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톡 & 하바롭스크 여행기 4편
극동 러시아 여행 4일차
숲사이로 드러난 하늘을 쳐다보자 건물에 반사된 황금빛이 예사로와 보이지 않았다. 일몰 시간이 임박했다는 증거다. 산책로를 따라 아무르 강가를 향해서 걷던 중이라 서두르면 멋진 일몰을 만날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들자 마음이 급해졌다.
뛰다시피 가쁜 호흡을 내쉬며 강가에 겨우 도착하자 태양은 강의 수평선 끝자락에 닿을듯 말듯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었다.
급히 카메라를 꺼내 태양의 마지막 모습을 담자마자 태양은 순식간에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자 하늘은 붉은빛 핑크빛 푸른 빛깔을 피워내기 시작했고 레이저 빔을 쏘아내듯 황홀한 일몰을 연출하고 있었다.
태양이 떠오르기 직전의 하늘이 가장 어둡다고 하더니 어둠이 드리우기 직전의 하늘이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것인가 !
어둠이 서서히 드리워질수록 태양이 사라진 자리는 붉은 빛이 더욱 짙어만 갔다. 강렬한 붉은 빛의 여운은 꺼질듯 꺼질듯 위태로운 촛불의 모습 같았지만 결국 황혼의 끝을 보지 못하고 숙소로 발길을 옮겨야만 했다.
극동 러시아 여행 5일차
다음날 아침 호텔 창밖을 바라보니 여행 기간동안 비소식으로 가득한 일기예보가 무색하게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높고 푸른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탑승하기까지는 호텔에서 체크아웃 하고도 4시간여가 남아 있어 어떻게 남은시간을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아무르강 유람선 승선 여행기를 블로그에서 본 기억이 나서 강가로 향했다. 마침 선착장으로 들어오는 유람선이 있어 출발시간을 확인해보니 다행히도 우리가 체류할 시간대와 맞아서 배에 올랐다.
아무르강이 몽골에서 발원하여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오호츠크해로 흘러드는 4천3백여 킬로미터 길이의 거대한 강이기도 했지만 하바롭스크의 지형적 위치가 블라디 보스토크 위쪽에서 발원한 또 하나의 거대한강 우수리강이 아무르강과 합류하는 유역 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강폭의 규모가 어마어마 했고 바다가 아니면 보기힘든 수평선을 강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 까지 했다.
강가를 따라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들어선
하바롭스크를 바라보며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지나는 철교에서 되돌아오는 한시간여의 유람이 생각보다 멋졌다.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한강 유람선을 타는것 보다는 더 낭만적이었다. 물이 탁해서 중국에서는 흑룡강이라고 불리우는 아무르강 이지만 생각보다는 깨끗해 보였다.
아무르강의 일몰이 환상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았다면 일몰 시간에 맞추어 유람선을 탔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청정하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한 하바롭스크를 선상에서 보는것도 나름 좋았기에 큰 아쉬움은 없었다.
하바롭스크를 목적으로 러시아에 온것은 아니었지만 극동의 오랜 도시였기에 블라디보스토크 보다는 더 고풍스런 유럽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거란 기대를 품었었다.
그러나 이틀 동안 도시를 걸어다니며 느낀것은 오랜역사를 지닌 고풍스러운 유럽풍의 도시라기 보다는 고층아파트가 즐비한 서울 인근의 신도시 같다는 느낌 이었다.
번화가의 르네상스풍 건축물들도 도심의 미관을 위해 인위적으로 세워진 테마파크의 건축물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밤에 만난 하바롭스크는 조명 아래 화장한 여인의 모습처럼 아름답고 인상적 이었다.
레닌광장은 사회주의 국가의 상징처럼 넓고 광활하였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이 눈에 익숙해 곰곰히 생각해보니 북한 평양에 세워진 건축물들과 유사함이 느껴졌다.
건물위에 붉은색으로 쓰여진 선동적인 한글 간판들이 있다면 영락없는 평양 풍경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 유럽이 있다는것은 여행의 의미를 좋은것을 보기보다는 Difference를 느끼기 위한 여행 목적과도 많이 부합되어 이곳을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의 향기가 남아있는 초가을에서 따뜻한 코트가 그리운 초겨울로의 시간 이동이 가능하도록 만든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탑승도 좋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리와 별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러시아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것도 좋았다. 극동 러시아 어느 도심의 공원을 걸으며 깊은 만추를 느껴본것도 오랜시간 추억으로 남을것이다.