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편이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이해해 주며 최선을 다해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한다. 주변에 항상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인생에 굴곡이 없었던 터라, 가끔 인간관계에 사소한 일이 생기면 그걸 크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최근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
우리만 있으면 뭐든 괜찮을 것 같았던 친구를 잃었다. 친구가 연애를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고민 상담을 해왔고, 항상 그 이야기에 대해 최선을 다해 내 대답을 내줬다. 하지만 그런 대답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어느 순간부터 우리를 찾지 않았고 그것에 대해 꽤나 서운했다. 그래도 기다리고 있으면 우리를 멀리한 이유를 말해주겠지 생각하며 친구가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길 끊임없이 기다리고 기다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 입을 통해 전해 들었고, 아 이제 우리는 함께 있을 때 괜찮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지만 그동안 우리는 서로 너무 다르게 변했고, 변화를 맞추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멀어졌다.
사실 처음에는 모든 연락 수단을 끊어버린 그 친구가 꽤나 미웠다. 10년이라는 긴 기간을 뒤로하고 한순간에 나와의 모든 연락 수단을 끊은 채로 숨었다는 사실에 화가 나서 이번 주 내내 잠을 못 이뤘다. 다른 친구와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면서 새벽 내내 통화를 하기도 하고, 입에 못 담을 말로 그 친구를 저주하기도 했다.
내 이야기를 듣던 친구가 조심스럽게 그래도 우리가 남았잖아.라는 말을 건네줬다. 그래, 그래도 우리는 남았잖아. 생각해보니 나를 그렇게 외면하고 한순간에 떠난 친구 때문에 내 주변에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남았는지를 알게 됐다. 속상해하는 나를 위해 밖에 나가기 어려운 상황에도 우리 집까지 찾아와서 위로해 준 친구.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먼저 연락을 준 친구들. 한 사람이 떠나갔지만 그로 인해 다른 친구들의 소중함을 더 깨닫게 됐다. 함께한 시간만이 우정의 척도가 아니다. 그저 자신이 힘들 때만 나를 찾는 친구가 아닌 내가 힘든 순간에 나를 찾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앞으로도 가끔 인간 관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겠지. 하지만 이젠 괜찮을 것 같다. 그래도 내 곁에 남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기에. 그들이 여기에 남아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