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 손실
넷째, 국가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 손실이다.
국가의 항공운송산업 경쟁력은 대형 항공사 하나의 몸집을 키워서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합병을 추진하는 이들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합병하면 세계 10대 항공사의 반열에 올라 국가 항공운송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기득권과 합병을 지지하는 세력은 부실 항공사를 대한항공에 넘겨 국적항공사의 규모를 확대하면 국가 경제에 왠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은 항공 그 자체로 평가하지 않고 항공이 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로 판단한다.
Shaoxuan Liu & Tae Hoon Oum(2018)의 논문 「중국· 아세안 항공자유화에 의한 중국 항공정책의 자유화 전망」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국적항공사의 부가가치 형태의 경제 기여도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대신에 항공 부문이 경제에 미치는 대부분의 편익은 여행자에게 그리고 무역, 관광, 제조 및 기업 부문 등 관련 산업에 더 저렴하고 효율적이며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의 파급효과에서 나온다.
중국은 민간항공 부문의 GDP 직접 기여도가 미화 327.7억 불(2014 년)에 지나지 않는다. 관광 부문의 직접 기여도는 미화 2,752억 불(2016년)이다. 국제 상품 교역 부문의 GDP 기여도는 2016년 미화 8,760억 불이다. 이것은 국제 항공운송 시장의 자유화로 경쟁이 증가하여 중국의 국적항공사가 심한 손실을 보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경우라 하더라도 항공사의 경쟁이 증가하면 여행자와 소비자의 편익이 대폭 늘어 나고 또한 중국 GDP가 상당 수준 개선되어 중국 경제에 유익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는 국가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이 개별 국적항공사에 있지 않고 항공사 간 경쟁에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항공사간 경쟁이 증가하여 설사 개별 항공사가 손실을 보았다 하더라도 항공사간 경쟁이 유발하는 소비자 편익과 국가 GDP의 향상이 바로 국가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그래서, Big 2의 합병을 통해 국가 항공운송산업의 대외 경쟁력을 향상한다는 주장은 시장의 경쟁 소멸이 가져 오는 소비자 편익 훼손과 관광 및 교역 약화의 가능성을 간과한 결과라고 하겠다.
경쟁력(Competitiveness)은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경영전략이론의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와 유사한 개념이다. 이는 경쟁자 대비 차별화하여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역량(Capability)과 전략(Strategy)을 의미한다. 아시아나항공을 예로 들면, 대한항공 대비 중국 노선에서 더 많은 운항 목적지를 보유하고, 또 더 많은 여객을 운송하는 역량(Capability)을 말한다. 또한 고가의 수요에 경쟁력이 있는 대한항공에 대응하여 중·저가 프리미엄 수요를 타겟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Strategy)을 말한다. 경쟁사와 차별화한 이러한 역량과 전략을 경쟁력이라 한다.
이러한 경쟁력은 오랜 시간 시장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여객 및 화물은 물론 항공사 동맹(Alliance) 및 여행사 등 항공, 관광, 그리고 무역 부문과 강화된 상호의존도 속에서 하나의 질서로 연결되었다. 이렇듯 하나의 질서로 연결된 경쟁력을 나는 ‘경쟁력의 고리(Chain of Competitiveness)’라 부른다.
국가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을 개별 항공사 하나의 규모로 설명하기에는 그 범위가 확장되었다. Big 2의 합병은 아시아나항공이 경쟁사에 대응하여 오랜 기간 풍파를 겪으며 구축해 온 그 방대한 ‘경쟁력의 고리’의 여러 축이 붕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예를 들어 보자.
아시아나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은 인천과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시카고, 뉴욕에서 공동운항(Codeshare) 한다. 미국 국내선 연결편 역시 공동운항에 포함하여 최종 목적지까지 여행자의 편의 및 편익을 제공한다. 이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구축한 한·미 노선의 공동운항(Joint Venture)에 대응하여 하나의 질서처럼 이루어진 ‘경쟁력의 고리’다. 이렇듯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아시아태평양횡단 노선에서 서로 치고받는 경쟁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어 여객 및 화물 소비자의 혜택은 물론 유관 산업에까지 경제적 파급효과를 미친다.
그런데 Big 2의 합병으로 이 ‘경쟁력의 고리’ 의 한 축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아시아나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의 항공사 동맹의 축이 무너지는 이 위기를 유나이티드항공이 보고만 있을 것인가? 십중팔구는 미국 법무부를 상대로 Big 2의 합병이 시장경쟁을 훼손했다고 비난하고 공격할 것이다.
지금까지 Big 2의 합병을 바라보는 개인의 의견을 바탕으로 네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를 풀었다. 항공사에서 퇴직한 지 6년이 지난 일반인의 위치에서 Big 2의 합병을 놓고 여러 각도에서 연구를 진행할 여유는 없다. 알고 있는 지식의 편협이 한계이고 또 현업을 떠난 후 현장에서 벌어지는 실상과의 거리감도 한계로 존재한다. 생각의 오류가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의견도 존재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한계점을 갖고 접근했다 하더라도, Big 2의 합병이 가져올 노선의 독과점 현상, 소비자 편익의 훼손, 인천공항의 집중화 현상, 그리고 국가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 손실은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상과 같이 Big 2의 합병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은 순전히 개인의 공감을 기반으로 했다. 경쟁 소멸의 우려를 해소하고 그리고 소비자 편익의 훼손과 국적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 손실을 보완하는 노력이 뒤따르면 좋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