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람평/스포 O] 살목지(2026)

by 뇨리

낚시 스팟 겸 심령스폿으로 유명한 저수지 '살목지'의 <심야괴담회> 실화 경험담 등 괴담들을 배경으로 함


4면 SCREENX가 처음으로 실사 극영화에 적용된 사례




요즘 세대들의 성향이 반영된 공포영화


예전 한국 영화에서는 공포 영화도 스토리가 중요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처녀 귀신 등의 이미지는 설화 <아랑전설>까지 올라간다. 억울하게 죽은 처녀가 소복을 입고 새로 부임한 밀양 사또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사또가 원한을 풀어주는 이야기다. 즉, 과거 공포 이야기는 귀신의 원한과 억울함이 중요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귀신의 억울함을 풀어주면 갈등이 해소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복잡한 이야기나 명예의 회복보다는 단순하게 공포적 분위기를 소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듯하다. 이 영화도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의미보다는 공포스러운 분위기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심야괴담회에서 인기가 있던 괴담의 유명세와 분위기만을 가져왔지만 감독 자체가 스토리를 발전시킬 시간이나 능력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시작하면서부터 귀신이 찍힌 사진을 보여주며 바로 사건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인물의 소개나 배경에 대한 설명은 없다. 마치 웹소설처럼 요즘 시대는 서사를 쌓는 것에 대해 지루함을 느끼는 듯하다. 영화는 한 가지 규칙으로 보면 굉장히 단순해진다. '물에 신체가 닿은 자는 죽는다.'이다.


물귀신은 사람을 홀린다. 타이틀 시퀀스에서부터 물에 빠진 사람이 누구인지도 구분이 안 될 정도의 환상을 보여준다. 사실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은 진실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관객을 홀리기 위한 환상도 많이 섞여 있다. 이것은 좋게 표현한 문장이고, 엄밀히 말하면 모든 스토리가 촘촘하게 얽혀 있지 않아 보인다. 그중 하나로 주인공 한수인(배우 - 김혜윤)이 처음부터 죽은 물귀신인지, 지난번 촬영 때 귀신에게 홀린 상태로 다른 사람들을 살목지에 데려와 물귀신에게 희생시킨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그래서, 스토리를 정확히 파악하려 해도 어차피 진실을 파악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보이는 모든 장면이 진실이라고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귀신을 소재로 하면 환상을 섞어 관객들에게 의심과 불안감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스토리에도 혼란스러움이 생긴다. 게다가,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스토리나 의미보다는 공포스럽고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기술의 발달로도 확신할 수 없을 때 느끼는 공포


이 영화는 귀신을 보여주는 최신 기술들이 많이 등장한다. 애초에 로드뷰라는 것이 내비게이션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로드뷰와 내비게이션은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이다. 현대인들은 효율을 병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길에서 낭비하는 것을 무서워한다. 그래서, 자기의 목적지로 시간 낭비하지 않고, 지름길로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원작 스토리에서는 그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겪는 공포를 말하고 있다. 왜 이런 이야기가 현재 시대에 인기를 끌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우리가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삶을 사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이런 괴담이 인기를 끈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지만 현재의 최신 기술로도 원하는 목적지로 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작의 이런 의미가 영화에서는 약하게 표현되었다.


영화 속에서는 많은 기술들이 등장한다. 얼굴 인식 기술이나, 카메라, 모션 캡처 기술들이 등장한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을 보여주는 영화 속 장치이지만, 뒤집어보면 이런 최신 기술로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현재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불쾌함으로 다가온다.


유사한 것으로서 돌탑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한피디는 사진이라는 기술적 증거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으로 돌탑을 부수면 이곳에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돌탑을 무너뜨려도 살목지에서 나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물을 침범한 사람은 죽는다는 단순한 규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확실한 기술적 근거와 합리성이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현세대들에게 확신이 무의미해졌을 때 느껴지는 허무함에 대한 공포를 준다.



아쉬운 부분


영화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긴장감과 공포스러운 분위기로만 영화를 끌고 간다. 스토리나 주제 측면에서는 부족하고 오로지 분위기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 긴장감과 불안함은 느껴지지만 막상 귀신이 나타나는 부분이나 물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장면은 부감샷으로 멀리서 보여준다. 죽음을 당하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힘이 빠지는 경우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쯤 가서는 예상이 되는 부분이 많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때문에 공포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공포감과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리고, 귀신의 모습도 AI로 만든 무서운 형상과 같은 모습이라 아이러니하게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리고, 주인공에 대한 부분을 더욱 심화시켰어도 됐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주인공 이름인 수인은 水人처럼 들린다. '수인'이라는 말 자체가 물귀신을 한자로 표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마지막에 한피디와 함께 빠져나왔다고 생각한 전남친인 기태(배우 - 이종원)도 아직 살목지에서 빠져나온 것이 아니었고, 환상이 거치자 자신이 구하려 애썼던 한피디가 그를 물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즉, 믿었던 것에 대한 배신을 표현했다는 부분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의 마지막까지 한피디도 같이 물귀신의 환상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그전까지는 피해자였지만 사실은 흑막이었다라는 반전에만 초점을 둔 것 같다. 그렇기에 더욱 심도 깊은 내용을 전달할 수 있었던 주인공이 그저 반전을 위한 도구쯤으로 그려진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영화 속 할머니와 돌탑에 대한 이야기도 설명이 부족하다. 내용과 의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봤지만 이 또한 나갈 수 있는 방법에 희망을 품게 한 다음 배신을 통한 허무함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공포 영화로써 무난한 방식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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