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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정 Aug 29. 2018

홍콩 영화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

<야간비행 : 홍콩을 날다> 속 이야기


                               


영화 ‘중경삼림’의 금성무는 이렇게 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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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장 가까이 스치던 순간에는 서로의 거리가 0.01cm 밖에 안 되었다. 여섯시간 후, 그녀는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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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아시아의 많은 젊은이들은 이러한 대사에 까무러치듯 열광했고, 홍콩영화는 홍콩여행의 욕망에 불을 당겼다. 그러나 영화의 전성기가 지난 지금 홍콩에서, 저 시절의 낭만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첨밀밀>을 기억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언젠가는 다시 만난다'는 희망을 영화 말미에 심어 놓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홍콩 거리엔 아직도 첨밀밀 노래가사 같은 이야기가 살아있어서, 만나지 못했던 연인들을 만나게 해준다던데.

                                  

홍콩 영화가 맥도날드를 사용했던 방식은, 터지는 영감과 폭발하는 로맨스의 성지로서였어요. 금성무의 어수룩함, 장만옥과 여명의 첫 만남, 막문위의 폭발하는 연기력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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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십년이 지난 후에도, 가장 ‘세련된 아트’라고 불리는 그런 필름들 속에는 늘 홍콩의 맥도날드가 있어요. 애석하게도, 저 옛날식 빨간 간판은 없어진지 오래지만.

                 

홍콩영화 사상 가장 상큼했던 장면은 <희극지왕> 장백지의 교복 씬이다. 복잡한 센트럴과 빨간택시도, 그저 발랄한 아침 등교길 풍경처럼 평화롭게 녹아든다. 게다가 머리를 양쪽으로 딴 장백지의 새하얀 얼굴좀 보세요. 홍콩에 가면 저런 여자아이 하나 만날 수 있을까? 싶어지는 순간이다.


                                  

이제는 아무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믄 왕페이나 양조위의 경찰복을 떠올리지 않겠지만. 캘리포니아 드리밍이 울리는 거리는 여전히 가슴속에 있다.


                                  

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의 임청하는 항상 비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썼다. 언제 비가 올지, 언제 화창할지 모르니까.


                                 

그동안 미디어는 ‘죽기 전에’라는 수식어를 자주 사용해왔다. ‘죽기 전에 가야할 몇 군데의 장소’ ‘죽기 전에 봐야할 몇 개의 영화’ ‘죽기 전에 해야 할 몇 가지 일’ 등. 그러나 생각해보면 조금 무섭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 좋은 것을 빨리빨리 해보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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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감히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가보지 않는다고 하여도, 당신의 인생에 큰 불행이 닥치지는 않는다. 가 보았다 하여도, 당신의 인생이 크게 달라질리는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여행책을 낸 사람의 입장으로선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결같이 늘 똑같이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우리의 영화는 늘 자연스러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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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도 그렇다. 항상 홍콩의 좋은 것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영화 <타락천사>는 내가 기대할 수 있는 ‘홍콩 미학’의 정의다. 이 영화는 젊은이를, 청춘을, 불안한 도시를 너무도 매혹적이게 그려냈다. 누군가는 별로라고 말한다. 영화 속 홍콩에 대해 조금 지저분해보이고, 위험해 보인다고 말한다. 그 말도 맞다. 그러나 미학은 위험한 중에 탄생하고, 공익광고처럼 매끄럽게 편집된 정보 속에는 원초적 아름다움이 없다.
                                                                    

장국영의 음악성이 폭발했던 프린지 클럽, 장만옥과 만나기위해 헤매던 에드미럴티 역, 친구들과 드나들던 사탕수수 음료 가게, 그리고 주운발이 불을 당기던 영웅본색의 그 곳.
                                         
                                                            


그동안 브런치에 연재하던 홍콩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트램과, 홍콩 영화와, 첫사랑과, 새로운 장소, 밤거리와, 식신과, 방황과, 현지인의 이야기를 담은 <야간비행(夜間飛行) : 홍콩을 날다>  포털과 서점 사이트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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