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밥상을 담당하는 엄마표 요리들의 특징은 건강하다는 점입니다. 고기가 들어간 국물 요리를 끓일 때 몇 시간이고 불 앞에 서서 기름을 걷어낸다던지, 혹은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비계 부분이나 탄 부분을 하나하나 자른다던지 하는 정성에서 탄생한 건강함 말이에요.
저희 집 주방장이 자신 있게 선보이는 요리 중 하나는 바로 ‘새우미나리전’입니다. 엄마만의 특별함은 바로 새우가루를 넣는다는 점과, 전에 들어가는 밀가루를 시중의 전들보다 현저히 적게 넣는다는 거예요. 기름에 밀가루를 부쳐먹는다는 죄책감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자 이렇게 만들어주시는 것 같아요. 시중의 전들만큼 바삭하지는 않지만 막 딴 미나리에서 느껴지는 향긋함과 새우, 그리고 간장이 만나면 정말 접시가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깨끗해지는 건 순식간이에요.
엄마표 요리를 맛있게 먹기 위해 저희 가족은 막 음식이 따끈따끈하게 만들어진 시점에 식탁 앞에 다 같이 모입니다.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집안이 아닌지라 그나마의 대화들은 이때 이뤄져요. 하지만 그렇다는 건 가족들 간의 싸움도 바로 이때 일어난다는 거죠.
어느 순간 싸우다 보면 말리는 엄마 새우와, 치고받고 싸우는 아빠 고래, 둘째 딸 고래가 됩니다. 그리고 결국엔 두 고래들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밥상머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기 방에 갑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엄마표 새우미나리전이 내는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를 맡으며 요리가 얼마나 맛있는지를 잊지 못하고 슬금슬금 다시 밥상 앞에 모이고 맙니다. 그러고선 김이 식기 전에 서로 머쓱해하며 전을 간장에 찍어먹곤 하죠.
저희 가족이 아직도 함께하는 데엔 엄마의 여느 주방장 뺨치는 요리실력도 한몫했다고 저는 생각해요. 제가 그렇게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은 건강한 가족문화를 만들고, 건강한 가족 문화는 건강한 가족을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