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마님 / 마카오 2 편
아치형 창문 사이로 베네치아의 아침 햇살이 스며들고, 창 밖으론 어둠을 깨고 여명의 푸른빛이 시나브로 하늘에서 사라질 무렵 커피 향내 가득한 분위기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깐초네 노래 소리를 들으며 아침 식사를 즐기는 꿈을 꾸곤 했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아닐지라도 그 비슷한 감흥을 마카오에서 느끼게 되니 이 또한 색 다른 경험이고 추억이다
평소엔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서 택시 대신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고민도 해보지만 가끔씩은 아내를 위해 나를 위해 호사를 누려 보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좋은 기억이 될 것 같다.
오래 전 집사람과 함께 미국 패키지 여행 중 라스베가스에 도착해 여행사에서 예약한 냄새 나는 초라한 호텔방에서 머물다 호텔 투어를 하다 만난 베네티안 호텔의 웅장함에 놀라기도 위압감을 느끼기도 하였지만 기회가 되면 이 호텔에 한번은 꼭 머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라스베가스의 그 호텔은 아니어도 마카오에서 그 생각을 실현한 것 같아 나름 뿌듯하다.
일상의 루틴함을 벗어나 평상의 모습은 아니지만 천 여개가 넘는 전 객실이 스위트룸으로 꾸며진 베네티안의 호텔의 럭셔리한 방에서 아내는 황후가 되어 보기도 하고 나는 덩달아 황후의 남자가 되어 보는 경험도 시간이 지나면 여행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지난해 6월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새벽 맞이는 가슴 벅찬 감동 이었다.
거리에 쏟아지는 인간들의 군상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베네치아의 고요함이 낯설다.
대학 시절 베낭 여행 중 처음 만난 베네치아 에서의 벅찬 감동을 아내와도 공유하기 위해 10여년 전 다시 찾았지만 변함없는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은 우리 부부에게 어김없이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 주었다.
수년전 밀라노에서 삼성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친구 가족들과 또 다시 방문하였지만 한번도 베네치아 섬 안에서 묵을 기회가 없었다.
숙박비가 너무도 비싼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였지만 아침에 와서 미로와 같은 베네치아 골목 골목과 운하를 헤메다가 저녁에 그곳을 떠나야만 할 때면 그 아쉬움을 달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의 아쉬움을 기억하며 어렵사리 산 마르코 광장 근처에 있는 호텔에 숙소를 얻었었다.
인파로 쏟아지는 베네치아가 아닌 순수 그 자체의 베네치아를 만나기를 꿈꾸어 왔기에..
돈의 위력으로 만들어진 마카오의 짝퉁 베네치아 와는 다른 이젠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도시가 이제는 자연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사람의 언어로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퇴색 한다는것은 추함과 서러움이 아니고 아름다움의 절정을 향해 가는 과정임을일깨워 주는 도시.
나도 이 도시를 닮아 가고 싶다.
이 물의 도시가 너무 부럽다.
인간의 로망을 간직한 도시..
수 백년 동안 삶을 간직한 닮은 듯 하지만 각각의 개성과 색을 간직한 건물들..
짝퉁에서 샤넬 명품까지 이곳의 특산품 유리공예 까지 쇼핑의 천국.
거리거리 마다 노천 카페가 즐비하고 악사들의 수준 높은 연주 소리가 끊이질 않고 운하의 물길을 따라 곤돌라를 젓는 영화 배우 못지 않은 잘 생긴 뱃사공에 눈길이 옮겨진다.
새벽의 여명이 시나브로 사라지면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세계인들이 모인다.
배에도 거리에도 산마르코 광장에도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이탈리아 출장 중 문득 생각나 한 걸음에 달려 왔던 베네치아.
변함없이 감동과 감격과 경탄을 안겨 주었던 베네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