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Restart up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이한나무 Nov 14. 2021

쉬운 일은 처음부터 쉬운 게 아니다

<Restart up>#6

"스위치만요, 온도조절기는 안돼요."

"스위치 하나를 5만 원, 10만 원에 사 본 적이 있나요?"


보통 아파트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최초 철거의 과정 또는 전기 배선의 과정에서 모든 기존 스위치 및 콘센트를 벽으로 분리해 두거나 제거를 한다. 그렇게 해 두는 것이 목공 작업 시 벽 평탄화 작업 시 또는 도배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물론 두 공정 작업의 편리를 제공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두 번의 어려움을 겪으며 인테리어 업자로서 신경 써야 할 작은 하나의 부분을 또 배우게 되었다. 


Episode 1.

H 아파트 현장이었다. 대장 형님이 현장미팅을 하면서 스위치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OO 실장님이 한 번 구매해 본 적 있으니 문의하시면 돼요. "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해당 스위치는 2구 스위치와 방 온도조절기가 결합된 정사각형의 매립형 전등 통합스위치였다. 즉, 온도조절기는 새로이 교체하지 않을 거라면 버리면 안 되는 것이었으나 대장 형님의 말을 오해한 나는 온도조절기를 전등의 타이머 설정 기능 정도로 생각하고 버려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스위치 마감 작업 시 부착할 수 있도록(정사각형의 넓은) 중 2구 스위치를 주문해 두었고, 설치도 어렵지 않게 처리된 걸 확인했다. 


온도조절기는 개당 6만 원 이상으로 전체방의 온도조절기를 교체하려면 그래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기에 보통 전체 공사 견적 안에 포함시키진 않고, 소비자가 직접 따로 교체를 결정해서 진행하도록 한다. 


소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방이 따뜻해 지질 않는다. 혹시 무슨 문제인지 아냐는 것이다. 확인 결과 온도조절기였던 것이고, 해당 아파트 당시 OEM으로 주문 제작되었던 것으로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제품이었다. 최초 대장 형님의 말은 스위치를 그대로 두고 커버만 갈아 낄 수 있는 제품이 우리 거래처에도 있다는 것이었다. 아, 이 무슨 상황인가. 부랴부랴 검색을 거듭해서 기존과 동일한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를 알아냈고, 긴급히 주문해서 달아드릴 수 있었다. 


온도조절기를 비롯한 각 스위치에 결합되어 있는 특수 기능의 기기를 제대로 확인한 후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첫 번째 깨달음이었다. (공사 후 각 방 온도조절기 세팅을 새로 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또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보너스)


Episode 2. 

E 아파트 현장이었다. 거실 스위치가 6구 스위치였다. 언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전기배선 공정 시 분실했을 거라 추측이 된다. 커버가 사라졌다. 마감을 앞두고 있다. 조명 및 스위치 등 자재를 주문하려 살피다 보니 보통 6구 스위치가 아닌 것이다. 가로폭이 유난히 넓고, 내부에 전기선 만이 아닌 랜선이 꼽혀 있는 것이다. 유난히 까다롭던 소비자를 생각했을 때, 함부로 랜선을 무시하고 전기선만을 활용해 일반 6구 스위치를 설치할 수 없는 노릇이었으며 거래처에 알아보니 사이즈가 맞는 스위치도 없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파악을 했었어야 했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미리 말해뒀어야 했고, 해당 스위치는 그대로 사용하도록 하던지, 구매처를 알아봐 주긴 하더라도 직접 비용을 지출할 수 있게 해야 했다. 인터넷을 아무리 검색해도, 거래처에 문의를 해도 구할 수 없는 제품이었다. 다행히 거래처의 조언으로 관리사무소에 연락하고 이를 통해 해당 스위치를 판매하는 개인업자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 월패드(인터폰)에서 6구 스위치의 거실 메인 등 1,2번을 연동하여 함께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쓰려면 10만 원, 스위치에서만 조작하도록 한다면 5만 원이라는 것이다. 


결국 발생하지도 않아도 될 비용 지출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월패드와 스위치가 연동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스위치 박스 안에 전기선이 아닌 랜선과 같은 다른 어떤 선이 있을 경우 함부로 제거하고 제외해서는 안 된다는 두 번째 깨달음이었다. 


아직 많이 알지 못해 발생하게 되는 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만드는 일의 범위를 하루빨리 줄이고 없애야 한다. 그렇게 일을 좀 쉽게,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게 해 나가야 한다. 


인테리어 일은, 어렵다. 아직.

다행히 아직일 뿐이라는 것은 기쁜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형사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