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콘서트가 아니야, 전문가 진료야!

소비 패턴의 변화

by 충칭인연

그건 콘서트가 아니라, 전문가 진료야!


콘서트장에 가는 것은 현대인의 피로, 방황, 공허함을 치유하는 ‘전문가 진료’와 같다.
수만 명이 모인 공연장은 심리 치료의 공간이 되고, 가사와 멜로디는 감정의 출구가 된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약효는 지속하고, 삶은 다시 의미로 가득 찬다.
이것은 단순한 팬질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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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rednote 아이디: 42165117034)


친구가 묻는다: 너 많은 돈을 들여 콘서트장에 가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니?

이건 콘서트가 아니다.

내가 몇 달 걸려 예약한 전문가 진료다.

너는 내가 콘서트를 보러 간 걸로 생각하는데 사실 치료하러 간 거야.

무슨 병인데?

현대인에게 아주 흔한 병이야.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마비 증세, 지속적인 피로, 의미를 알 수 없는 공허함, 사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그런다고 죽고 싶은 정도는 아닌 막막함---.

이런 병은 보통 외래 진료로는 볼 수 없어.

정신 상담은 매우 비싸.

누구에게 털어놓아도 귀 기울여 들으려 하는 사람도 없어.

술을 마시면 다음 날엔 더욱 힘들어.

오직 그곳, 수만 명이 모이는 콘서트장만 치료할 수 있어.

무대 위의 그 사람이 그것을 잘 알고 있어.

그가 부른 노래는 너의 이어폰에서 수백 번을 반복해서 들었던 거야.

그 가사들은 깊은 밤 너에게 속삭이는 달콤한 언어 같은 거지.

그 멜로디는 네가 샤워할 때, 지하철에서 부대낄 때, 잠들지 못할 때, 머릿속에 자동으로 울리는 통화 배경음 같은 거야.

그는 낯선 사람이야.

네가 가장 익숙한 낯선 사람이야.

너는 그와 이야기해 본 적도 없어.

그런데 그는 너를 위해 네가 하지 못한 말들을 노래로 대신해 줘.

이 진료를 예약하는 과정 자체가 바로 치료야.

표를 쟁취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 그날의 긴장.

표를 손에 넣었을 때의 엑스터시.

기다리는 몇 달 동안 지쳐 쓰러질 정도로 힘들 때마다 이렇게 생각했어: 괜찮아, 콘서트가 있잖아.

콘서트 그날은 바로 한 알의 진정제 같은 거야.

너 알잖아?

그날 넌 어떤 일도 할 필요가 없어.

그냥 가서, 선 채로, 듣고, 소리 지르고, 울기만 하면 돼.

그것이 네가 너에게 몇 달 전에 내린 처방이야.

콘서트장에 들어서면 모든 사람이 환자라는 걸 알게 될 거야.

평상시에는 네가 울 리가 없잖아?

네가 울면 다른 사람이 “왜 울어?”라고 묻잖아?

넌 마땅히 둘러댈 말이 없어.

근데 여기는 모두가 울어.

노래에 울고, 가사에 울고, 또 고음 때문에 울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울어.

옆에 있는 낯선 사람, 넌 본 적도 없는 그 사람이 고개를 돌려 너를 쳐다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너는 알아, 그 사람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수만 명이 함께 병을 앓는 지금은 병든 사람이 오히려 정상이야.

콘서트장을 나서니 목은 쉬고, 다리는 저리고, 속은 텅 비어버린 것 같지만 이상하게 그 공허함이 슬프지는 않아.

깨끗하게 비워낸 그런 공허야.

반년 동안 쌓인 먼지를 다 토해내는 그런 공허.

다음날 출근하니 동료가 묻는다: 너 지난 저녁에 뭐 했니?

콘서트장 갔어.

와, 재미있었겠다.

너는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 망설일 거야.

그건 재미가 아냐.

대규모 단체 심리 치료를 마친 느낌이야.

그래서 그건 콘서트가 아니야.

반년 동안 쌓인 너의 억울함을 쏟아낼 장소를 찾은 거야.

네가 외치지 못한 너의 목소리를 너 대신 외쳐줄 사람을 찾은 거야.

너 혼자 한밤에 짊어지고 가는 육중한 무게의 짐을 너와 함께 짊어질 수만의 사람을 찾은 거야.

그건 네가 예약한 전문가 진료야.

주치의는 네 이어폰 속의 그 사람이지.

진료실은 수만 명의 콘서트장이야.

치료과정은 3시간이지만 약효는 다음 콘서트 표를 쟁취할 때까지 지속할 수 있어.

그리고,

다음에 또 누군가 이렇게 물을 거야: 아이돌 팬질이 무슨 의미가 있어?

그건 팬질이 아니야.

생명을 연장하는 거야.

그건 콘서트가 아니야.

내가 예약한 전문가 진료야.

치료하는 거야.

내가 나를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는 곳에서 마침내 세 시간 동안 제대로 살아본 거지.

너 그게 가치가 있냐고 물었지?

있어.

결국 전문가 상담이라는 것도 본래 비싸거든.



위의 글은 필명 ‘밤을 항해하는 사람들의 마음 기록’(夜航船心理笔记)이 샤오홍수(小红书)에 노출한 사연을 번역한 것이다. 글 도중에 게재된 광고 문구로 보아 심리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보인다. 비싼 심리 상담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자신들의 공익사업을 콘서트라는 현대 젊은이들의 문화소비 성향에 비추어 홍보하였다.

밤 항해를 의미하는 예항추완(夜航船)은 명나라 말기 학자 장다이(张岱)가 쓴 책의 이름이다. 이 책은 명대 지식인들이 향유하던 다양한 교양과 상식을 모은 잡학 백과서다. 글쓴이는 이 책의 이름을 사용하여 자신들의 정신 상담 공익사업에 어둠 속을 항해하는 사람들의 마음 기록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웠다.

한국 유명 아이돌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중국 젊은이들이 몰려온다. 작년(2025년) 7월 고양에서 블랙핑크 콘서트가 이틀 동안 열렸다. 중국 지인의 중학생 딸은 첫날은 299,000원짜리 입장권을, 둘째 날은 ‘호텔 1박+콘서트’가 연결된 패키지 티켓을 1,150,000원에 구매했다. 하나뿐인 자녀의 콘서트 관람을 위해 한 가족이 한국으로 왔다. 자녀는 공연장에 들여보내고 부모는 공연장 밖에서 서너 시간을 기다린다. 공연장 밖에는 이런 중국인 부모들로 가득하다. 명품 소비에서 문화 소비로 이전해가는 중국인의 소비 패턴의 변화가 눈에 띈다.

3월 7일 오후 1시경. 아시아나항공이 떠난 인천공항 제1 터미널의 도착 입국 수속 부스에는 외항사만 운항해서인지 한국인은 별로 보이지 않고 젊은 학생들로 보이는 중국인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오전 일찍 중국 각지에서 출발한 중국 항공사의 항공기가 연이어 도착하는 시간이니 중국 관광객들의 입국 대기가 길게 늘어졌을 것이다. 입국 수속에 3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입국장에 대기하던 사람 중 하나가 샤오홍수에 그 사연을 전했다. 설마? 2시간인 뉴욕 JFK공항보다 입국 수속 시간이 더 길다고? 그 아래 외국인등록증이 있으면 입국 수속에 10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댓글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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