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생텍쥐페리

군산 선유도에서

by 말랭자매


10년 전쯤 나에 대해 한참을 고민하던 때 말랭자매를 시작했었다.

나의 제안에 사동은 흔쾌히 함께 해주었고, 매주 영화에 대한 리뷰를 올리던 우리는

1년정도 꽤나 재밌게, 또 성과도 있어서 만족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나


20대 중반의 여러 가지 일들을 맞닥뜨리며, 자연스럽게 바빠졌고,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되었다.



그로부터 시간은 흘러서 어느새 우린 30대가 되었고,

각자의 삶에 익숙해질때쯤, 다시 한 번 말랭자매를 시작하기로 한다.

우리의 공통된 취미인 독서로,

책에 나왔던 장소를 찾아가보는 여행을 곁들여서.




첫 책은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했고,

흔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최고의 책인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선택했다.



어린왕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사막이다.

한국엔 사막이 없는데, 사막 비슷한 곳이 있다.




사진으로 보면 정말 내가 갔던 몽골의 사막과 비슷하다.

이곳을 찾아가려고 했으나, 워낙 외진 곳에 있어서 접근이 어려웠다.


서울에서 왕복만 6시간이어서 시간적으로 포기하고,

다른 장소를 물색하다가 찾은 곳이 군산 선유도다.






지도상으로 보면 바다위에 모랫길이 쭉 이어져있어,

영상적으로도 예쁠 것 같아 찾아갔다.






1. 어른



어린왕자가 만난 어른은 다음과 같다.


1) 권력에 도취되어 있는 왕: 명령 자체에 빠진

2) 허영쟁이: 요즘 시대의 나르시스트틀, 자존감과 나르시즘을 헷갈려하는 사람들

3) 주정뱅이 술꾼: 중독의 굴레

4) 사업가 ‘소유욕’

5) 가로등을 켜고 끄는 사람

6) 노신사 : 지리학자, 꽃이 덧없다고 말해준 사람




나는 이중에 가로등을 켜고 끄는 사람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정말 벗어날 수 없는 인턴의 굴레..ㅎㅎ



매일매일이 똑같고, 어떨땐 무언가의 부품같지만,

그래도 내 자리에서 내 역할을 다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그래도 세상에는 조금은 필요한? 그런 존재.



어린왕자에서의 어른은 순수함을 잃어가는 과정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어린왕자가 순수함을 대표하며 질문을 끊임없이 한다면,

지금 어른인 나는 모든 것에 질문이 없어졌달까. 생각하기가 귀찮아졌달까.



그래서 건조해진 느낌이다. 어른은 건조한 사막같다.

어린왕자는 그 사막 속에 떨어진아주 순수한 존재고.






2. 꽃


어린왕자 하면 꽃을 빼놓을 수 없다.



꽃밭을 물색하다가 우연히 찾게된 신시도의 어느 꽃밭.

선유도 가는 길에 노란 꽃밭이 있길래 들어가 보았다.





"그러자 꽃은 어찌 됐든 어린 왕자를 후회하도록 만들려고 억지 기침을 했다.

이렇게 해서 어린 왕자는 그의 사랑에서 우러나온 착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그 꽃을 곧 의심하게 되었다.

별것도 아닌 말을 심각하게 생각했고 그래서 아주 불행하게 되었다."


-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꽃은 최선을 다해 자신을 돌봐주는 어린왕자에게 까다롭게 군다.



인간관계는 이렇듯 까다로운 것이다. 물을 주고, 바람을 막아주는 등

노력이 필요한게 인간관계이면서도,

그런 내 노력을 상대방이 당연하다는 듯 여긴다면

도구로 여겨진 내 자신이 비참하게 여겨지고, 말 한마디에 불행해지기도 한다.




그러다 지구에 도착해서, 자신에게 한 송이뿐이라고 생각했던 장미가

오천송이나 모여있는 것을 보고 사실 그 장미는 흔한 장미였다고 생각하고

자신도 특별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어

어린왕자는 울고만다.






3. 길들임


그러다 눈 앞에 나타난 여우.

자신을 길들여달라고 하는데, 길들임엔 책임이 있다고도 덧붙인다.




길들임에 책임이 있다는 말.. 참 어려운 말이다.



내가 이해하기론, 적어도 네가 나를 길들였다면,

너만은 나를 특별하게 생각해주기를 바란다는 뜻같다.



누군가는 나를 가로등 켜는 사람처럼 부품으로 생각할지라도,

너만은 나를

감정이 있는 존재로,

온전히 인간성이 있는 존재로 생각해주길.



그렇게 다시 어린왕자는 오천 송이의 꽃 앞에 섰을 때, 자신의 장미와는 그들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수천 송이 꽃들과는 다르게 그 꽃과는 서로를 길들였으니까.

그래서 나라는 인간 자체를 받아들여주길 바랐기 때문에, 서운함도 느꼈을 것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우리는 건조한 사막같은, 삭막한 어른들 사이에서 서로 길들일 관계를 찾고 있다

그리고 이 사막을 살아낼 수 있는 건 어딘가 숨어있을 우물을 찾게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일 것이다.




나는 기억못하는 과거의 나의 모습을 꺼내주는 친구들이나,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어느 날 맛있는 오징어볶음 먹고 돌아오는 그 길에서

함께 농담하며 웃을 수 있는 반려인,

매일 아침 일어나면 밤사이 자고 있던 시간에

내가 그리웠다며 있는 힘껏 꼬리치며 반겨주는 방울이.




나의 우물이 되어준 이들 덕에

가끔 무너질 것 같은 날들 속에서도

견딜 수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