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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든지 Apr 11. 2022

황현산,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中

내가 살면서 제일 황당한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직업을 갖고 애를 낳아 키우면서도 옛날 보았던 어른들처럼 나는 우람하지도 단단하지도 못하고 늘 허약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늙어버렸다. 준비만 하다가.


글을 쓰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말은 ‘말하는 것처럼 써라’일 터인데 글을 쓰는 데 가장 해로운 것도 그 말이다. 글에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는 말을 성찰한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인문학은 무슨 말을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될 말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한 번 바뀐 생각이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는 사람들은 좀비와 같다. 걸음걸이나 말하는 투도 좀비와 같다. 몸은 움직이는데 혼은 없다. 같은 생각 같은 소리를 반복하면서 그것을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바보들은 그것을 확고한 신념이라고 생각한다.


박사학위의 이상한 효과, 친구가 집안 제사 때마다 절차를 놓고 고모들의 등쌀에 시달렸는데 박사학위를 받은 다음에는 사인펜으로 지방을 써도 아무 말이 없더란다. 통계학 박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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