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러 가자.
-지금?
응.
-너무 늦었어.
데리러 갈게.
-지금???
응, 어차피 내일 출근도 안 하잖아.
-그렇긴 한데…
한 바퀴 돌고 오자.
-그래, 그럼.
여기 맛집이었는데 그치. 우리 여기서 밥먹고 영화 봤었잖아. 그 영화 제목 기억나? 여기 우리가 저번에 커피 마셨던 곳.
공원을 걸으면서 너와 계속 그런 얘기를 했는데 거리를 그런식으로 인식하는 네 얘길 들으며 걷다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너는 날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잘 자- 하고 갔다. 그말 덕분인지 그날 아주 잘 잤다, 푹-.
한때 좋아했었다가, 또 한동안 안 들었다가 다시 우연히 듣게 돼서 빠지고 말았던, 미치도록 좋아했었던 팝송 제목이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요즘 러닝에 푹 빠졌다. 사람들이랑 같이 달리는 것도 너무 재밌는데, 혼자 뛰는 것도 참 매력있다.
아침 저녁으로 뛰기 좋은 날씨다. 달리다 보면, 아무 생각이 안 난다. 그게 참 좋다. 개운하고 상쾌하고 머릿속도 깨끗해진다. 달리고 나서 마시는 포카리스웨트 한 캔은 정말 미치도록 청량해서 너무 맛있다.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볼까, 해서 미드를 보다가 미드에만 빠지고 말았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 미드를 보고 잔다. 일본어가 아주 조금 늘었고 프랑스어는 여전히 젬병이다. 그래도 재밌다. 꾸준히 조금씩 해야지. 느슨하지만 꾸준히 그렇게 외국어를 공부해야지. 다짐 역시 느슨-하게 했다.
프랑스어를 발음하는 네 목소리와 입술과 표정과 제스처는 여전히 너무, 좋다. 너와 나의 모국어가 한국어인 것도 좋다. 여전히 우리는 대화할 때 말도 안 되는 사투리를 남발한다. 내 프랑스어가 도무지 늘지 않듯, 너의 사투리도 도무지 늘지 않는다.
로열티, 라는 말에 대해 한동안 계속 생각했다.
아니, 굳이 내가 생각했다기보다 한동안 그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Loyalty, loyalty, loyalty……
로열티,
로열티.
그게 문제라면 문제였던 것 같다.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는데, 나한텐 참 쉬운 거였는데. 정말 명료하고 단순한 문제인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 -
진짜 괜찮아?
물었을 때 네가 아니, 라고 대답할 것 같아 묻지 못한 적이 몇 번 있다.
그래도 물어봐주는 것이 너를 위한 건지,
그냥 묻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너를 위한 것인지
여전히 답을 못 내리겠다.
네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다가, 속눈썹이 너무 예뻐서 또 감탄하고 말았다. 살랑살랑 바람이 부는 곳에서 너를 내 무릎에 뉘여놓고 단잠에 든 너를, 너의 까만 눈썹과 속눈썹을 한없이 바라보고 싶다. 그 예쁜 눈썹들을.
웃을 때 보이는 너의 그 건강한 치아와 도톰한 아랫입술도 너무 예쁘다.
밤공기가 따뜻해, 너무.
-이제 곧 더워질거야. 이런 선선한 저녁을 충분히 즐겨 둬.
여름이 오는 건 반가운데, 5월이 가는 게 너무 아쉬워.
-그건 나도 그래.
어느덧 5월 마지막 날이네.
-그러게.
시간 참 빨라.
-그러니까. 여름도 봄도 아닌 지금 이 시간을 추우웅분히 즐기자.
우리는 같이 걸었다.
5월이 가고 여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