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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열 Sep 25. 2018

브루클린으로 통하는 마지막 비상구

15일간의 북미 여행 2편


월한 선택 뉴욕 자동차 여행


뉴욕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고민 했던 부분은 교통 혼잡으로 악명 높은 뉴욕에서 자동차를 렌트할 것인지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인가 였다.


뉴욕여행과 관련된 여러 블로그를 뒤져 보았지만 뉴요커가 아닌 이상 교통지옥 맨하탄에서 자동차 여행은 가능한 피하라는 내용이 대부분 이었고 뉴욕에 사는 지인도 자동차로 다니는것은 말렸다.


그리고 설사 자동차를 렌트한다 하여도 숙소가 있는 브루클린에서 주차가 가능한지도 알 수 없었다. 첫 여행지 뉴욕에서의 3일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다가 뉴욕을 떠날때 자동차 렌트를 위해 다시 공항으로  가는것도 번거로울것 같았다.


그래서 주차 문제만 해결 된다면 뉴욕에서의 자동차 여행을 강행 하기로 결심하고 숙소의 주인에게 주차 가능여부를 물으니 노변 주차가 가능하다고 해서 자동차 렌트를 결정했다.


지나고 보니 뉴욕에서의 자동차 렌트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자동차가 없었다면 천만 이상이 살고 있는 메가시티 뉴욕의 광대한 지역 곳곳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랜드마크 관광 위주의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편협한 뉴욕 여행이 되었을 것이다.



영화속 브루클린과는 달랐던 브루클린의 첫 인상


맨하탄의 야경이 조망되는 뉴저지의 허드슨 강변에 위치한 넓고 쾌적해 보이는 콘도에 숙소를 잡았다가 예약이 취소가 되자 부르클린 지역에 위치한 작은 숙소로 변경했다. 뉴욕을 배경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브루클린은 빈티지스럽고 고풍스러운 건물로 가득한 로맨틱한 지역으로 그려졌기에 그곳에서 뉴욕의 정취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숙소에 도착해 보니 주변거리가 영화속 로맨틱한 거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나라의 다세대 주택이 연상되는 다소 밋밋하고 산만한 주택가가 이어지고 거리는 지저분 하였다.



뉴욕에서의 첫날을 숙소 주변 브루클린 동네를 어스렁 거리다가 멋드러진 분위기 있는 야외 카페를 만나면 맥주 한잔 시켜놓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오랜시간 비행기 탑승으로 지친 여독을 풀 계획 이었는데 주변 어디에도 그런곳은 보이지 않았다.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도 세련된 뉴욕커와는 거리감이 있는 히스페닉 계통의 얼굴들이 눈에 많이 띄였고 그들에게서 삶에 지친 표정이 읽혀졌다. 거리의 마트들도 품질이 낮은 싸구려 제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러나 슈퍼마켓에 들어서니 넘쳐나는 다양한 식음료들에게서 미국의 풍요로움이 느껴졌다.



뉴욕의 두모습 브루클린과 맨하탄


그래서 첫날의 계획을 바로 수정했다. 자동차 네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엠파이어 스테이트로 세팅하고 네비가 이끄는 대로 가다보면 뉴욕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브루클린은 세계 최강국 미국의 모습이 이런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낙후하고 어수선한 거리 풍경 이었다.


맨하탄의 마천루 숲이 멀리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눈에 익은 현수교의 상판이 보였다. 브루클린 다리였다.  


어린시절 브루클린 다리를 배경으로한 브루클린으로 통하는 마지막 비상구란 영화 포스터가 기억 났다. 아마도 맨하탄에서의 고단한 삶을 탈출할 비상구가 브루클린이 아니었을까 ?


뉴욕에 오기전 사진에서 볼때면 다리 중앙으로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인도가 있어 아담하고도 낭만적인 다리라고 생각했는데 폭이 엄청나게 크고 길어서 낭만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차창 밖으로 하늘은 당장이라도 비가 내릴것 처럼 구름으로 뒤덮혀 있었지만 장쾌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어 가슴이 팍 트였다. 맨하탄 빌딩 숲 사이로 우뚝 솟은 첨탑 빌딩이 멀리서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맨하탄에 들어서자 거리의 풍경이 갑자기 바뀌었다. 남루하기 조차한 브루클린과는 달리 번듯하면서도 단정한 거리 양쪽으로 세련되면서도 멋진 카페들과 아름다운 쇼핑몰들이 이어졌다.

 

자동차를 세우고 스타일리쉬한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차량을 주차할 공간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맨하탄은 오피스 위주의 업무용 빌딩들만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강변을 따라 고층 아파트가 병풍처럼 자리잡고 있고 있었다.


맨하탄의 빌딩 숲으로 진입하자 자동차들로 도로가 넘쳐났다. 그러나 예상한것 보다 교통정체는 심각하지 않았다. 서행하면서 네비가 이끄는대로 뉴욕 맨하탄의 이곳 저곳을 돌아 볼 수 있었다. 바둑판형 계획 도시답게 일정한 간격의 블록을 따라 다양한 모습의 마천루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었다.



네비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가까이 접근 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지만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봐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익숙한 첨탑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자동차를 주차하고 나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어보니 눈앞의 빌딩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라고 해서 실소를 자아냈다.



어둠이 내리자 타임 스퀘어 광장으로 가보기로 결정하고 한참을 걸어가다 뒤돌아보니 상단부에 조명이 켜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익숙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 왔다. 가까이서는 보지 못했던 뉴욕 랜드마크로서의 위용이 느껴졌다.



타임 스퀘어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다양한 모습의 개성있는 빌딩들을 바라보며 뉴욕이 왜 세계 최고의 도시인가를 알 수 있었다.



타임 스퀘어가 가까와지자 관광객들로 보이는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빌딩들마다 현란한 LED 광고판으로 뒤덮혀 광고 내용이 바뀔때 마다 눈길을 떼기가 힘들었다.



빌딩사이로 비행기들이 떠다닌다면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한장면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환상적인 분위기 였다.


실제로 본 타임스퀘어는 영화에서 보아왔던 상징적인 광고판이 있는 타임스퀘어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그 규모가 커서 놀라왔다.


세상에서 이처럼 화려한 밤 풍경을 가진곳은 어디에도 없을것 같았다. 라스베가스의 밤도 홍콩의 밤도 이처럼 화려하진 않았다.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 모두가 타임스퀘어의 화려함에 취하여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렇게 길고 길었던 뉴욕의 첫날은 마무리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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