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쓸 준비가 됐을 때가 언젠데

by 서나연

*ai의 도움을 받지 않고 쓰는 글입니다.


2021년쯤, 나는 책을 쓰게 될 줄 알았다. 일기도 오랫동안 써왔겠다, 좋아하는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도 들을 일이 생겼으니 더 이상 글쓰기는 배우기보다는 실천만 하면 되는 영역이었다. 마침 출판사 한 곳에서 연락을 받았다.


나연 님 글이 참 좋아서요. 원고가 쌓이는 대로 계약하고 싶어요.

작은 출판사였지만, 네이버에 검색해 보면 정보가 뜨는 어엿한 출판사였다.

그런데 어떤 마음이었는지, 덜컥 겁이 났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체는 뚜렷하다.

아직 나는 준비가 안 됐다는 마음.


글을 썼지만, 쓰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완성도 있는 글을 몇 개 써내다 보니, 반대로 조금만 시간을 덜 들여도 너무 대충 쓴 글처럼 느껴졌다.


10시간 동안 끓여야만 완성되는 사골 같은 음식이 있다면, 30분 만에 뚝딱 끓일 수 있는 김치찌개도 있을 테고, 어떨 때는 5분 안에 끓일 수 있는 라면을 먹고도 배가 부른 법이다.


그런데 나는 굶어가면서 사골국만 끓이려고 했던 것 같다.


결국 글쓰기에 대한 패기는 오래가지 못했고, 일 년, 365일 동안 글을 단 두세 편 쓰는 날들이 이어졌다.


이후, 재작년에는 대학에서 공부도 하고, 그전에는 다른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도 들으며 '쓰는 몸'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노력이야 했다.

'책을 쓰지 못했다' 라는 결과만 가지고, 스스로에게 덜 노력했다고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마음을 최근에 다시 먹었다.


사실 이미 책 두 권을 계약했다. 공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공저'라는 이름, 혼자서는 책을 쓸 역량이 부족해서 이미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정도만 얹어야 하는 느낌이 싫었다.그러나 어느덧 내지 디자인까지 나온 내가 참여한 책은, 공저라는 이름을 넘어 내 책처럼 보인다. 내 글은, 잉꼬 빠진 찐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책에 꼭 필요한 글처럼 보였다. '글존감'이 올라간 건지, '자존감'이 올라간 건지 모르겠다.


용기가 어떻게 자라난 것일까. 분명한 것은, 욕심을 내려놓으면서 내 글쓰기가 조금 더 실천 가능한 영역으로 한 발 옮겨갔다는 것이다.


종이책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브런치북이어도 괜찮다 싶다. 중요한 것은 글을 하나로 모으고 목차를 구성하는 것,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일이니까.


글을 쓰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그 당연한 사실로부터 멀어져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내 꿈의 얼굴과 눈을 마주본다. 글을 쓰고 싶니? 그럼 글을 써.


이 글은,

그렇게 완성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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