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일주일에 한 편씩리뷰를 올리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어려웠습니다. 현실에서 처리해야 하는 여러 일들도 있었고, 동시가 아닌 다른 종류의 글을 읽어 내야 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재미가 없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동시를 읽지 않으니 갈증이 남더군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동시를 읽지 않아도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한다면 저의 삶은 그런대로 잘 굴러갈텐데요.
오늘은 오랜만에 글을 올리고 싶어서 브런치 창을 띄웠습니다. 무엇이라도 쓰자는 마음으로 30분 넘는 시간을 앉아있습니다. 글이 잘 써지지는 않습니다. 쓰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쓰고 싶은 말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써 둔 동시 한 편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써 둔 것을 올리자는 마음은 아니었지만, 안 써지는 날에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사격 훈련
정의현
전투복 위에
방탄복 입고
방탄모 쓰고
시선은 정면
팔꿈치는 바닥에 대고
다리를 한껏 뻗고 엎드려서
왼쪽 눈을 감는다
표적지를 조준한다
총을 끌어오는 느낌으로
방아쇠를 당긴다.
이건 훈련이다
사람을 쏘지 않는다
아무도 죽지 않는다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
다시 조준한다.
나는 매년 사람 쏘는 연습을 한다
군대에서 가장 무서웠던 곳은 사격장이었습니다. 실수 한 번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안전 장치가 되어 있다고 해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총구를 돌릴 수도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는 물건에 가까이 가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지금은 전역을 했습니다. 총을 쏠 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매년 총을 쏩니다. 예비군 훈련에서 사격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총 쏘는 일은 무섭습니다. 할아버지도 쓰셨을 것 같은 M16 소총을 들기 전에 항상 기도 합니다. 터지지 말라고.
총 쏘는 일이 두렵지만 사실 저는 사격을 잘하는 편입니다. 호흡을 잠시 멈추고 손가락이 아닌 팔 전체로 총을 당기면 반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정확히 쏠 수 있습니다. 훈련을 거듭할수록 실력은 좋아집니다. 전쟁이 나면 적어도 한 명은 정확히 명중 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총을 쏘기 싫어집니다.
김예지 선수의 사격은 과녁을 겨냥하지만, 군대의 사격은 사람을 쏘기 위한 훈련입니다. 군대의 사격은 가상의 적을 겨냥합니다. 적이라고 부르지만 사람입니다. 훈련을 반복할수록 저는 사람을 잘 쏘는 사람으로 거듭납니다. 그러나 훈련을 거부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으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모를 저의 소극적인 반항을 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