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메뉴를 팔지만 흔치 않은 가게

초보 사장 컴플렉스 극복기

by 지별


개업을 앞둔 나를 잠 못 들게 했던 열등감을 자신 있게 기억할 수 있다.


1. 처음이다.

2. 독창적인 레시피가 아니다.

3. 유명한 프랜차이즈는 아니다.

4. 7평 가게. 작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가 판매라 많이 팔아야 한다.


불안이 던지는 문제에 나는 이런 답을 쓰고 잠을 청했다.


1.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며 서비스업이 내 적성에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 사업, 장사에 대한 책을 매우 많이 읽었고 장사가 아닌 사업을 해낼 자신이 있다. 카페 아르바이트 대신 자격증을 취득하고 카페 창업 수업을 들었으니 해낼 수 있다.

2. 버블티도 커피도 독창적인 메뉴를 판매하는 저가매장은 흔치 않다. 흔한 것을 흔치 않게 서비스해 보자. 요리에 취미도 없는 내가 이제 와서 나만의 메뉴를 개발해 판다는 것은 무모하다. 불가능하다.

3. 신선함에 찾았다가 유명 브랜드처럼 맛있는데

저렴하고 친절하고 깔끔하기까지 하면 단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소 일방적인 지침도 수용해야 할 수 있는 큰 브랜드보다 나을 수 있다. 착한 본사 덕에 마음 편히 첫 장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4. 코로나로 테이크아웃을 더 선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저가 음료는 작은 매장이 더 나을 수 있다. 홀 관리에 손이 많이 가지 않아 1인 업무가 가능하다. 매장이 작아 자주 북적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5. 처음부터 많이 팔겠다는 마음을 아예 비우고 시작하니 괜찮다. 자리 잡을 때까지 초조해지거나 속상하지 않기 위해 1년 치 월세를 들고 시작하겠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그에 대한 준비가 되어야 시작하는 것이 나의 소심 원칙이다.


최악이 될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남편과 주문 외우듯 자주 나눈 이야기는 "망해도 된다.", "망하더라도 시작해야 하는 시기이다.", "성공한 사람들 사업의 시작은 실패더라."였다.

'잘될 거야'라는 말이 욕심이 될까 봐

최악의 상황이 와도 경험이 쌓이니 실패가 아니라는 문장으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자 했다.




쿨하게 말하고도 마음은 다시 불안해졌다.

모든 일이 처음인데 해낼 수 있을까?


처음이라 불안한 초보 사장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다 보니 '끄적임'과 '친절'이라는 나만의 메뉴가 만들어졌다.

1. 끄적임


꼭 우리 가게 아니어도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메뉴라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내 고민의 답은 이렇다.

독창적인 메뉴가 아니라면 나에게서 독창을 뽑아내 요리해 보자.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하다 몇 년 전 마트 문화센터에서 캘리그래피를 배우다 사둔 캘리용 엽서가 생각났다.

사실 '캘리'라는 단어를 쓰기도 좀 부끄럽다.

그저 끄적이는 수준이니, 인스타그램 피드에도 실력자분들이 들어오실까 봐

한 번도 #캘리 라는 해시태그를 쓴 적이 없다. 감히.


하지만 그 부끄러움을 꾹 참으며 꾸준히 써보았다.


펜을 들고 창 밖을 바라보는 초보 사장, 무어라 쓸까 고민하는 중입니다.

꼭 우리 매장에 와야만 먹을 수 있는 메뉴를 파는 것도 아니고

인테리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 감성 카페도 아니고

노트북 들고 공부하기 좋은 넓디넓은 매장도 아니고

장사 여러 번 해보아 뭐든 "훗, 이쯤이야!" 해내는 장사 경험자도 아닌 내가

한 학기 내내 마스크 쓴 초등학생 둘 종일 챙기며 돈을 벌어냈다는 것은 참 뿌듯한 일이다.

이 작은 매장을 초보 사장이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음을 끄적임으로 자주 표현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예쁘게 읽어주신 분들 덕분에

점수로 느껴지는 매출에 '처음인데 잘했지!' 생각할 수 있었다.

(물론 그거 벌어서 어쩌나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 직접 돌보며 벌었으니 나로서는 야호^^인 돈이다)


2. 친절


친절한 카페.

라는 문장은 식상할 정도로 익숙하다.


그렇지만

1000원 마카롱, 1500원 아메리카노, 1900원 버블티를 사도 진짜 진짜 친절한 카페는 많지 않다.


혼자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저가 카페는 아르바이트생분들만 계실 때가 많아서일 수도 있고

친절까지 하기에는 늘 너무나 바빠서일 수도 있고

(이 이유라면 부럽다!!

우리 매장도 바쁠 때에는 친절보다 음료가 정확히 빨리 나가는 것이 급하다^^)


천 원 이천 원이 적은 돈이라고 느껴서일 수도 있다.

"겨우 천 얼마짜리를 사면서 컴플레인을 하냐?"라며 고객을 험담하는

어떤 사장님의 말씀에 너무 놀랐던 적이 있다. ‘겨우 천 원’이라니!


절대 '겨우'라 말할 돈이 아니다.

재료비 내고 월세 내고 인건비 내고 관리비, 전기세 내고 방역비, 인터넷비, 물품비 등 기타 유지 비용 낸 뒤, 순이익을 계산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천원은 더더욱 '겨우'가 아니다.

감사하고 감사한 돈이다.


천원이 크고 작고는 큰 문제가 아니다.

'돈을 쓸 만한 곳'으로 고객의 마음이 열렸음에 감사하다.


우리 매장을 지나치지 않고 들어와 주신 그 첫 발걸음부터 감사한 일이다.

우리 매장을 두 번째 찾아주어 "맛있어서 또 왔다." 해주신다면 감격스러운 일이다.

세 번째 친구분까지 함께 오셔

가족들 음료 구매하고 학원 선생님 선물로 마카롱까지 포장하신다면 이건 기적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시는 단골분들은,

그 고객이 얼마짜리 음료를 주문했나 하는 마음에서는 생겨날 수 없다.


얼마짜리를 사느냐로 친절의 크기가 정해져서는 안 된다.


이제 막 7개월을 넘긴 초보 사장이지만

그냥 고객을 단골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나의 기본 문장이다.


(물론 무례하게 왕 역할을 하시는 분들께까지 친절할 수는 없다.

엄마 가게에서 마스크와 헤드폰으로 무장한 채 수업을 듣는 아이들에게 반복하여 하대하는 분들께는 다시 오지 마시라고 화를 내며 내보낸 적도 있다. 친절도 상대 나름이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지만 나는 매일 큰 공연을 준비하는 연출가의 마음이 된다.


매장 바깥에서 전체를 한번 바라보며 고객의 눈에서 어떻게 보일까 생각한다.

테이블에 한번 앉아보고 픽업대에 서보고 키오스크 앞에 서서 메뉴를 눌러본다.

요즘은 전자 방명록과 수기 방명록을 둔 테이블에 서서 나도 고객이 되어 기록해본다.


조금 더 깔끔해야 할 부분을 찾고

조금 더 새로워야 할 부분을 찾고

조금 더 일관되어야 할 부분을 찾는다.


그렇게 찾아낸 연출 포인트를 끄적임에 담아 적고

오늘도 감사한 그 마음을 친절에 담아 전한다.


장사를 오래 하신 분께는 너무도 당연한 시시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첫걸음이 어려운 분들께

초보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독창적인 메뉴, 독창적인 아이템이 아니지만 꼭 하시겠다면

스스로에게서 찾아낸 소소한 독창을 꾸준히 요리해 보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특별해 보이지 않는 사소한 차이가

흔치 않은 특별한 가게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