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4개월 차 VIP 통장을 받아 들다.

남편 동의 없이는 카드 발급도 어렵던 내가!

by 지별
“죄송하지만 남편분의 동의를 받아야 카드 발급이 가능하세요.”


핸드폰 요금 할인 카드를 신청하는데

상담원분께서 미안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네 알아요!”

밝게 대답하면서도 감추기 힘든 서운함.


수입이 없어서 그렇다 하니 별 수 없지.

전업주부지만 하는 일은 많다.”고 말해볼 일은 아니지 않은가.

돈이 입금되는 일로 바쁜 것은 아니니까.

이런 일은 이제 익숙하니까.


남편 동의 및 소득 조회 후 카드 발급 진행.


그렇게 남편이 허락으로 카드를 받아 든 것이

불과 몇 개월 전의 일이다.





2020년 4월 1일 가게를 열고, 매장 옆 농협에서 매장용 통장을 만들었다.

7월 말 통장 지면이 다 차서 농협을 방문했다.

돌아오며 통장 디자인이 바뀌었나 하고 보니

VIP 입출식 통장이란다.


"여보! 나 우수고객이래!!"

남편에게 바로 카톡을 보냈다^^

어쩐지 전날 월세 낼 때, 천 원씩 붙던 콕 뱅킹 수수료가 안 나와서 이상하네 하고 말았는데.


(입출금이 잦다 보니) 가장 낮은 등급의 우수고객이 되었겠지 하면서도 마냥 신이 났다.

정말 우수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주거래 은행으로 쓰던 통장은 지금껏 수수료가 없었어도 그게 이렇게 기쁘고 감사한 일인지 몰랐다.


남편 이름도 남편 회사도 남편 직급도 안 묻고

내 이름 앞으로 자동 발급된 우수고객용 통장은

몇 개월간의 수고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졌다.


가게 계약서에 인감 찍고 터진 코로나.

주변 사람들의 비탄에 가까운 만류.

겨울방학부터 이어진 1학기 '가게 학습'.

아침부터 밤까지 화장실 한번 못 갔던 오픈 행사.

힘들지만 내 일이다 생각하며 기쁘게 버텼던 시간들.


“우수한 4개월을 보내셨습니다!” 하며

팡. 팡. 폭죽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첫 월급 받고 부모님 선물을 사던 마음으로

바빠진 엄마 곁에서 여러번 울었던 아이들 선물을 함께 골랐다.


큰 아이는 코랄빛 닌텐도 라이트.

둘째는 닌텐도 게임팩.

나와 남편은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을 선물 받았다.


'앞으로 더욱 우수해 보자!'

다짐하게 만드는 아이들 얼굴.


딸과 아들 취향이 담긴 동물의 숲 게임 속 집

새로 꾸몄다며 게임 속 본인의 섬과 집을 자랑하는 아이들 곁에서

나도 내 섬이 된 작은 가게의 통장을 자꾸만 꺼내어 본다.

브이.아이.피.

실실 웃음이 난다.


“엄마, 왜 자꾸 웃어?”

“으응~ 시현이 준우한테 고마워서!”


‘우수’ 통장 덕에 더운 여름밤은,

눈덩이가 녹아 비가 되어 봄기운이 돈다는

'우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