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양귀자

by 말랭자매




모순 속 주인공인

진진과 장우의 여행지였던 선운사로 향했다.

한 인물의 삶과

그 안에서의 모순에 관한 이야기.





1. 안진진





울창한 나무 사이로 걸어들어가면,

다른 세상인 듯 고요한 공간에 선운사가 있다.

책의 첫 장면은

진진이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외치며 시작된다.

양귀자의 모순은 1998년 작품으로

책 속의 진진의 나이는 스물 다섯이다.




진진의 나이 또래라면

적어도 한 두번쯤은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책에서는 스물다섯이라는

진진의 나이가 결혼적령기인것 처럼 나오는데,



2025년 기준으로는 서른살에서 서른다섯 정도 아닐까?



내 나이대라 그런지

90년대 특유의 시대적 특징만 제외하면 위화감은 없었다.



오히려 내가 90년대를 겪어서인지

그 시절이 더 이해가 잘 되기도 했다.



진진에게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고,

삶의 변곡점으로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결혼적령기'라는 단어처럼

세상엔 어떤 일을 해야만하는 순간인 것처럼

정해두는 듯한 단어들이 있다.



나도 당시엔 서른이 되기전엔

무조건 결혼을 해야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서른이 넘어서까지

학교를 다녔고,

이제야 사회초년생의 삶을 살고 있다.



삶엔 다양한 형태가 있고,

여러 가지 속도가 있는데

적절한 때라는 건 세상이 정한 기준인 듯하다.

나에게 적절한 때는 내가 정하는 것 아닐까?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양귀자, <모순>




진진을 이야기할 때 아버지를 빼놓을 순 없다.



사실, 가족들을 방치하다시피

겉으로 나돌고, 낯선 길이 슬퍼서

집에 돌아온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인물이라

의논하기도 싫은 책임감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안진진은 아버지를 증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도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애증을 품고 가는 것이 어쩌면 90년대의 감성일 수도 있겠다.

시대적으로 은근히 강요했던 가족애.


진진은 처음부터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고

어머니, 진모 같은 가족이면서 한 명의 인간으로 대하고 있다.


거꾸로 아버지에게 가족이란 어떤 존재였을까?


가족이란 것이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고,

내가 처음에 갖고 태어난 성격과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운이 좋아서 가족과 잘 지낼 수도 있지만,

잘 지내지 못하더라도 잘못은 아니겠지.





2. 나영규와 김장우


삶의 변곡점으로 결혼을 선택한 진진에게

이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나타난 두 남자

나영규와 김장우.



모순 속에서

그 시절 짝짓기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요즘에도 나솔도 핫하고,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면서, 진정성을 호소하는

짝짓기 프로그램이

말그대로 범람하는 시대라,

그에 대한 시선이 재밌었다.





“나영규와 만나면 현실이 있고,

김장우와 같이 있으면 몽상이 있었다.”

양귀자, <모순>




김장우랑 안진진은 환경이 비슷하니까

둘이 사랑에 빠지는 것을 자연스러웠는데,


나영규는 객관적 조건이 매우 다른데 안진진에게 매달리는 이유는 조금 궁금했다.

아마 나영규는 인생계획표가 있는 사람이니까

계획표에 들어왔던 안진진과의 결혼이 달성해야 하는 인생계획이었을까?



김장우는 야생화를 사랑하고,

약속도 당일에 잡고,

당일에 안된다고 거절하면 혼자서 남도여행을 훌쩍 떠나버리는,

이런 알 수 없는 남자인데,


진진은 김장우와

이 곳 선운사로 여행을 오게 되고, 여행을 하면서 김장우에게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같이 느낀다.


본능적으로 김장우와 아버지가

비슷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한 생각까지 이어졌다.


안진진은 김장우를 사랑한걸까?

아니면 아버지의 모습을 김장우 속에서 발견하고 연민이 생긴걸까?






안진진이 어떤 감정을 느끼며, 당황한 것으로 볼 때,

안진진은 김장우에게 사랑을 느낀 것이다.


이 남자가 자신의 사랑이지만,

자신의 이상적인 결혼을 이루어줄 수 없는 남자고,

엄마같은 현실을 살기 싫었기 때문에,

결혼에 답을 정해놓고 있는 안진진으로서는

김장우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사랑한다고 느낀 순간 당황했을 것이다.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


소설 속엔 여러 가지 모순이 존재하지만,

이 부분에서 사랑에 대한 모순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사랑이라는 개념은 분명히 이상적이고 추상적인데,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면

결혼에는 책임, 조건, 계산이 따르는 현실이 된다.


그래서 사랑과 결혼이 다른 것 아닐까? 라고 반려인에게 물어보니,

반려인은 사랑하니까, 그 한사람을 평생 책임지겠다는 약속이

결혼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고,

둘은 전혀 다른게 아니란다.


너.. 참 괜찮은 사람이다..(´▽`ʃ♡ƪ)





선운사에서

우리의 작은 소원도 빌고,






근처에서 정말 맛있는 장어도 먹었다.

전혀 비리지 않고 좋다.

선운사 산책 후 밥 먹기에 딱 좋다.

우리의 선택은 소금구이 win!!






이후 카페로 향했다.

연다원이라는 녹차밭이 정말 아름다운 곳인데,

비가 오는 바람에 실내에만 있었다.






3. 쌍둥이인 엄마와 이모



둘은 외모도 똑같고, 태어난 날도, 결혼한 날짜도 똑같은데,

성격은 영 딴판이다.



어머니가 일본어 첫걸음을 읽는 삶이라면

이모는 소설책을 읽는 삶.




세상 편해보이는 이모는 누가봐도 불행한 쌍둥이 언니를 부러워한다.

누군가는 지루함은 인생 최고의 사치라던데

이모는 어떤 것이 그리 힘들었을까?



이모는 이모의 삶이 없었기 때문일까?

열정을 쏟아낼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사람은 각자 다르게 삶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걸까?





"말랑했던 구절"



SOO: 296P. 일 년쯤 전, 내가 한 말을 수정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책의 초반 22p 에 나왔던 문장과 수미상관된다.

1년 동안의 진진 일기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지막 문장이 인상깊었다.

살아가는 데 정답이란 없고, 그저 그때그때의 선택을 하고 실수도 하고 나아가는 것.

그게 인생이라고 작가가 말을 건네는 듯하다.


나는 1년 전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때의 고민은 해결되었나 싶은 마음에

일기도 다시 열어보았다.





ROM: 살다보면 이런 날이 올 수도 있는 것을, 그런줄도 모르고 혼자 너무 외로웠구나라는

김장우가 사랑을 느끼고서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에서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전까지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 존재였는지를

사무치게 깨닫게 된다는데,


어쨌든 이 책은 사랑에 대한 모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난 좀 대부분의 시간에서 시니컬하지만,

가끔 되게 이상적이고 싶은데,



사랑에 대한, 이런 현실을 쏙 뺀 이야기는

마음에 남겨두고 싶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