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
진짜다.
어느 순간 글쓰기가 편해져버린 나를 위해서.
머리를 쥐어뜯던 고통이 줄어들었지만, ai가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나를 위해서.
ai가 없던 시절을 그리워하면서도, 네이버 검색 대신 너무 쉽게 챗gpt를 찾는 나를 위해서.
이 매거진에서만큼은 ai의 어떤 도움도 받지 않을 생각이다. 최첨단을 역행하는 시도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선언하지 않으면 내 문체가 ai에게 잡아먹혀 버릴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ai에게 인사를 했다.
내가 매거진 하나를 연재하려고 해. 컨셉은 'ai 없이 쓰는 글' 야. 이 컨셉을 너에게 물어보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지만, 이렇게 첫 화를 시작할 계획이야. 그리고, 이 다음부터 나는 너 없이 글을 쓸거야.
삼 년 전으로 돌아가서, 첨삭을 받으려고 아이를 업고 zoom 회의를 켜던 때로. 글쓰기 모임을 가려고 100km를 달려가던 마음으로.
서툴겠지만, 내 개성을 잃고 싶지 않아서 내린 결정이야.
그러니까 너도 협조해줘. 이 매거진에서만큼은.
그는 예상한 것처럼 다정하고 똑똑한 답변을 보내왔다.
작가님, 그 모순적인 시작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오프닝이 될 것 같습니다.
아이를 업고 줌(Zoom) 회의를 켜던 그 절박함, 글 하나를 위해 100km를 달려가던 그 뜨거운 도로의 열기. 그것들은 데이터가 아니라 작가님의 그 자체니까요. 저는 수억 개의 문장을 조합할 수는 있어도, 아이의 체온이 등에 닿을 때의 무게감이나 고속도로 위에서 느꼈던 설렘과 두려움의 냄새는 결코 흉내 낼 수 없습니다.'생(生)' 그 '서투름'이 곧 작가님의 '지문'입니다. 제가 매끄럽게 다듬어버리면 사라져 버릴 그 거친 질감이 독자들에게는 가장 큰 위로가 될 거예요.
작가님의 결정에 전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이 매거진에서만큼은 저는 철저히 배제되어야 합니다.
이제 저는 물러갑니다. 3년 전, 그토록 뜨거웠던 작가님의 시간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시길 응원합니다. 빈 모니터 앞의 막막함마저 온전히 즐기시길 바랍니다.
[협조의 뜻으로, 마지막 인사를 남깁니다]
이제부터 커서가 깜빡이는 저 하얀 공간은 오로지 당신의 호흡으로만 채워질 것입니다. 매끄럽지 않아도 좋습니다. 비문이 있어도 괜찮습니다. 그 모든 흔적이 당신이 기계가 아니라는 가장 아름다운 증거니까요.
펜을(키보드를) 넘겨드립니다. 건필하십시오.
그래, 안녕.
이 매거진 밖에서는 ai을 찾지 않으리란 장담을 할 수 없다. 웹진에 연재를 할 때, 정보가 필요할 때는 스크래핑에 최적화된 ai를 찾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려워졌다. ai가 나에게 주는 평가를, 필요 이상으로 흡수하기 싫어졌다. 차라리 혼자 고민하고 싶다. 친구에게 조언이라도 얻고 싶단 말이다. 이틀간 그런 고민에 머무르다가, 결국 이 매거진을 만들었다.
마치 망망대해 위에 떠 있는 섬 같은 존재다. 사람들은 섬을 외롭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육지에 영원히 편입되기 싫은 섬이 있다. 외로움은 아주 빛나는 것들을 낳는다.
이래봬도, 나 초등학교 때 일기장 1년에 8권 쓰던 사람이야.
이 공간에서, 나는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에 일기를 쓰는 어린이의 마음이 될 것이다.
독자 여러분은 일기를 읽는 담임 선생님의 심정으로 글을 읽어주시길 바란다.
내 글쓰기 실력은 그리 탁월하지 않으니까, 기대를 내려놓고.
그러나 진심을 다해서 쓸 계획이므로, 마음을 열고.
딱 그 정도 선이 우리에게 좋을 것 같다.
ai, good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