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심층리뷰/결말O] 마녀배달부 키키(1989)

사춘기 소녀에서 숙녀로의 성장

by 뇨리

최근 <마녀배달부 키키>가 재개봉하여 퇴근 후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는 것 같았다. 키키가 좌절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사춘기를 겪는 딸을 응원하는 아버지의 조마조마하지만 대견한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마녀 키키의 성장 스토리


영화는 13살이 된 마녀 견습생 키키의 독립과 좌절, 그리고 성장을 다룬다. 13살이라는 나이가 사춘기의 문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영화가 한 소녀의 성장을 다룬다는 것이 자명하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마녀수행을 떠난 키키가 자신이 살아갈 마을과 할 일을 정하고, 그 과정에서 회한과 좌절을 겪지만 이내 극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게다가,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그녀가 처한 상황이나 내면의 모습을 그녀가 나는 높이나 날씨, 고양이 '지지'의 모습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이 매우 훌륭한 동화처럼 느껴진다.


▶ 날씨와 비행을 통한 키키의 기분과 상태

처음 키키가 마을을 떠나는 날은 맑고 청명한 보름달이 뜨는 밤이었다. 그날을 고른 이유는 자신의 인생을 위한 첫출발의 설렘과 앞으로의 삶이 계속 맑았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배 마녀를 만나 자신의 능력 부족을 직시하고 걱정하는 순간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높이 날아오르고 싶었던 키키의 바람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땅으로 떨어진다. 애니 속에서 키키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된다. 이것은 모두가 삶에서 한 번쯤 겪어 봤을 것이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 느꼈던 설렘과 포부는 금세 여러 실패와 역경으로 이어진다. 키키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일을 시작했을 때 누구보다 높이 날아오르지만 보람을 느낄만하면 다시 폭우를 만나게 된다. 부모님의 그늘 아래에서 사랑만 받아온 어린이가 처음으로 세상을 마주했을 때 느꼈을 좌절'날씨'라는 시각적인 도구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 지지 = 키키의 내면

애니메이션 속에서 키키 곁에는 항상 고양이 '지지'가 함께한다. 그리고, 키키는 지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모두 털어놓는다. 이것은 그녀가 마녀이기 때문에 지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지지는 키키의 내면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더욱 풍부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중간에 보면 키키의 침대 옆 벽에 재미난 그림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속에는 지지의 모습이 있고 뒤에는 고양이 지지의 뒷모습이 비치는 것을 보아 거울 앞에 있는 지지의 그림 혹은 사진으로 보인다. 이 그림의 의미는 키키가 거울을 보면 그 내면에는 지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키키가 지지에게 말을 거는 모습은 그녀가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지지가 키키에게 건네는 말 또한 키키에 대한 그녀 자신의 생각이나 자신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처음에는 지지와 대화가 되던 키키가 어느 순간 말을 알아들을 수 없게 된 것일까? 스토리 상에는 키키의 마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은 사춘기가 되어 한층 성장한 키키의 내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아이들은 애완동물이나 인형과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나눈다. 어린아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단방향이다. 즉,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내뱉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지는 단지 키키가 말하고 싶을 때 들어주기 위해 필요한 대상일 뿐이다. 그러한 어린 소녀가 점점 자라 사춘기가 되면 자신의 세계 외에도 친구들과 공유하는 세상이 넓어지게 된다. 또한 사춘기의 가장 큰 특징은 이성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시기라는 것이다. 처음 키키가 톰보를 만났을 때에는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남녀를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는 착한 어린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키키는 어느 순간 톰보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에게 경험한 적 없던 질투도 느낀다. 이러한 그에 대한 관계는 지지와 옆집 고양이 사이의 관계로 표현된다. 지지도 처음에는 옆집 고양이가 왕재수라고 새침하게 이야기했지만, 중반부에는 옆집 고양이에게 사랑에 빠져 다가간다. 지지가 옆집 고양이에게 다가가는 장면 바로 앞에는 병문안을 오려는 톰보를 생각하며 얼굴을 붉히는 키키의 모습이 나왔었다. 이때부터 키키는 지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그것은 키키가 어린아이의 모습을 벗어나 한층 성장했기 때문에 더 이상 인형이나 고양이에게 말을 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성장한 그녀는 주변의 친구와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성장하여 자기 삶의 모습을 선택하고 그려나갈 수 있게 된 키키는 애니메이션의 마지막까지 고양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지지에게 머리를 기댄다. 이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전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상대방과 소중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 성장한 키키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대 사회에 마녀가 필요한 이유


키키가 선택한 마을은 중앙에 시계탑이 있는 도시의 모습이다. 이 시계탑은 영국의 빅벤을 꼭 닮았다. 전에 누군가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의 건물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건물에 시계가 있는가로 구분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왜냐하면, 과거 농경 사회에는 시간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가 뜨면 밭에 가 일을 하였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로는 정해진 시간에 공장에 출근하여 기계적으로 일을 하였기 때문에 시간이 매우 중요해졌고, 그래서 도시 한복판에 거대한 시계탑들이 등장하게 된다. 사람들은 시간에 쫓기며 바쁘게 일만 하게 되었다. 산업혁명의 고장인 영국의 상징인 <빅 벤>은 각박한 삶이 시작된 시대를 대표하는 구조물인 셈이다. 그런 현대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은 각박한 마을을 키키가 선택한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마녀의 역할은 마녀가 없는 도시를 찾아 자신의 능력으로 사회의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녀는 무엇을 상징할까? 처음 키키가 마을에 도착해 사람들 사이를 날아갈 때 바쁘게 걸어가던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보기 위해 잠시 멈춰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즉, 마녀는 시간에 쫓겨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게 하는 존재인 것이다. 마녀는 현대 사회에서 잃지 말아야 할 그 무언가이다.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에겐 동심, 누구에게는 예술, 누구에게는 마음의 여유 등 여러 가지를 의미할 수 있다.


키키도 각박한 도시에서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처음 가졌던 설렘과 여유를 잊어버리게 된다. 배달 일을 하면서 점점 시간에 쫓기게 되고 결국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그런 키키가 슬럼프를 이겨낸 계기는 '우르술라'와 '노부인'과의 만남이다. 이 작품에서 키키는 도시의 삶을 벗어난 두 인물을 통해서 키키는 좌절을 극복하고 성장하게 된다. 키키가 찾아간 노부인의 집에 있는 시계는 15분이 늦다. 이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부인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바쁜 도시의 사람들에 비해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우르술라는 바쁜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산속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즉, 노부인은 도시의 시간에서, 우르술라는 도시라는 공간에서 자유로운 존재를 의미한다. 영화 외적으로 재미있는 부분은 키키와 우르술라의 일본 성우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물론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동일한 성우의 목소리로 두 사람을 연기함으로써 마치 우르술라는 키키의 선배이기도 하면서 키키의 미래 모습으로도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처음 관습에 의해 마녀의 삶을 흉내 내며 마을을 떠나야 했던 키키는 우르술라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며 살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온전한 자신의 삶을 살게 된 키키는 어린아이에서 숙녀로 다시 태어나게 되고, 그런 키키에게 노부인은 생일 케이크를 선물한다. 이때부터 키키는 부모에게 종속된 존재가 아닌 자아를 가진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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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방식을 시간에 쫓기며 살아간다. 그런 마을에 마녀가 필요한 이유는 일상에서 잠시 느낄 수 있는 산책, 낮잠, 예술과 같은 여유를 느끼며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을 살고 싶도록 만드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연출적인 측면 : 비행선 구출 시퀀스


원래 이 애니메이션의 러닝타임은 70~80분 정도로 예정되었다고 한다. 결말은 좌절을 극복한 키키가 자신의 생일 케이크를 받고 감동을 받는 것이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너무 밋밋한 결말이라며 후반의 비행선 구출 장면을 추가했다고 한다.


후반의 비행선 장면은 이제까지의 키키의 모험이 압축되어 있다. 영화 속에서 비행선은 마을에 불시착하였는데 이것은 얼떨결에 이 마을에 정착하게 된 키키의 모습과 매우 닮아 있다. 그리고, 키키가 좌절을 극복하고 자신의 생일 케이크를 받은 이후에야 비행선은 다시 날아오르려 한다. 비행선의 이름은 '자유의 모험호'인데, 키키가 일에 쫓기며 살던 각박한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 비행선은 자신의 능력으로 떠오른 것이 아닌 폭풍에 의해서 날려가는 모습이다. 키키는 날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빗자루를 방 안에 세워 놓는다. 이때의 비행선은 마치 자신의 힘으로 날지 못하니 한켠에 거꾸로 세워둔 빗자루의 모습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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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려가던 비행선은 마을 중앙에 세워진 시계탑에 부딪힌다. 이것은 키키가 자유를 찾아 날아갔지만 결국 현대 사회의 시간에 쫓겨 멈출 수밖에 없던 키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성장한 키키가 자신이 선택한 빗자루. 즉, 그녀가 자신의 능력으로 그녀가 선택한 삶의 방향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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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보를 구하러 날아가는 모습은 아직도 미숙하고 불안해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망설임 없이 날아가게 되고 그러한 모습을 보며 응원하다 마침내 대견한 느낌이 들게 된다. 키키의 성장은 마치 어렸던 딸이 자신의 인생을 불안하지만 똑바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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