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킹오황 Aug 22. 2024

수술 날짜를 잡았다

아픈 이야기는 안 적으려고 하다 보니 8월 내내 글을 못 적게 생겼다. 할 수 없이 아픈 사무관의 일상글을 또 적게 되었다. 6월부터 8월까지 내내 아프다. 8월에 복귀했지만 지금까지 1인분도 못하고 있어, 월급 받는 것이 민망할 정도이다.


그간의 척추와 척수 감염이 인재라면, 지금 이 담낭염은 산재다. 지난 비서관 자리에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밤에 아파서 응급실에 자주 갔다. 병원에선 위경련이라고 했다. 정말 진통제 한번 맞고 심신이 안정되면 통증이 사라졌다. 그렇게 1~2달에 한 번씩 응급실로 실려갔지만, 비서실에서 나오면 자연히 나을 거라고 믿었다.


그 믿음은 틀렸다. 비서실에서 나온 지 2달이 지났지만, 매주 한 번은 응급실에 실려갔다. 원인도 모르겠고 하도 답답해서 동네 내과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은 바로 담낭염을 의심했다. 복부 초음파에서 담석이 여러 개 발견됐다. 선생님은 급히 담낭 절제 수술을 권했다. 1년 내도록 스트레스성 위경련으로 알았는데 담낭염이라니. 난 그동안 뭘 했던 것인가.




최근 동네 병원에서 시술받다 감염된 후로 얻은 교훈이 있다. 시술이든 수술이든 큰 병원에서 해야 한다는 것. 배 아픈 몸을 이끌고 서울에 큰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라. 왜 여기까지 와서 수술하냐고. 일단 수술 날짜는 10월로 잡되, 그 사이에 심하게 아프면 지방에서 그냥 수술하라고 하셨다. 그는 전공의 파업 때문인지 굉장히 지쳐 보였고, 불친절했다. 이 사람에게 내 몸을 맡겨도 되나 불안했다.


그 후 몸은 더 악화되어 밥을 먹으면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하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점점 살이 빠지고 체력이 고갈되고 있었다. 지금 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10월까지 수술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 결국 감염 트라우마고 뭐고, 당장 집 근처 어디서라도 수술 날짜를 빨리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침 아내가 신문기사를 찾아줬는데,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의 병원에 담낭절제 수술 경험이 매우 많은 교수님이 계셨다. 출근하자마자 당장 병가를 내고 찾아가 지금 밥도 못 먹고 있다며 읍소를 했다. 교수님은 담낭에 이상이 있다는 걸 그것도 큰 병원에서 1년 넘게 못 찾았다는 이야길 듣더니 그동안 정말 아팠을 거라며 위로해 주셨다. 수술 날짜도 당장 다음 주로 잡아주셨다. 옆에 간호사가 병실도 없다며 바로 수술은 안된다길래 교수님이 그렇다고 날 내버려 둘 셈이냐며 응급으로라도 수술시킬 거라고 했다. 난 처음 보는 교수님께 정말 큰 도움을 받은 것 같아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드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