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현이 엄마 가게 냈다며?
독박 육아와 병행 가능한 적성을 찾습니다.
엄마. 참말 자랑스럽고 대견한 이름.
그 대견한 이름으로 살아가면서도,
엄마의 꿈을 묻는 아이들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아내로 며느리로 특히 엄마로 매일 바쁜데
좀 예민했던 아이들 덕에 잠도 늘 부족한데
바쁜 내 일상과는 반대로 내 이름은 너무나 한가한 나날들.
할 일이 없는 내 이름을 위해 새벽에 눈을 떴다.
혼자 외출이 힘드니 집에서 쉽게 수강할 수 있는 민간자격증 강의를 들었다.
국가공인자격증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깊이 있게 배우는 것도 아니고
(곧바로 취업이나 경력이 되는 자격증이라면 이렇게 쉽게 취득할 수 없지!!)
쓸 곳이 있겠나 싶어도, 그 순간 내 이름을 쓸 곳이 있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아이들이 등원, 등교하면서부터 여성센터, 문화센터......
내 이름을 묻는 신청서에는 일단 이름을 적었다.
아이가 아프거나 하여 결석이 이어질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일단 내 이름이 출석할 곳을 만들곤 했다.
"독박 육아"를 해낼 수 있는 내 일을 찾으려니 특별한 경력도 없고 기술도 없고 막막했다.
쓸모를 따지기 전에 일단 내이름을 썼던 기록들
관심 가는 것이 생기면
일단 배우고 책을 읽고 오전에 관련 아르바이트를 해보며 경험하려 노력했다.
‘내 일’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집에 혼자 들어가는 것을 공포에 가깝게 무서워하는 첫째가 언제든 엄마에게 올 수 있는 일.
아이들이 아파도 잠시 내 곁에 둘 수 있는 일.
정말 급한 일이 생기면 내가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일.
“경험도 없이, 왜 굳이 이런 시국에 자영업을?” 묻는 분들도 계시지만,
나와 같은 조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직장은 귀했기에
내 적성은 자영업에서 찾기로 결심했다.
자영업으로 결정한 뒤, 폭을 좁혀 나갔다.
업종은 정하지 못하였어도 동네에 나오는 가게를 오랜 기간 보러 다녔다.
가게를 보러 다니며 어떤 일을 할지 끝없이 고민했다.
캘리그래피를 열심히 배워 공방을 운영해 볼까.
체형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멋스러운, 원피스 위주인 옷가게를 해볼까.
집 가까운 상가에서 독서논술 공부방을 해볼까.
아이들을 돌보며도 할 수 있으니 인터넷 쇼핑몰을 해볼까.
좋아 보이는 브랜드가 있으면 전화 걸어 창업 상담을 받아보지만
초기 비용이 억 억 이라 “억!"하고 포기.
관심 업종마다 경험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겁 나는 이야기뿐이라 포기.
매번 고민과 도전의 결론은
깔깔.
웃음 나게도 “나랑 안 맞네!”였다.
신데렐라처럼 아이들 마치기 전까지 귀가해야 하니
재미있어도 깊이 있게 배우러 다니기가 어려웠고,
두 아이를 키워야 하니 무모하게
거대한 돈이 들어가는 일은 저지를 수는 없었다.
의류 브랜드 오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소심형 인간'이 아닌 '장사형 인간'으로서의 나를 발견했고,
창업, 장사, 사업에 대한 책은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읽었다.
버블티 가게에 매일 출근하던 큰아이는 창업을 고민하는 내게
"엄마가 버블티 가게 사장님이 되면 좋겠다!" 하였다.
하지만 유명 브랜드는 이미 동네에 있고 창업비용도 내겐 너무 높아서
"그건 어려울 것 같아" 대답했었다.
그러던 중, 괜찮은 버블티 브랜드를 알게 되고
마침 마음에 꼭 들던 자리의 권리금이 사라졌다.
해보기로 결정했다.
소심이 치솟아 잠 못 드는 날들이 이어졌지만
책을 읽으며 끄덕임으로 흔들림을 잠재웠다.
철거를 마치고 새 옷을 입고 있는 작은 공간.철거를 마치고 7평의 공간에 새 옷을 입히며
39년간 함께였던 소심에게 휴식을 권했다.
오래된 옷을 벗고 새 옷을 입는 작은 가게처럼 나도,
소심한 전업주부에서 작은 가게의 사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가게 철거를 바라보며 끄적였던 글)
와구구구구구구. 오랜 색들이 지워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소심을 딛고 크게 일어서야 마흔이야.
서른아홉이 내게 보낸 문장을 읊으며 고른 공간.
표정들로 넘치는 책 한 권 같은 공간.
마흔아홉, 쉰아홉......
다시금 나이가 내게 숙제를 던질 때,
나는 이 7평의 책을 펼치며 답을 구할 것이다.
와구구구구. 잘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고민들도 함께 지워 본다.
일단 이곳을 짚었으니 고민은 그만. 일어서자.
오랜 고민은 그만,
함께 크게 일어설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