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가 썼어' 시리즈 1화.
뭐 얼마나 가지고 노나 싶었습니다.
엄마가 박스로 대충 만들었다지만 별 흥미 없어 보였고,
아빠 생각엔 그다지 많이 가지고 노는 것 같진 않습니다.
엄마는 자꾸 아빠에게
딸아이의 주방놀이를 하나 사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흔히 말해..(뽕뺀다며~) 말이죠..
주머니 사정도 사정이라, 듣는 둥 마는 둥..
밤이 깊어가는 시각.
낮에 5분밖에 자지 않은 딸아이는
거의 혼수상태로 거실과 놀이방을 어슬렁 거립니다.
혼자서 잘 논다 싶어, 아빠 엄마는 좋아라 티브이를..
그러다 문득 혼자 놀고 있는 딸아이를 봅니다.
박스 떼기 주방놀이대 위에 도마를 올려놓고
감자 뭉치인지 버섯 뭉치인지(플라스틱 장난감 중 하나) 모를
무언가를 올려놓더니
칼을 찾습니다.
바닥에 널브러진 칼을 주워
썰리지 않는 칼질을 하더니, 칼을 뒤로 내려놓습니다.
그리곤 정성스레 그 무언가를 접시에 얹습니다.
옆에 있던 포크와 컵을 함께 챙겨 조심조심,
사뿐사뿐 엄마에게 옵니다.
먹으라고...
엄마는 맛있게 먹습니다.
또 한 번 같은 과정을 되풀이합니다.
이번엔 다른 칼을 집어 들고 말이죠.
아! 이번엔 엄마에게 가기 전
바닥에 놓인 냄비를 주워 컵에 따라 담습니다.
(배시시 웃으며..) 또 조심조심 사뿐사뿐.
참 이쁩니다.
그리곤 먹먹합니다.
아빠는 딸아이의 제대로 된 주방놀이를
처음 봤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아빠는 늦은 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다는 핑계로 아직 문 닫지 않았을 마트로 향합니다.
이런.. 원목 주방놀이가 다 팔렸는지 없습니다.
(플라스틱은 싫고..)
조만간 딸아이의 맘에 쏙 드는 주방놀이를 사주겠다고
아빠는 다짐합니다.
빈 손으로 집에 와 보니,
그 이쁜 딸아이는 이런 아빠를 전혀 모른 채
코 골며 잘도 잡니다.
그냥, 참 이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