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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열 Jun 21. 2017

40년만의 아버지와 목욕탕 해후

꽃보다 할배 2 / 일본 고베 교토


일본 여행의 진수, 온천순례


언제부턴가 일본에 오게 되면 꼭 챙겨야 하는 필수 코스가 생겼다. 온천 순례다. 일본 온천을 경험하는것은 색 다르고 세포에 생기를 불어넣듯 따스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몸이 다시 살아 나는 듯 하였다.


아직도 땅이 뜨거운 일본에서 솟아나는 온천에 대한 신뢰감과 로망도 한몫을 할 것이다.


일본에 가기 전 인터넷을 뒤지니 숙소가 있는 고베 근처의 아리마 온천과 교토 근교의 쿠라마 온천을 염두에 두었다. 연로 하신 분들과의 여행이니 온천지역 방문은 필수코스 이기도 하였지만.


아리마 온천 마을은 사진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규모가 크고 번화해서 조금 놀랐다.



지난 2월 큐슈 우레시노의 온천 마을을갔을 때는 한가한 시골 마을에 전통 료관들만 몇몇이 보여 그것도 신기 했는데 깊은 산속에 호텔 마천루가 이채로왔다.



좁은 산길을 따라 골목 골목 아기자기한 상가들과 전통 가옥들, 전통 료관 들과 어울려 관광객들을 끌어 들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천 마을 규모가 크다는것은 그만큼 온천의 효과가 좋다는 의미 일 것이다.


그곳에서 유명하다는 우리돈으로 육원짜리 온천탕에 들어서니 모양은 영락없는 우리의 대중탕이었다. 진흙 빛 온천수가 이채로왔는데 몸을 담그니 피로가 사라지고 건강체로 환원 되는 듯 하다.



알고 보니 진흙 빛은 철분 때문에 그리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온천의 효능 때문인지 오랜 시간 지겨운 피부 알러지 가려움이 사라졌다. 며칠뒤 재발 할련지는 모르지만 온천의 효과가 느껴졌다.



사십여년 만에 아버지와 욕탕에서 해우하다.


그 시대 아버지와 자식들이 그러하듯 나도 아버지와의 어린 시절 추억은 명절을 목전에 두고 묵은 때를 밀러 욕탕을 다니곤 한 것 외에는 별 다른 추억이 없었다. 여름날 그 흔한 근처 계곡이나 바닷가 한번 가족들과 가본 기억이 없으니. 항상 자식에 대한 권위만 세우는 아버지로 뇌리에 박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버지와의 서먹함은 벗어지질 않았다.

 

목욕탕의 추억 마저도 사춘기에 접어면서 아버지와 다닌 기억이 없으니 아버지와 벌거벗은 몸으로 마주 한지도 40여년이 지난 듯 하다.


차로 이동하는 동안 쉼 없이 고모님과 어머니와 대화가 이어지던 아버지도 아들과 단 둘이 온천탕에 마주하니 말수가 적어 지신다. 아버지와 아들간의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아버지는 온천탕 이곳 저곳을 옮겨 다니며 그 어색함을 벗어나려는 모습이 보이셨다.



생면부지의 남과도 몇 번의 대화와 소통으로 정겨워 지고 바로 친구가 되기도 하는데 나를 낳아 준 부모임에도 소통이 드물어 낯설게 느껴 지는게 참으로 아이러니다.


4일간의 일정중 하루가 지났다.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부모님과의 해외 여행이 오랜 시간 잃어 버렸던 부모 자식간의 애틋한 정을 회복하는 치유의 여행이 되기를 기대해 보았다.


여행을 하면서 느끼지만 인생사가 그러하듯 여행도 항상 내 뜻 대로 되지는 않는것 같다. 교토 여행을 계획하면서 화려한 벚꽃으로 수놓은 천년 고도 교토를 상상하였다.



벚꽃 개화 날짜를 고려해서 일정을 잡았지만 이미 벚꽃은 지난주 비 바람에 시달린 듯 피로에 지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벚꽃 엔딩이 임박한 듯 길 바닥에는 벚꽃들이 떨어져 있는 모습이 쓸쓸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내내 일기예보가 비로 예보 된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침에 고베에서 교토에 오는 동안 안개비를 뿌리다가 도착하자 마자 푸른빛 하늘을 보여주기 시작 하더니 봄날의 전형적인 따사로운 햇살을 만나게 해주었다.



그리도 유명하다던 청수사의 만개한 벚꽃은 만나지 못했지만 예상치 못한 화창한 날씨에 충분한 보상을 받은 듯 하였다. 비가 개인 뒤의 상쾌한 공기 내음은 어제 온종일 앓았던 두통을 사라지만들고 푸르름과 분홍색 벚꽃을 배경으로 붉은 빛깔의 사찰이 봄의 정취를 북 돋운다.



수사 거리에 기모노를 입고 활보하는 일본 여인들의 모습은 교토를 더욱 아름다움을 더하는듯 하였다.

 


기대가 컸건만 실망하고 기대치 안 했건만 예기치 못한 감동이 있기에 여행이 묘미가 있는가 보다.



 비경속의 노천 온천 교토 쿠리마 온천


교토에서는 여정을 마무리하고 근교의 쿠라마 온천을 찾았다. 편도 1차선 산길을 따라 20여분을달리니 빽빽한 나무로 채워진 숲길에서 뿜어내는 산소가 페부까지 상쾌하였다.



깊은 산속에 자리잡은 노천 온천장이 이채로왔다. 앞으론 계곡 물이 흐르고 뒤로는 검푸른 숲을 배경 삼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모습이 천상의 풍경을 닮아 있었다.


 

노천 온천탕에 몸을 담그니 위로는 피부가 상쾌한 공기와 호흡하고 아래는 따스함이 전해 왔다. 자연에 동화되는 잊기 어려운 온천 여행의 추억이 될 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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