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심층리뷰/결말포함] 그린 나이트 (2021)

진정한 영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최고의 대답

by 뇨리

* 영화 <그린 나이트>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모호한 면이 많지만, 상징적 메시지, 연출, 음악 등 모든 부분에서 뛰어나다. 영화는 아서 왕의 이야기에 버금가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진정한 영웅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의 메인 줄거리는 간단하다. 가웨인은 왕의 조카이다. 즉, 고결한 핏줄의 왕족이다. 하지만, 그의 삶에는 고결함이나 영웅적인 면모는 전혀 없어 보인다. 그는 크리스마스 아침에도 유곽에서 눈을 뜰 정도로 신앙심조차 없는 인물이다. 그런 가웨인은 매년 왕궁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연회에 참석했다. 수많은 전설들과 왕들 사이에서 가웨인은 그들에게 들려줄 자신의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 보통 영웅은 그를 기리는 이야기나 노래를 통해 전해지는데, 가웨인에게는 아직 자신의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그녀의 어머니는 마법을 통해서라도 아들에게 영웅의 스토리를 만들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그린 나이트를 보냈고, 가웨인은 그린 나이트와의 목베기 게임에서 단칼에 그의 목을 베어버린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는 1년 뒤에 그린 나이트에게 찾아가 자신의 목을 바쳐야 하는 운명 또한 짊어지게 되었다.


녹색붉은색의 의미: 그린 나이트는 왜 녹색인가?


성주의 집 안에서 성주 부인이 가웨인에게 그린 나이트가 왜 녹색이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서 영화에서는 빨간색과 녹색이라는 색상이 가진 의미가 나온다. 빨간색욕망의 색이고, 녹색욕망이 남긴 흔적이다. 녹색은 푸른 새싹이 자라남을 상징하는 생명의 색이다. 동시에, 부패와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 상처가 생겼을 때 푸른 고름이 차고, 죽으면 시체에 이끼가 덮인다. 그리고, 그러한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온다.


이런 의미에서 그린 나이트는 자연이면서, 삶이면서, 동시에 죽음을 의미한다. 처음 그린 나이트가 나타났을 때, 젊은 가웨인은 어린 혈기로 그를 단칼에 베어버린다. 자기 인생을 마음대로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오만이지만, 영화에서는 이러한 오만을 그저 허세라고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자연과 삶을 완전히 지배하고 없앨 수 없듯이 그는 그린 나이트를 완전히 죽이지 못했고, 도리어 1년 뒤에 가웨인은 그린 나이트를 만나 죽을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웨인이 그린 나이트를 만나러 가는 여정은 그의 삶의 연장선 상에 있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인생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반면 붉은색의 이미지 또한 등장한다. 가웨인이 여정 내내 따라갔던 붉은여우가 대표적이다. 영화에서 붉은여우는 그린 나이트에게 가는 여정을 가웨인과 적당히 함께하다가 다시 그를 집으로 데려오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왜 여우는 처음에는 그린 나이트에게 가웨인을 데려갔고 마지막에 가서는 그를 가로막았을까? 왜냐하면 여우는 그린 나이트를 상대한 가웨인이라는 영웅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가웨인의 어머니가 보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붉은여우에 투영된 붉은색의 이미지는 가웨인이 왕이 되기를 바라는 그녀의 어머니의 욕망을 그대로 표현한 색이다. 이렇게 본다면 스캐빈저에게 모든 짐을 빼앗긴 가웨인은 위니프레드의 집에 다다랐을 때 자신이 길을 잃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물속에서 머리를 찾아 헤매던 도중 다시 배경이 붉게 변하는데, 이것은 영웅이 되고 싶은 욕망을 잃어버린 가웨인이 다시 욕망을 회복하고 원래의 여정을 계속하게 되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물 위로 올라왔을 때 붉은여우가 그를 그린 나이트에게 인도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삶과 욕망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물건이 녹색 허리띠이다. 녹색 허리띠는 외부는 녹색 실로 짜여 있고, 내부는 반대로 붉은색 실로 짜여 있다. 이 허리띠는 가웨인의 내부에 그의 어머니가 심어 놓은 왕에 대한 욕망과 겉으로는 자신의 생명도 놓치지 않고 묶어 두고 싶다는 그의 욕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허리띠를 풀지 않는 한 그는 영웅이 되고자 하는 욕망도, 자신의 생명도 내려놓지 못한다.



가웨인이 마주한 세 갈림길


그린 나이트를 만나는 길에서 가웨인은 3가지의 갈림길을 만난다. 이것은 가웨인이 그린 나이트를 만나러 가는 여정에서 겪을 수 있는 3가지의 경우의 수를 보여준다. 첫 번째 길가웨인이 역경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그린 나이트에게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를 나타낸다. 두 번째 길그린 나이트에게 도착했지만, 끝내 그의 일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왕위를 계승하고 영웅이 되는 경우의 수를 나타낸다. 마지막, 세 번째는 영화의 마지막처럼 그린 나이트를 만나 일격을 받고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의 수이다.

그린 나이트 세 갈림길.png


아주 흥미로운 것은 이 세 가지 길 모두 가웨인이 그린 나이트에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무슨 말일까? 첫 번째, 가웨인이 스캐빈저 일당에게 묶이기 전, 그는 마지막으로 스캐빈저에게 진짜로 녹색 예배당이 있었는지를 묻는다. 그에 대해 스캐빈저는 '너는 이미 그곳에 들어와 있다.'라고 대답한다. 이것은 표면적으로는 가웨인이 역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녹색 예배당에 찾아가지 못한 채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린 나이트가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 그 자체를 의미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가웨인이 현재 잡혀 있는 숲은 그린 나이트가 있는 녹색 예배당으로 볼 수 있으며, 그 숲 속에서 죽는 것은 결국 그가 그린 나이트에게 죽음을 맞이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그가 굴욕을 감내하고 도망쳐 왕위를 이어받는 상황이다. 성주 부인은 녹색의 이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녹청이 검과 동전과 성벽을 뒤덮고 당신의 모든 것을 굴복시킬 거예요." 이것은 녹색으로 표현되는 죽음은 비단 사람의 생명뿐만이 아니라 재물, 성벽, 명예 등에도 똑같이 적용되어 퇴색되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웨인이 그린 나이트의 일격이 무서워 도망친 후의 이야기를 보면 왕위를 얻고 그가 원하던 명예를 얻었지만, 결국은 그의 왕국이 멸망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므로, 그가 그린 나이트에게 도망쳐 얻게 된 검과 동전과 성벽을 결국은 잃게 되는 결말 또한 그가 녹청의 그린 나이트에게 멸망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앞의 두 가지 상황은 마지막 길인 그가 그린 나이트에게 직접 목이 베어지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가웨인은 여정을 시작하면서 그린 나이트에게 죽음을 맞이하는 세 가지의 상황을 세 갈림길로써 보여주는 것이고, 영화는 그 모든 상황을 순차적으로 나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여러 가지 모습에 대해 고민하지만 모든 삶의 여정이 결국은 그린 나이트라는 죽음으로 귀결된다.



진정한 영웅이란 무엇인가?


영화가 시작될 때 이 영화는 영웅의 이야기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영화 내내 가웨인의 영웅적인 면모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가웨인은 왜 영웅이고, 어느 지점에서 영웅이 되었을까?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영웅은 어떤 보편적인 모습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영웅은 왕의 명령에 복종하고, 신앙심을 가지고 있으며, 전설의 무기를 가지고, 자신의 lady를 목숨을 걸고 지키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웨인은 이러한 조건을 하나도 충족하고 있지 않다. 사실은 감독이 가웨인에게서 의도적으로 모든 영웅의 요소를 빼버렸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중후반부에서 가웨인은 성주 부인의 공간에서 쌓여 있는 많은 책들을 보게 된다. 이 책들은 여러 영웅의 이야기가 쓰여 있다. 성주 부인은 가웨인에게 이야기 필사 과정에서의 비밀을 알려주는데,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부 내용을 고친다고 말한다. 즉, 특정 인물의 삶을 의도적으로 수정함으로써 영웅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린 나이트를 만나기 직전 붉은여우는 그의 앞을 가로막고 굴욕을 참고 돌아가 영웅이 되라고 제안한다. 가웨인이 그린 나이트에게 도망친다는 것은 그의 나약함을 의도적으로 수정하여 영웅이 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조작된 영웅의 이미지는 가웨인의 초상화를 통해 잘 드러난다. 처음 그가 그린 나이트의 목을 벤 이후 어느 화가가 가웨인의 초상화를 그리는데, 가웨인은 넝마 같은 옷을 입고 있음에도 그의 초상화는 멋진 갑옷과 검을 차고 있는 영웅의 모습으로 조작되어 그려진다. 이것은 그의 모습을 배제하고 영웅의 이미지를 조작하여 만들어낸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성주의 아내가 옵스큐라 방식을 이용해 그의 모습을 그대로를 담은 초상화를 그리게 되는데, 이때의 그의 모습은 위아래가 역전된 모습이다. 그의 실상은 영웅의 모습과 정반대인 미숙한 모습이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그린 나이트에게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가웨인은 자신의 허리에 감긴 녹색 허리띠를 풀고 그의 일격을 받아들인다. 이것은 가웨인이 도망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며, 다시 말하면 자신의 인생이 아무리 보잘것없는 모습일지라도 고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그의 의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이 오더라도 찌질했던 자신의 인생을 감당하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 순간 가웨인은 영웅이 되었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같은 교훈을 준다. 우리의 인생에 엑스칼리버와 같은 무기도, lady도, 뛰어난 능력이 없을지라도, 우리 자신이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 자체로 영웅의 인생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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