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려지는 기억.

by 냐옹냐옹

예전에는 예민하게 느껴질 만큼 기억력이 좋았다.

사소한 일이나, 친구들의 생일, 어떤 공간의 냄새까지.

그런데 요즘은 누군가 옛 추억 이야기를 꺼내면 나는 멍하니 한참을 생각해야 할 때가 있다.


어릴 때 써 왔던 학용품이나, 그때 즐겨 봤던 만화영화나, 여럿이 같이 했던 놀이 같은 것들이 올라오는 글을 보면 예전처럼 쉽게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어릴 때 기억이 조금씩 흐려지는 걸 느끼게 되었다.


혹시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가 싶다가도 왠지 그게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여전히 기억력이 좋은 편이다.


세세한 기억까지 다 떠오르지만, 이상하게 어릴 때나 오래전 지나온 일의 기억이 흐릿해졌다.


어쩌면 기억보다 감정이 먼저 휘발되는 게 아닐까.

당시엔 분명 즐거웠지만, 지금의 내가 그 감정을 다시 느끼지 못하기에 기억조차 흐려지는 건 아닐까.


분명 그러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 원인이 뭔지 궁금해졌다.

나도 모르는 상처로 인해 일부러 기억하지 않으려 하는 건지,

아니면 그 상처의 기억이 이제는 해소되어 기억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 건지,

혹시 환경의 변화나 가치관의 변화 등 성향이 바뀌어 가는 것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지나간 일에는 미련이나 후회를 잘하지 않는 편이다.

거리를 지날 때 우연히 듣게 된 경우가 아니라면, 일부러 오래된 노래를 찾아 들으며 추억에 잠기지 않는다.


“그때가 좋았지”라는 아쉬움도 느끼지 않으며, 지나간 인연에 미련을 두지도 않는다.

안 좋았던 기억 때문이 아니라, 지나간 일에 머물지 않고 흘려보내는 게 어느새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런 건지 애써 잊으려 한 적도 없는데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지나간 기억을 지워야 새로운 감정을 담을 수 있는 건가?

정말 저장공간의 확보로 인해 기억이 흐려질 수도 있는 건가? 신기했다.


아니면 더 좋은 추억으로 지나간 기억을 덮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과거는 지나간 일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에,

나는 최대한 현재를 살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의 행복을 느끼며 평생을 즐겁게 사는 게 목표다.


아마 내가 생각하는 목표의 영향이 컸을 거라는 나만의 결론을 내렸다.


누구에게나 가끔은 기억을 잃는 것이 선물일 때가 있다.

지워진 자리에 더 좋은 기억이 차곡차곡 쌓이기를.

지나간 상처보다 앞으로 다가올 웃음이 더 많기를.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결국 우리의 기억을 다시 채워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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