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분석/결말포함] UP (2009)

인생을 모험으로써 잘 즐기고 있는가?

by 뇨리

*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시고 감상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영화의 실제 배경이나 줄거리까지 쓰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심층 리뷰와 감상평 위주로 쓰려고 한다.


[심층 리뷰] - 칼의 모험의 여정

전에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에는 엘리를 잃을 칼의 좌충우돌 여행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번에 집중해서 다시 애니메이션을 보니 칼의 여정 자체그의 인생 전체를 함축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애니를 통해서 전해는 깊은 주제 또한 인상적이었다.


칼의 인생과 처한 상황


어린 칼은 모험을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그런 칼은 자신처럼 모험을 좋아하는 엘리를 만나 결혼을 한다. 엘리와의 결혼생활은 행복했다. 칼은 엘리와 언젠가는 파라다이스 폭포에 가자며 유리병에 돈을 모금한다. 하지만, 차가 펑크 나고, 칼이 다치고, 폭풍에 나무가 집을 덮치는 등의 예기치 못한 사고로 모아두었던 유리병을 번번이 깨고 만다. 게다가, 그 둘에게는 아이도 생기지 않았다. 대신 둘은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눠주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칼은 이제껏 잊고 있었던 엘리의 꿈을 이뤄주고 싶다는 생각에 비행기표를 사 왔지만 엘리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둘의 여행도 물거품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엘리가 떠나갔다.


현재 그의 집은 공사현장 한가운데에 있다. 그의 집을 사기 위해 여러 양복쟁이들이 여러 번 찾아왔지만 칼은 절대로 집을 팔 수 없었다. 하지만, 칼은 충동적으로 건설 관계자를 때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칼은 양로원으로 가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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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이 떠난 모험


어린 시절 칼은 <sprit of adventure>라고 쓰인 풍선을 들고 있다. 이로 보건대 풍선은 모험의 정신, 즉, 모험을 좋아하는 마음을 나타낸다. 그런 칼에게는 일상이 모험이었다. 하지만, 칼의 인생에서 엘리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이 모험보다 충분히 행복했다. 하지만, 엘리가 떠난 뒤 칼에게는 엘리와의 추억이 담겨 있던 집만이 남았다. 칼이 양로원에 떠나기 전에 잠시 집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이후의 칼이 집을 타고 날아가면서 이후 겪는 모험 장면은 양로원에 가기 전 칼이 꾸었던 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모험을 통해 칼의 인생을 아름다운 색채로 보여줌과 동시에 깊은 메시지까지 전하고 있다.


칼의 모험은 풍선이 가득 달린 집을 타고 파라다이스 폭포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집이 엘리와의 추억이 서려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풍선이 가득 달린 집을 타고 날아가는 장면은 모험가의 정신이 충만한 칼과 엘리의 삶이 낙원을 향했던 초기 삶의 모습을 매우 아름답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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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서는 칼과 엘리의 성격을 도형으로써 표현한다. 칼의 가족과 엘리의 가족의 생김새만 봐도 차이를 알 수 있다. 엘리의 가족들은 밝고 둥글둥글한 형태이고, 반면 엘리의 가족들은 각진 얼굴로 표현했다. 이것은 집 안의 가구와 액자들에도 동일하게 표현된다. 엘리의 사진은 둥근 액자에, 칼의 사진이나 물건은 사각형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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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관점에서 칼이 모험을 떠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러셀과 동행하는데, 러셀은 동글동글<둥글둥글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이것은 동그란 엘리와 같은 얼굴 모양이다. 따라서, 칼은 러셀이라는 인물로 대체된 엘리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은 떠나자마자 폭풍우를 마주친다. 마치 칼과 엘리가 즐거움 속에 결혼생활을 시작했지만 그들이 만나는 여러 고난이 폭풍우로써 표현되었다. 폭풍우를 뚫고 도착한 곳은 황량한 공간이었다. 건너편에는 그토록 가고 싶었던 파라다이스 폭포가 잡힐 듯 가까이 있었지만, 칼은 집이 날아가지 않도록 벼랑 끝에서 버티고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당연히 이 황량한 공간은 그의 집 주변의 공사현장일 것이다. 그리고, 칼은 집이 빼앗길 벼랑 끝의 위기 속에서 간신히 집을 잡고 있는 상태이다. 엘리와의 추억 때문에 놓치지 못하는 집은 이제는 원래 목적지인 파라다이스로 가지도 못하고 그저 꼭 붙잡고 끌고 가야만 하는 짐처럼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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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도요새'라고 불리우는 새가 나오는데 칼은 현실에는 그런 새는 없다고 알고 있다. 그 새는 오래전 모험가 찰스 먼치가 모험의 목표로 삼았던 것이었고, 어린 칼은 그 새의 존재를 믿었지만 현실의 칼은 어느 순간 그런 새는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모험의 궁극적인 목표를 어느 순간 칼은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하지만, 새를 찾아낸 것은 아직 모험의 즐거움과 열정이 넘치는 러셀이었다. 러셀은 계속해서 칼에게 그 새를 놓치지 말고 보호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마치 무지개와 같은 색깔을 가진 그 새는 매우 빨라서 잠시 다른 곳에 한 눈을 팔면 금세 도망쳐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새는 계속해서 칼의 집 위에 올라앉아 있었다.


애니메이션의 갈등 상황은 이 새를 찾으려는 찰스 먼치와 칼과 러셀 사이에 벌어진다. 찰스는 새를 찾기 위해 모든 삶을 내던진 사람이다. 수많은 돈과 기술을 포함한 삶 전체를 내던졌지만 그는 살아있는 새를 만날 수 없었다. 사실 영화에서 새를 잡기 위한 알파가 리더로 있는 개들은 마치 양복을 입고 칼의 집을 빼앗으려는 건설 업체 관계자들처럼 보인다. 계속해서 칼의 집 위에 앉아 있던 새는 어쩌면 칼과 엘리가 함께 했던 공간에서 누렸던 사소하지만 행복했던 일상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칼은 모험 도중에도 그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했고 새보다는 집 자체에 집착하게 된다. 러셀은 새에게 '케빈'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주면서 지키려 한다. 중간에 러셀의 입을 통해 어릴 적 아버지와의 사소한 추억이 나오는데, 러셀은 시시한 이야기이지만 자신은 그 재미없는 일들이 삶이었고 좋았다고 이야기한다. 무지개의 빛깔을 닮은 그 새는 어쩌면 사소하지만 삶이라는 모험에서 잃지 말아야 할 그 무언가라고 생각된다. 너무 야생적인 야생에서 살아온 칼은 어느 순간 새는 잃어버린 채 집이라는 공간 자체에 묶여버린다.


새를 잃은 칼은 집을 기어코 목적지인 파라다이스 폭포에 올려다 놓지만 무언가 씁쓸한 기분이 떠나지 않는다. 폭포에 가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칼은 엘리의 모험책을 펼치게 되고, 그곳에는 엘리가 자신의 모험으로 채워놓은 칼과의 결혼생활이 빼곡히 차 있었다.

엘리에게는 칼과의 삶 자체가 모험이었고, 그 가운데에서 사소한 행복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는, 이제는 칼의 남은 모험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남겨놓았다. 그때부터 칼은 집 안의 가구들을 파라다이스 폭포 위에 내려놓는다. 파라다이스 폭포의 다른 이름은 '시간 속에 사라진 땅'이다. 다시 말하면 지나가는 시간 속에 엘리와의 즐거운 추억을 흘려보낸 칼은 러셀과 새를 구하러 다시 떠오른다. 모험의 정신으로 대변되는 풍선이 아직 칼에는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는 다시 집을 띄울 수 있었고, 새를 구할 수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구름 속으로 두둥실 떠가는 집을 바라보는 칼에게 러셀이 속상하냐고 묻지만 이제는 칼에게는 집이라는 건축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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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은 다시 모험에 대한 열정으로 대변되는 케빈(새)을 되찾았다. 뱃지 수여식에서는 아버지의 자격으로 러셀에게 뱃지를 달아주는데, 그토록 칼과 엘리가 원했던 자식이 생긴 것이다. 그 뒤로 칼과 러셀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지나가는 차를 세는 놀이를 하는데, 이런 사소한 행복을 즐기는 칼과 러셀의 머리 위에는 모험가의 열정이라는 비행선이 조용히 떠있다. 이제는 칼과 러셀 모두 자신 인생이라는 모험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다. 파라다이스 폭포 위에 조용히 놓여 있는 칼의 집을 마지막으로 보여주며 이 애니메이션은 그러한 일상이 모험의 종착지이고 낙원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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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평]

UP은 픽사 영화에서 처음으로 평범한 사람이 주인공인 최초의 작품이다. 슈퍼히어로가 아닌 매우 평범하게 살아온 칼은 어쩌면 나의 모습일 것이다. 칼은 어렸을 때에는 삶을 모험으로써 살아냈던 어린이였다. 우리도 어렸을 때에는 주위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날아가는 구름에서도 여러 동물들의 모습을 찾으며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 그러한 순수한 마음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영화의 빌런은 찰스 먼치라는 모험가이다. 모험을 하고는 있지만 그의 모험의 목표는 새를 잡아 남들에게 자신의 업적을 보여주는 것뿐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모든 삶을 다 바쳤지만 찰스 먼치는 자신의 모험의 의미를 아직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찰스는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찾아왔다고 한다. 누구는 지도를 완성하려고, 누군가는 연구를 위해 찾아왔다고 했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이룩한 업적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러한 업적들이 인생이라는 모험의 목표로 적합한가에 대해 이 애니메이션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렇다면 만약 남들이 그 업적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모험은 실패한 것일까? 그렇게 찰스가 평생을 찾아 헤매던 새가 사실은 칼의 집 위에 있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누군가가 평생을 찾아 헤맸던 모험의 목표는 사실 칼과 엘리가 함께 했던 행복한 삶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러한 여행의 목표를 애니메이션의 마지막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인상 깊게 여기는 초반부 4분 20초가량의 파노라마로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나의 모험책을 무엇으로 채우고 있는가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업적으로 채우려 인생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을까. 어쩌면 남들이 알아주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행복들을 놓치며 나의 인생이라는 모험에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나에게는 풍선이 과연 몇 개나 남아있을까?


사실, 삶이라는 것 자체가 아름답고 즐거운 일만 일어났으면 좋겠지만 여러 고난과 역경이 더욱 많다. 파라다이스로 가고 싶어 꾸준히 유리병에 돈을 모으지만 예상치 못한 여러 일로 번번이 그러한 꿈을 접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모든 인생 자체를 모험으로 즐겼던 엘리의 삶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나도 나의 모험의 마지막에 그동안 잘 즐기고 간다는 감상을 남겼으면 좋겠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생각나는 시가 있어 보너스로 함께 올린다.)



귀 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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