회사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자각한 후에, 무엇이 무엇보다 우선인가를 명확하게 아는 것, 순번을 붙이는 것, 이것이 경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타는 회사가 잘하는 것은 살리고, 서투른 것은 드러내지 않는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었다.  




3-2.

Non-꼰대 커뮤니케이션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와타가 6개월에 한 번씩 전 직원과 면담을 한 거다. 닌텐도라는 큰 회사에서 전 직원과 일대일 면담을 6개월마다 가진다는 건 정말로 대단한 일이다.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는 '보스가 나의 일을 제대로 알아주는 회사'이거나 '보스가 나의 행복을 제대로 생각해 주는 회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너무나 맞는 말이지만 이런 마인드를 갖고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리더가 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심지어 상사가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말하고 끝내는 면담이 아닌 "상대방이 후련해질 때까지" 했다고 한다. 그게 몇 시간이 되었든.

우리가 흔히 듣는 말인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아"와 달리 그는 사람은 변한다라고 믿었다.


"물론 변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변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보스밑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프로그래머이기도 했던 그는 실수는 기계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명확히 알고 있었다. 실수는 기계가 아닌, 기계 밖에서 일어난다는 걸. 즉,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오롯이 본인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그가 직원들과 소통할 때도 연장되었다.


"나는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할 때에도, 내 말이 잘 전해지지 않았다면 그 사람을 탓하지 않고 내 쪽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이 사람이 내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공감하지 않는 것은 내가 최선을 다해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한 여러 위인들과 마찬가지로, 이와타도 문제점을 나 자신에게서 찾으려 했고 자기 자신이 변해야 한다고 믿었다.




3-3.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사람은 누구나 변화를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익숙한 걸 하는 게 가장 편하니까. 나도 일할 때 치과조무사들에게 새로운 걸 하자고 제시하면 열에 아홉은 불평과 불만을 퍼붓는다. 하지만 더 성장하고 나아지기 위해서는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 특히 창업과 경영에서는 시장 환경, 고객의 욕구, 정보의 전달방식 등 모든 게 계속해서 변해가기 때문이다. 회사도 현실을 부정해서는 안되고 변해야 한다. 저번에 읽은 Tony Fadell의 <빌드, Build>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It's either grow or die. Stasis is stagnation. Change in the only option"


닌텐도처럼 이미 한번 성공을 체험한 집단은 더더욱 변하기가 어렵다. 이와타는 리더로서 변해가는 주위 만물에 더더욱 민감해져야 하고 지금 하고 있는 방식이 정말로 좋은 건지, 옳은 건지 생각하고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창업자들이 한 번쯤 하는 고민이 있다면 이걸 계속 밀고 나가야 하는지, 피봇 (pivot)을 해야 하는지 일거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불안한 건 당연한 거라고 이와타는 말한다. 남들과 다른 길을 취하는 것은 본래 두려운 일. 그리고 언제 변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피봇을 해서 방향을 틀었을 때 그게 과연 닌텐도에게 맞는 길일지는 1년, 3년, 아니 5년 후에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와타는 말했다 "현재의 연장선상에 미래는 없다"라고 생각한다면 그 길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건 의미가 없기에 결심을 굳히고 방향을 틀라고.


그렇게 이와타는 과감하게 닌텐도의 방향을 틀었다. "게임이라는 정해진 틀"이 아닌 영역과 시각을 넓혀 친구뿐만이 아니라,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닌텐도는 Wii와 DS로 라이트 유저들을 겨냥한 "뇌를 단련하는 게임", "개와 생활하는 게임", "영어 공부하는 게임"등 획기적인 게임들이 나왔다. 닌텐도의 세계관은 확장되었고 코어유저뿐만이 아니라 라이크유저까지 충족시키는 콘솔회사가 되었고 닌텐도는 다시 부활하며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이했다.





3-4.

함께. 모두의 머릿속


"애초에 회사란,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보통의 사람들이 모여, 혼자서는 실행할 수 없을 만큼의 거대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있는 것이니까요"


그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내가 "존경심을 가질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있더라도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고, 내가 모르는 것을 알 수도 있기에 같이 일을 할 때 존경심을 가지고 대하면 자기 일이 더 재밌어진다.

Wii의 핵심인 Wii 리모컨을 만들 때도 그랬고, 닌텐도의 전설의 작품이자 대표적인 작품인 젤다를 만들 때도 그랬고,


"누군가 한 사람의 위대한 아이디어로 이렇게 되었다가 아니라 많은 사람의 생각들이 신기하게 융합되어 이렇게 되었다"


여러 사람이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와타는

"다시 한번 시간을 되돌리더라도 같은 것을 만들겠다"

라는 마인드가 있었다.


이건 릭 루빈이 말한 것과도 동일한데, 릭은 "그랬더라면 좋았을걸"이라는 생각을 지난 몇십 년 동안 셀 수 없을 정도의 앨범들을 프로듀스 하면서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가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역량을 다 소진했기 때문이다.




4.

개인적으로 나는 무언가를 얻고 깨닫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데, 특히 이 책 같은 경우에는 읽으면서 내가 새로운 걸 얻기보다는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생각들이 결코 틀린 게 아니었구나 라는 위로와 확신을 더해주었다. 비록 갑작스럽게 담관암으로 향년 55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죽기 직전까지 닌텐도의 3번째 성공혁신을 쓴 닌텐도 스위치 개발에도 앞장섰던 이와타. 이런 대단한 리더의 생각과 철학을 읽을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나는 꼭 당사자가 되고픈 사람입니다. 모든 일에 방관자가 아니라 당사자이고 싶습니다.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 힘이 있으면 죄다 쓰려고요


나는 오래전부터 내가 누군가와 일을 한다면 다음에도 이 녀석과 일하고 싶어라는 말을 듣게 하자가 모토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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