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든 오늘의 남편
당신은 속지 않았다.
다만, 그도 변했고, 당신도 변했다.
예전의 그는
당신 눈을 바라보며 침묵 속에 말을 건네던 사내였을지 모른다.
문을 열어주고, 커피잔을 건네며
고백보다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던 남자였을지 모른다.
그런 그가
이제는 TV만 보며 말이 없다고?
말을 걸어도 대답은 건성이고,
가끔은 내가 그저 생활의 배경이 된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니..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속았다. 결혼 전에는 다정했는데, 결혼하자마자 딴 사람이 됐어요."
나는 그 말 앞에 말한다.
속은 게 아니다.
사람은 원래 그렇게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예의 바르다가도 자기만 옳다고 우기고,
진실되다가도 거짓을 말한다.
그는 바뀐 게 맞고, 달라진 게 맞다.
하지만, 그 변화의 일부는 당신이다.
나는 들릴라.
삼손이 나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손가락질했지만,
나는 그의 욕망과 상처, 굶주림의 결을 본 여자였다.
삼손은 처음부터 거칠고 무모한 사내였다.
그러나 그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는
소속되고 싶고, 믿음 받고 싶고, 능력을 증명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나는 그를 정제하지 않았다.
다만, 그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남자는 사랑받는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존재라는 것을...
거칠었던 삼손은 한없이 부드러웠고,
딱딱했던 삼손은 한없이 유연했다.
나 들릴라 앞에서는..
한때 당신의 눈을 마주 보며
"널 위해 뭐든 할 수 있어."라고 말한 남편..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진심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거칠어진 말투, 무신경한 행동,
침묵 속의 거리감을 품고 살아간다.
그 모든 것은 단지 세월 탓, 피로 탓, 나이 탓일까?
아니다.
당신의 시선, 당신의 반응, 당신이 준 확신과 믿음의 정도가
그를 오늘의 남편으로 빚어 왔다.
오늘의 그는
당신 앞에서 스스로를 잃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말을 아끼고, 감정을 감추고,
함부로 웃지 않고, 쉽게 기대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어느 순간부터 그는 마음 둘 곳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당신이 더 이상 그를 믿지 않는다는 눈빛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여전히 당신에게 필요한 존재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좋은 말 한마디에 달라지고,
부정적이 눈빛 하나에 굳어진다.
그는 당신과 살아오며
자라고, 스러지고, 또다시 일어선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
그건 사랑을 포기한 자들의 변명일지 모른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습관처럼 건네는 말투와 눈빛,
그 안에 우리는 서로를 다시 빚고 있다.
그가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었을까?
당신이 그의 첫사랑을 깨운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그 사랑의 온도를 정하는 사람이다.
어떤 날은 그를 따뜻하게,
어떤 날은 차갑게 굳히는 존재.
오늘의 남편은, 당신 앞에서 만들어진 사람이다.
당신과 함께 만든 관계의 거울이다.
아내의 실망,
아내의 비난,
아내의 한숨은
그의 사랑을 조금씩 마르게 한다.
그러나 기억하라.
그는 단지 지친 게 아니다.
당신에게 어떻게 다시 다가가야 할지 모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절대 한 시절의 감정이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자라고 있는 감정이다.
물을 주면 살아나고,
방치하면 시든다.
그를 원망하는 대신,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라.
"그가 지금, 내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물은 주지 않으면서
꽃은 시들었다고 탓할 수 없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그를 다시 바라보는 날이다.
어제의 기대를 내려놓고,
새로운 눈빛으로 그를 물들여라.
남자는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여자는 그 변화의 촉매가 될 수 있다.
말없이 그의 어깨를 감싸 안아라.
당신이 아직 그의 편이라는 것을
말보다 눈으로, 손끝으로 전하라.
어제의 아내가 아닌
지금의 당신이, 오늘의 남편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