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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령 Feb 17. 2021

클럽하우스에서 셀렙과 이야기 나누는 기분은?

신기했고, 으쓱했고, 공허하다가 깨달았다.

클럽하우스는 셀렙과 마주치기 쉬운 플랫폼이에요. 게다가 직접 대화를 할 수 있기까지! 클럽하우스가 한국에 상륙하기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경험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필자는 몇 단계의 감정 변화를 겪었어요. 아주 부끄러운 감정이었는데, 비슷한 감정을 겪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해서 글로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놓기로 했어요.




1. 셀렙과의 대화 - 신기하고, 설레고.

 방송가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셀렙들과 대화할 기회가 얼마나 될까요. 미디어 속으로 그려진 그분들의 판타지 이미지와 대화를 나눈다는 건, 우리가 그 판타지 안에 들어가는 기분이었죠.


2. 셀렙이 나를 팔로워함. - 신기하고, 신남.

와! 이런 사람이 나를 먼저 팔로우해주신다고? 우와! 이 사람도? 우와아! 아주 신기하고 신나는 일이 반복됩니다.

 


3. 팔로워 해주시는 셀렙들이 늘어나며 어깨가 으쓱해짐. - 거만과 경각심.

 2번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점점 으스대는 감정이 올라옵니다. 나란 존재를 내가 아닌 내가 맺은 관계로 가치 판단을 하기 시작하며, 내가 그들과 비슷한 뭐라도 된 양 어깨가 절로 올라가는 천박한 기분이 들죠. “내가 그 연예인이랑 좀 친한데 말이야.”라고 거드름 피우는 아저씨가 된 느낌이랄까요.


 특히 클하에서는 셀렙과 맞팔 횟수가 많아서 관계 때문에 거만해지기 쉬운 것 같아요. 그러한 거만함을 클하 뿐 아니라 현생까지 끌고 와서 콧대 세우고 다니는 제 모습을 상상해봤어요. 아... 얼굴이 후끈거릴 정도로 꼴불견인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절대

그러지 말아야겠다 퍼뜩 경각심이 들었어요.



4. 어플을 끄고 찾아오는 공허함.

어플을 끄고 현생으로 돌아왔어요. 그 순간 내 눈 앞에 있는 건 낡은 아이폰6s과 놀아달라고 그렁그렁한 눈을 빛내는 강아지, 노트북 하나, 책상 하나, 의자 하나. 바글거리던 소리가 사라지고 남은 건 무거운 공기. 공허함이 아우성치며 이건 잘못되었다고 경보를 울렸어요.



5. 결국 다 같은 사람

미디어 때문에 자꾸 잊는 사실이 있어요. 셀렙도 사람이란 사실. 미디어 속 화려한 이미지만 빼면 클하 속에서 웃고, 울고, 위로받고,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사람인데, 왜 그렇게 그분들과의 관계에 어깨 뽕을 넣었는지...



6. 부끄러움

 비-셀렙인 제가 셀렙 분들께 너무 부끄러운 것이, 그분들이 비-셀렙과 셀렙의 경계를 허물어 여러 사람들을 팔로우할 동안 저는 거만한 감정을 가졌다는 거예요. 앞으로 팔로잉할 사람을 선택할 때 유명인이냐 아니냐 보다는 대화나 마음, 관심사가 잘 통하는 사람인지 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7. 나의 알맹이

 ‘나’를 정의하는 건 ‘나’이지, 내가 맺은 관계가 아님을 계속 인지하려고요. 내 안의 알맹이를 얼마나 단단하고 풍부하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단 걸 잊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셀렙 분들도 우리가 타인보다 스스로를 더 셀렙이라 여기고, 속을 꽉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길 바라지 않을까요.



8. 셀렙을 대하는 태도 - 즐거움과 예의

 좋아하던 셀렙을 만나면 기뻐합시다! 예의를 갖추며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눠요. 셀렙이 날 팔로잉 해주시면 또 기뻐합시다! 하지만 슬며시 힘들어가는 어깨는 힘 풀자고요. 그리고 기억하는 거죠. 그분들이나 나나 모두 희로애락을 겪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9. 같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

이렇게 적어놓고도 셀렙 분들과 맞팔을 할 때마다 또 같은 감정 실수를 범할 것 같아요. 그때마다 나의 부실한 알맹이를 바라보려고요. 요 알맹이가 노른자처럼 예쁜 노란색이 되도록, 가꾸고 가꾸려고요.



- 제 경험이 독자분들께 슬기로운 클하 생활을 누리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비문이나 오타를 발견하시면, 댓글로 지적해주세요. 수정하겠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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