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전작에 비해 아쉬운 영화
*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면 영화를 먼저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디스트릭트 9>에서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SF 장르로써 창의적으로 표현했던 닐 블룸캠프 감독은 다음 작품인 <엘리시움>에서도 역시 SF장르 형식으로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표현하려 한 듯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전작에 비해 매우 빈약한 개연성과 수많은 클리셰로 범벅되어 매우 아쉬웠다. 영화 속에서 볼만한 장면은 맥스(배우 - 맷 데이먼)가 총을 발사해 드로이드를 파괴하는 단 한 쇼트뿐이었다.
영화 속 엘리시움은 지구와 비교했을 때 완벽한 세계로 묘사된다. 지구는 부조리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사람들은 범죄와 병에 시달린다. 물론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 때문이겠지만, 맥스가 공장에서 문틈에 끼인 구조물을 빼러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해 죽을 위기에 빠졌다는 설정은 너무 과하다. 그저 감독이 주인공을 엘리시움에 침입시키기 위해 억지로 만든 설정이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렇게 주인공이 원하는 이상향인 엘리시움 또한 매력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렇게 완벽하다고 말하는 세계지만 외계에서 들어오는 셔틀도 제대로 막지 못하는 모습이 허술하다. 자체적인 방어 시스템도 전무하고, 오히려 문제 있는 지구 요원에게 부탁하는 모습은 반대로 엘리시움의 품격을 크게 떨어뜨린다. 엘리시움은 단지 성능 좋은 의료기기를 가진 매력 없는 세상일 뿐이다. 그렇기에 맥스라는 인물에 의해 너무나도 쉽게 돌파당하고, 리부팅도 너무나 쉬운 오히려 형편없는 세상처럼 보인다.
영화의 주제도 명확하지 않다. 주제는 의료 시스템을 일반 시민에게 돌려준 주인공의 영웅적 행보와 희생일 것이다. 물론 의료 시스템을 모두가 공평하게 받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는 옳은 것이지만 그것이 이렇게 긴 시간에 걸쳐 말해야 되는 내용 일까도 의문일지언정, 그럼에도 자신의 뿌리를 생각해 아름다운 지구를 생각하며 죽어가는 맥스는 매우 뜬금없는 전개이다. 좋은 의미를 내포한다고 뛰어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작가가 알았으면 좋겠다.
영화 속 캐릭터 중에 매력적인 인물이 거의 없다. 주인공은 자신을 치료하려다 갑자기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영웅으로 변하고, 그의 친구 홀리오는 처음에는 차를 훔치는 범죄자의 모습이었다가 주인공이 스파이더에게 임무를 받자 이유 없이 그를 말린다. 사실 말릴 이유가 없다. 가만히 두면 친구가 죽을 것이고, 아직 임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왜 말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친구의 죽음은 보통 주인공을 각성시키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소모되지도 않는다. 즉, 전혀 필요가 없는 캐릭터이다. 또, 엘리시움의 국방장관인 델라코트(배우 - 조디 포스터)는 극 중에서 카리스마로 무게를 잡지만 매우 수동적이다. 그녀는 크루거에게 지시를 하고 그저 애만 태우며 앉아 있는 전혀 입체적이지 않은 인물로 그려진다. 감독이 조디 포스터라는 배우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클리셰 범벅인 프레이는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영화에서는 감독의 오타쿠스러운 면모만 많이 드러난다. 상상력을 모조리 무기와 폭탄에만 쏟아부었고, 크루거라는 캐릭터를 보면 감독은 단지 일본 닌자에 심취한 어린이라는 생각이 든다. 벚꽃이 흩날리는 곳에서 닌자와 슈트를 입은 주인공이 싸우는 모습은 3류 일본 사무라이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격투 장면에서 화면이 너무나 흔들려서 정신만 사납고 전혀 흥미진진하지 않았다. 영화 속 모든 액션은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그렇기에 어느 캐릭터에도 몰입할 수 없고, 전체적인 흥미 또한 떨어지게 되는 결과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