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아이들이 친구 사이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게 그렇게 이상한 일일까 싶다. 어른들도 직장에서 사람 문제 하나 생기면 며칠씩 스트레스를 받는다. 상사, 동료, 후배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을 매번 잘 해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경험도 적은 아이들이 갈등을 ‘잘’ 해결하지 못하는 게 오히려 당연한 일 아닐까. 나는 오히려 다른 지점이 더 신경 쓰인다. 아이들이 갈등 자체를 ‘나쁜 것’, ‘일어나면 안 되는 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사람이 모여 지내면 갈등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각자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기준도 다르고, 말하는 방식도 다르다. 같이 지내다 보면 결국 한 번쯤은 부딪힌다. 그런데 갈등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보게 되면, 아이들은 점점 더 말을 아끼게 된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괜히 조심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예민해졌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실제로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크게 상처를 받거나, 그걸 그대로 되돌려주려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떤 말이 상처가 되는지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같은 말을 들어도 웃고 넘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며칠 동안 마음에 담아두는 아이도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더 약해졌다기보다, ‘상처’에 대해 훨씬 민감해진 건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더 눈에 들어왔다.
나도 상처받지 않고 친구도 상처받지 않는 감정 표현 연습
이 말은 참 매력적으로 들린다. 누구도 다치지 않는 관계라니, 가능하다면 그게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조금 의문이 든다. 정말 그런 방법이 있을까. 우리는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말이라는 건 듣는 사람의 경험과 상태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상처를 완전히 피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보다,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관계 속에서 어떻게 다시 이어갈지를 배우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갈등도 마찬가지다.
없애야 할 대상이라기보다, 겪어가면서 익숙해져야 할 과정에 가깝다. 결국 필요한 건 상처를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앞에서 주저리 주저리 한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이 책은 재미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좋은 어린이 책은 어른이 읽어도 유익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행복이 사라질까 봐 걱정되는" 사람인 나는 "혹시 이 기분이 끝나더라도, 난 다시 좋은 순간을 맞이할 거야."라는 말에 굉장한 위로를 받았다.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