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은 58분으로 영화에 비하면 매우 짧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깊고 많은 여운과 감동을 준다. 극 중에는 주인공이 그리는 4컷 만화가 많이 나오는데, 감동적인 이야기를 4컷에 맞게 요약해서 그리는 작가처럼, 58분이라는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강렬하게 주제의식과 감정을 압축해서 표현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원작의 작화를 그대로 살리면서, 애니메이션만의 생기 넘치는 색감을 더했다. 게다가, 배경에 깔리는 음악 또한 스토리와 색감을 더욱 살려주고 있다. 작가와 감독은 이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창작자와 팬의 관계, 만화가의 입장에서 건네는 위로를 표현하고 있다.
'Back'은 2가지 중의적인 의미를 갖는다. 첫 번째는 '뒤'라는 뜻이 있고, 다음은 '등'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 작품은 두 가지 의미 모두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처음의 의미로 해석한다면 'Look Back'은 '뒤를 돌아본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과거를 반추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집필 동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무력감에 휩싸이게 된다. 그것은 아무리 노력해서 어떠한 한계에 부딪히며 느끼게 되기도 하며, 충격적인 일이 닥쳐올 때 느끼게 되는 절망감일 수도 있다. 암울한 상황에서 인간은 누구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된다. 혹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며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후지노 또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다. 하지만, 작가는 만화가로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러한 후지노에게, 나아가 우리에게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암울한 상황에서도 과거를 돌아보면 힘든 일 외에도 즐겁고 아름다웠던 추억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후지노가 과거를 되돌아봤을 때, 쿄모토와 함께 만화를 그리고, 함께 먹고, 웃고, 울었던 모든 추억들이 그녀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던 것처럼 작가는 우리에게도 암울한 상황 속에서 과거의 즐거웠던 추억들을 반추하여 다시 일어나 '무서웠지만 그래도 방에서 나오길 잘했어'라는 쿄모토의 대사를 들려주기를 바라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으로 'Look Back'은 '등을 바라본다'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짧은 러닝 타임에도 주인공의 등을 많이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 후지노는 처음으로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쿄모토의 그림을 보고는 그림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마치 보이지 않은 천재의 등을 보며 노력하는 창작자의 등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 자체로 후지노는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거꾸로, 쿄모토 또한 후지노의 등을 보며 노력하고 있다. 쿄모토가 미대에 가고자 했던 이유는 어쩌면 나아가는 후지노의 등을 바라보며 자신도 더욱 실력을 키워 그녀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던 마음이었을 것이다. 다만, 그녀에게 더욱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녀를 떠나야 한다는 역설에 서운해하는 후지노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 후지노를 다시 일어서게 한 만화가 쿄모토가 원래 그리지 못했던 스토리 위주의 4컷 만화였다는 점이 쿄모토 또한 후지노의 등을 바라보며 노력하여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의 등을 바라보며 전보다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과정 자체를 그림을 그리는 후지노의 등을 통해 관객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창작자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의미하게도 보이는 일을 나는 왜 하고 있는가? 작가는 자신만의 대답을 작품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이 작품을 그리면서 작가도 자신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종반부에 말풍선을 통해 "그럼 후지노 씨는 그림을 왜 그리세요?"라는 질문에 대해 후지노로 대변되는 작가는 쿄모토를 떠올린다. 자신의 그림을 처음으로 알아봐 주고, 순수한 응원을 건네었던 팬의 얼굴을 떠올렸다. 마치 작품의 제목처럼 뒤를 돌아봤을 때,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팬들 때문에 작가는 암울한 상황에 빠져있을 시간도 없이 일어나 계속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즉,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이 작가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부분에 큰 감동을 받았던 부분이 있었다. 후지노는 혼자만의 힘으로 <샤크 킥>이라는 작품을 그리게 되는데, 처음 1, 2권은 독자들의 반응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후지노의 책장에는 자신의 작품임에도 1, 2권은 한 권씩만 꽂혀 있다. 그러다, 인기가 높아진 11권은 여러 권의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쿄모토의 책장에는 여러 권의 <샤크 킥> 1권이 꽂혀 있다. 후지노의 흥행에 도움이 되도록 많이 구입한 것일 수도 있고, 작품의 흥행과는 무관하게 1권부터 작품 그대로를 사랑한다는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팬들의 사랑은 작가의 등 뒤에서 계속해서 창작을 하게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는 그림을 그리는 후지노의 등을 오랫동안 보여주는데 팬들에게 보답하는 작가의 뒷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등 뒤를 지켜달라는 작가의 메시지로도 보인다.
이 작품에는 2019년에 일어난 쿄애니 방화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 자신의 작품을 표절했다고 생각한 아오바 신지라는 사람의 테러에 의해 36명의 무고한 여러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 작품은 해당 사건에 대한 헌정작이다. 작품에서는 좌절하고 있는 후지노에게 작가는 만화라는 방법을 통해 위로를 건넨다. 후지노가 쿄모토를 방에서 끌어내지 않았더라도 그녀는 그림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을 것이고, 다시 작가와 팬으로서 만나 서로를 도와 만화를 그렸을 것이다. 같은 일이 다른 방식으로 반복되었을 것이다. 작가는 혹시나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죄책감을 가진 사람 혹은 절망적인 현실에 빠져 일어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선 후지노의 등을 보여주며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