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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김나영 Dec 04. 2023

전자책 쓰기 열풍에 관한 소회(素懷)


요즘엔 자기 계발 열풍과 함께 퍼스널 브랜딩에 저마다의 열정을 불사르곤 한다. 그러면서 개개인이 모두 다 어떤 분야의 능력자가 되어가고 있다. 누구는 디지털 기반의 다양한 플랫 폼을 넘나들며 스스로 웬만한 콘텐츠는 뚝딱 만들어낸다. 또 누구는 이른바 독서 광이 되어 수많은 책을 읽고 독서 커뮤니티를 만들어 다른  많은 사람과 생각을 나누고 뜻을 교류한다.


그러는 가운데 그 '누구누구'들이 이제 자연스럽게 글을 쓰고 책을 내고자 하는 꿈들을 꾸게 되었다. 디지털세상의 다양한 트렌드가 그것을 더욱 부추긴다. 따라서 이제는 너도 나도 작가를 꿈꾸고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나 도전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이른바 작가로의 진입 장벽이 전에 비하면 한 없이 낮아진 것이다.


더욱이, 전자책은 종이책을 내는 것보다 글 내용의 볼륨이 크지 않아도 된다. 툴(tool)과 플랫폼이 있어 퍼블리싱을 하기도 한층 수월하다. 전자책 쓰기 열풍은 따라서 당연하게 이어지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오프라인 출판사를 통해 책 한 권 내려면 어려운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만 했다. 그리고 적어도 오프라인 출간이 성사되려면 글을 쓰는 상당한 실력이 기본적으로 그리고 암묵적으로 요구되었다. 게다가 책을 출간하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인기 여부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출판사는 책이 팔리도록 해줄 작가를 당연히 선호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전자책 발행은 특정 출판사의 허가도 필요 없고 까다로운 심사와 절차도 요구되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수많은 전자책이 모두 유용한 글이거나 우수한 작품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자책 쓰기를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나마 책을 지은 것은 사실이니 문자 그대로만 표현하자면 책을 쓴 사람은 '작가'가 맞다.


그러나 한편, 과연 모두에게 작가라는 호칭이 가당한가,라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전자책이라는 플랫폼이 활성화되기 아주 오래전부터 작가의 꿈을 꾸며 습작을 했을 그 누군가는 각고의 노력 끝에 자신이 드디어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지만, 그 영광을 만끽하기도 전에 작가로서의 위태로운 안위를 염려할지 모른다. 혹은 너무도 쉽게 양산되는 수많은 작가들처럼 그 자신조차 어쩌다 보니 작가가 되었다고 폄하될까 저어할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전자책 작가 중에도 진정한 작가가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어차피 종이책으로 출간한 작가라고 해도 작가로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듯이 그와는 반대로 전자책 작가라고 해도 존중받아 마땅한 작가도 있다는 말이다.


인간의 삶이 대동소이하고, 현대에는 많은 사람이 대부분 기본 이상의 지식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그 많은 지식과 정보를 이미 여러 방식으로 일정 정도 서로 공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완전한 창작은 이제 더 이상 없다고 보는 견해도 일리가 있다.


따라서 전혀 없던 것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작품을 각색하거나 융합하는 방식 속에서 색다른 창작이 이루어지곤 한다. 그것을 더욱 쉽게 도와주는 정보와 플랫폼과 도구도 요즘엔 매우 많고 다양하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쓰고자 하는 내용과 상당히 일치하는 정보를 모아 재 배열하거나 이른바 패러프레이징하는 일도 보다 더 쉬워진 세상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도가 지나치면 안 될 것이다. 창작이라기보다 거의 짜깁기 수준이라면 그것은 작품이라 보기 어렵다. 간혹 오프라인 출간에서 실제로 그렇게 해서 버젓이 출판하는 일명 '편집자'형 작가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전자책 출판에서도 마찬가지로 존재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독자들의 날카로운 지력과 판단력이 역시 전자책에서도 또한 요구된다.


자신의 글감이 되는 주제와 소재들을 먼저 선점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야말로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다. 누군가 먼저 글로 써버리고 책으로 내어 버리면 그 사람이 임자인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출간이 보다 수월한 출판 양식을 지닌 전자책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전자책을 쓰는 사람이라고 해서 작가적 소양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글도 잘 쓰는 사람이 소재를 먼저 선점해서 전자책으로 우선 출판해 버리면 아무래도 먼저 인기의 선두를 잡을 수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게 발 빠르게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하고 온라인 홍보를 통해 인지도를 얻게 된 후 다시 오프라인 책으로 출간하게 되는 사례도 많다. 혹은 그와는 반대로 오프라인에서 이미 유명작가로서 책을 출간하면서도 동시에 전자책으로 출간하는 경우도 많다.


여하튼, 전자책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기존의 인정받는 작가에게나 그리고 어떻게든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보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나 모두 인기 있는 출판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듯하다. 사실 전자책이 맨 처음 등장했던 시기에는 우려와 기대감이 공존하며 느리게 발전하는 듯했고 잠시 후퇴하는 듯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시대를 주도하는 세대가 바뀌었으며 디지털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의 시대에 돌입한 이 즈음에서 전자책 출판을 더 이상 폄하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전자책 출간보다는 오프라인 종이책 출간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전자책 독서를 선호하는 사람이 전보다 많아지기는 했지만 종이책 독자의 수가 아직은 압도적이다. 그렇기에 전자책이 처음 등장할 당시에 종이책 출판사들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종이책 출판의 세계는 무너지지 않고 아직도 건재하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찌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글감을 선점할 수 있었음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머물 쩍 거리는 동안 많은 글감을 부지런한 도전자들에게 빼앗기고 있는 나에게 말이다. 나의 이런 버릇은 비단 글쓰기, 책내기뿐만 아니라 유튜브 제작과 강연 준비를 하는 과정에도 고스란히 내재하고 있었다. 요즘의 나는 어느 틈에 생겨버린 악습인 '미루기'의 덫에서 벗어나고자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그런 와중에 주변에서 '자기 계발' 하는 일에 부지런한 사람들이 스스로 말을 뱉기 무섭게 불과 한 달 만에 뚝딱 전자책을 써서 올리곤 하는 모습을 보면,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응원해 주게 되면서도,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심 불안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 '거창하게' 혹은 '제대로' 책을 내자는 생각으로 주춤거리고 머뭇거리는 나보다, 무조건 돌진하듯 실행하는 그들이 자신의 인생을 잘 돌본다는 관점에서 볼 때 어쩌면 더 옳은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때로는 자책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지만 나 역시 전자책을 겨냥하여 몇 개의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부흥한다는 차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작가는 작가다워야 한다는 생각에 기인한 결론이다. 나의 글을 읽어줄 단 한 사람의 독자라도, 그가 있는 곳, 그리고 그가 선호하는 플랫폼 속으로 작가는 기꺼이 다가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작가의 숙명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독자가 없는 작가는 작가가 아니기에. 그리고 사실, 전자책 쓰기 열풍이 바람직한 현실인가 아닌가를 논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은 더더욱 아니기에.


'전자책 쓰기의 열풍'이라는 이 말속에는 마치 유행처럼 지나가는 일순간의 현상을 묘사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과연 일시적으로 있었던 단순한 열풍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방식의 자기표현 욕구를 충족시킬 새로운 플랫폼이 생겨나면 그것에 의해 자연스럽게 대체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독서 양식으로 자리매김해서 전자책 시장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인가. 그래서 세상의 모든 작가들이 전자책 책 쓰기를 필수적으로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인가.


대략만 생각해 봐도 이렇게 여러 가지 방향키가 있기는 하지만, 어떻든 간에 나는 전자책으로나마 작가가 되어보기를 꿈꾸는 사람들을 응원할 것이며, 요즘의 세상에서는 글을 쓰는 사람이나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나 모두가 크리에이터라 할 수 있기에 모든 창작자들을 계속해서 진심으로 응원할 것이다. 그런 만큼, 나 또한 전자책과 종이책 출간을 기꺼이 병행하고자 한다.


글의 내용과 구성, 그리고 심지어 글재주조차도 그것을 평가하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 원하는 이야기, 원하는 구성과 문체 등을 가타부타 판단하는 것이 이제는 일개 평론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개성을 지닌 독자들의 기호에 의해 평가되는 세상이 되었다. 어쩌면 그것이 더욱 냉혹한 평론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독자를 그동안 혹시 나는 지나치게 의식했던 것은 아닐까.


결론적으로, 독자에게 공감을 주는 글과 책을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전자책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결국엔 옥석이 가려질 것이고 그래서 진정으로 작품다운 작품, 글다운 글을 쓰는 작가는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독자의 견해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책을 내보는 것에 의미를 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어떤 선택을 한다 해도, 그 또한 글을 짓는 사람 마음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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